기사 메일전송
국민 놀리는 사과 : 영업사원이 무슨 죄인가?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10-24 10:08:55
  • 수정 2025-10-24 12:43:24

최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한 명은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에 대해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사과했고 , 다른 한 명은 ‘돈 모아 집 사라’는 조언에 대해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는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두 사람의 ‘말실수’가 아니라, 그들의 말이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정책 실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을 만들어 판 사장은 뒤에 숨어 있는데, “이 식품 몸에 좋습니다”라고 외친 영업사원만 나무라는 격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설픈 단어 선택에 대한 변명이나 공감 능력 부족에 대한 고백이 아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라는 불량식품을 설계하고 출시한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실패를 인정하고, 문제의 상품을 전량 리콜하는 것이다.


'15억 서민아파트' 복기왕과 '돈 모아 집사라'는 이창경 (그래픽-가피우스)

실언이 드러낸 정책의 민낯

두 사람의 발언은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10.15 대책의 설계도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한, 의도치 않은 정책 설명회였다. 복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은 정부가 15억 원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며 시장을 인위적으로 나눈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보호’ 대상으로, 그 이상은 ‘투기’ 대상으로 규정한 정부의 시각을 그는 ‘서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상경 차관의 “현금 모아 나중에 사라”는 조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강화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1주택자 전세대출 DSR 반영 등으로 신용의 사다리를 걷어찬 이상,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금을 쌓는 것 외엔 없다. 그의 발언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게 정책의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그들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냉혹한 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불량 정책’ 그 자체

결국 문제의 본질은 10.15 대책이다. 이 정책은 공급이라는 근본 해법은 외면한 채 수요 억제에만 집착하며 이미 실패한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거시 경제의 흐름을 무시한 채 대출만 옥죄는 것은 둑이 터지는 것을 손가락으로 막으려는 시도와 같다.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실수요자와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는 투기꾼이 아닌 생애 첫 집을 마련하려는 신혼부부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려는 중산층의 꿈을 꺾는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조치는 전세 매물 실종을 부추겨 전세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결국 ‘전세의 월세화’만 가속하며 주거 약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가 받아야 할 진짜 사과

국민은 더 이상 말의 성찬을 원하지 않는다.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사과는 정책이라는 ‘잘못된 행동’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업사원들의 반성문이 아니라, 불량식품을 설계하고 승인한 ‘사장’의 책임 있는 조치다.

진정한 사과는 10.15 대책이 주거 사다리를 파괴하고 시장을 교란했다는 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책임은 징벌적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공급 확대를 포함한 신뢰할 수 있는 주거 안정 계획을 제시하는 행동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리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그 어떤 사과도 국민의 지성을 모독하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4 18:47:30

    개딸들은 모두 15억 넘는 아파트에 사니까 비판 안 하는 것이겠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24 16:58:13

    이런걸 보고도 눈감고 귀막고 있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4 15:13:28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진 권력자를 보고 싶어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0-24 14:48:37

    저들의 습성(?), 관성은 잘 알려져 있지요.
    잘못을 인정하거나 진정한 사과를 모른다는 것.
    심지어 자신들의 잘못을 상대에게 덮어 씌운다는 것.
    그것도 아주아주  뻔뻔하게
    "정부 정책의 냉혹한 진실"
    저들은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없는 비겁하고 음험한 자들일 뿐입니다.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0-24 10:38:19

    절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텐데 이 결과가 나타날 때 쯤엔 또 어떤 극단적 장책으로 감추려 할지 그게 걱정이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4 10:21:20

    진짜 저런 것들이 모여 자기 재산 지키려 머리 굴리며 정책 짰다는거에 분노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4 10:18:46

    백골이 성토 되어도 씨벌 내가 낸데 들은 후퇴를 건의하지 않을 것이고.. 백골이 성토 되기가 맬맬 존나 무서운 수령님은 후퇴 하라고 명할까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3.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4.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5.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6.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7. [단독]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 [단독분석]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전문가 분석 결과 中 상용 드론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알리·RC샵서 누구나 구매 가능군용 아닌 '취미·레저용' "주권 침해"라며 내놓은 증거가 고작 '중국산 짝퉁 조립품'북한이 10일 "대한민국이 평양 상공을 유린했다"며 ..
  8.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9. 권력이라는 뇌질환: 의원님들의 ‘전두엽’은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그림자이자 가장 가까운 정책 파트너다. 보좌진은 의원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사무처에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엄연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개인집사나 하인처럼 부리고 있다. 가족의 심부름을 시키고, 집의 프린터, 심지어 ‘변기 수리’를 지시하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에...
  10. 김병기, 앞에선 "尹정권 경찰 장악" 비난, 뒤론 윤핵관 찾아가 읍소 김병기 의원이, 정작 자신의 가족 비리 앞에서는 그토록 비난하던 '윤핵관'에게 읍소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충격적인 정황이 드러났다.낮에는 "검찰 독재, 경찰 장악 저지"를 외치며 투사를 연기하고, 밤에는 정권 실세와 '짬짜미'를 벌여 법망을 피해 나간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나...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