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법정에 출석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은 격분한다. 그곳에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극우 세력은 환호할지 몰라도, 그 참배 행위는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그 야스쿠니 신사가 떠오른다. 그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건드려선 안 될 성역이자, 매달려야 할 신주단지가 되었다. 하지만 냉정히 보자. 그 신주단지는 보수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12·3 비상계엄. 보수 일각에선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라며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탄핵 난동을 원인으로 돌린다. 백번 양보해서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치자. 통치권자가 국가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잘못된 칼을 빼 든 ‘비극적 결단’이라고 억지로 포장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보수의 가치로도 용납되지 않는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수준의 문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명태균 같은 시정잡배 수준의 여론 조작 브로커와 어울리며 휘둘렸다. 공적인 시스템 대신 사적인 비선 라인에 귀를 열었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문제다. 명품 가방 수수 논란부터 각종 개입 의혹까지, 대통령은 부인 한 사람의 행동거지조차 단속하지 못했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무능’과 ‘무자격’의 문제다. 계엄은 헌법적 논쟁의 영역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명태균과 김건희 리스크는 그저 “대통령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됐나”라는 자괴감만 남길 뿐이다. 국가의 품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이 저열함까지 ‘보수’라는 이름으로 감싸 안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존재를 손절하지 못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면 배신자 소리를 듣고, TK의 지지를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마치 야스쿠니를 참배해야만 극우 표를 얻는 일본 자민당의 처지와 판박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감싸고 돌수록,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은 고개를 돌린다. “브로커와 어울리고 마누라 단속도 못한 사람을 아직도 대통령 대접하느냐”는 냉소다. 차라리 이럴 거면, 애초에 탄핵에 찬성하지나 말았어야 했다. 자기 부정을 밥 먹듯이 하는 정당에게, 국민이 맡길 미래는 있을까?.
전쟁 범죄자들을 신으로 모시면서 평화를 논할 수 없듯이, 무능과 비상식의 상징을 껴안고서 정권 재창출을 논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이 살 길은 하나다. ‘윤석열’이라는 신사(神社)를 불태우는 것이다. 그와 철저히 단절하고, 그의 실패를 뼈아프게 인정할 때 비로소 중도로 가는 문이 열린다. 지금처럼 그 낡은 위패 앞에 절을 하고 있는 한, 보수 정당은 영원히 영남이라는 섬 안에 고립된 채 말라 죽을 것이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