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가정연합) 측으로부터의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하며 전격 사퇴했다. “허위 의혹에 정부가 흔들려선 안 된다” 며 물러난 모양새지만, 사태의 파장은 여기서 그칠 기미가 아니다. 같은 의혹을 받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금품 수수는 없었고 윤영호 본부장을 한 번 만난 게 전부"라며 버티고 있다. 장관급 인사 두 명이 동시에 거론된 이번 '통일교 게이트'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정권 차원의 도덕성 위기로 번지고 있다.
한학자 통일교 교주 (사진 - AI생성]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정 기관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보도에 따르면 민중기 특검은 이미 지난 8월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도 수사에 착수하거나 타 기관으로 이첩하지 않고 뭉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심지어 민 특검은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검사들에게 "이게 수사 대상이 되나"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특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라고 쥐여준 칼자루를 쥐고도 스스로 눈을 가린 셈이다. 특검의 이러한 발언은 소극적 대처를 넘어, 특정 세력을 비호하려는 의도가 깔린 '수사 방해'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 방식 또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 특히 여당 측의 통일교 관련성이 제기될 때마다 이 대통령은 "종교단체 해산"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는 법치 국가의 지도자로서 지극히 부적절하고 위험한 태도다. 사태의 본질은 고위 공직자의 부패 의혹이지, 종교가 아니다. 자극적인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웃 나라 일본을 보라. 집권 자민당은 통일교 스캔들을 안이하게 대처하다 정권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다. 일본 정치인들은 선거 때의 조직표를 위해 유착을 맺었다가 선거에 대패하고 정권을 내 줄 뻔 했다. 현재 우리 정치권은 어떠한가, 돈 몇천만원과 고급시계가 언급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의혹은 덮고 감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내 편은 무죄, 네 편은 유죄"라는 맹목적 믿음이 국민을 갈라놓고 사법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장관의 사퇴가 수사 없는 '정치적 퇴장'으로 끝난다면, 이는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갈등의 기폭제가 될 뿐이다.
사법 당국, 특히 특검은 지금이라도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전 장관과 정 장관의 금품 수수 의혹 진위는 물론이고, 민 특검이 왜 수사를 주저했는지, 그 배경에 외압이나 회유는 없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대통령 역시 지지층을 선동하는 어설픈 해산 협박 대신 투명한 진상 규명을 지시해야 한다. 고위직 비리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만약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로 사태를 덮으려 한다면,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어떠한 국정 동력도 확보하지 못한 채, 냉혹한 민심의 외면을 견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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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독
원칙대로 수사하라
진영 저게 뭐라고.. 스스로의 도덕과 가치도 내던져버리는건지.
기사 감사합니다
성역없는 철저수사...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게이트급 비리수사도
진영논리에 쩔어있는 정권에서는
조마조마한 바람이 되고마는...
요원한 바람이 되지 않기를,
제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