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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포, 공권력의 옷을 입은 정치쇼
  • 김성훈 변호사
  • 등록 2025-01-13 16: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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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체포와 구속의 차이를 잘 모른다. 수사상 구속과 처벌로서의 수감의 차이, 구인과 구속의 차이도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냥 수사기관에 잡혀 가는 그림으로 인식할 뿐이다. 이 간극이 바로 정치적 쇼가 벌어지는 무대이다. 최근에는 이 무대에 국가 공권력마저 등장해 쇼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수사상 구속은 수사와 재판을 원활히 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그래서 그 요건은 피의자가 수사를 방해하거나(증거인멸 우려) 조사나 재판출석에 비협조 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주 우려)로 한정된다. 기간 제한도 있어서 절차가 길어지면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 결과 실형을 면하는 처벌이 확정되면 즉시 석방되며, 무죄가 선고되면 구속기간에 비례해 국가보상도 받는다. 즉, 수사상 구속은 범죄 소명이 요건이기는 하지만 잠정적 혐의일 뿐 재판 결과 얼마든지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유죄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인멸, 도주우려라는 요건에 집중해 운영된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의 성과물로 여기는 풍토로 인해 무리할 정도로 남발 되었으나 점차 최소화 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그래서 법원의 영장기각율도 높아졌다. 수사가 종결 되면 신속히 기소해(불구속 기소) 법원이 유무죄와 양형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도 부합한다.

 

체포는 수사를 위한 일시적인 신병확보(구인) 방법이다.

체포를 하는 순간 48시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초라도 넘기면 안 되므로(체포감금죄 성립) 체포시점 특정은 매우 중요하다. 48시간 안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를 할 것이 아니면 석방 해야 한다.

 

체포는 3가지 종류가 있다(체포 3형제). 

현행범체포, 긴급체포, 영장체포가 그것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영장체포를 제외한 나머지는 영장 없는 체포사유이다. 현행범 발견 또는 중대범죄자를 우연히 만난 경우 등 체포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 인정된다. ‘영장주의’의 중대한 예외에 해당하여 시험에 잘 나온다. 

 

영장체포의 핵심요건은 소환거부이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준다. 즉, 비교적 요건이 단순하다. 조사 받으러 오라는데 가지 않으면 발부되는 영장이다. 경미한 범죄라도 서너번 소환거부를 하면 영장이 발부된다. 그리고 출석하면 영장은 효력을 잃는다. 즉, 조사 받으러 안 가면 발부되고 출석하면 실효되는 기계적 절차에 가깝다. 출석 하더라도 묵비하면 그만이므로 체포영장으로 특별히 조사상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사 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48시간 제한이 있어 구속영장 청구할 것이 아니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그렇지도 않다.

체포영장은 피의자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소환에 거부한 사람이 새삼 순순히 원하는 진술을 할 리 없다. 묵비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피의자 진술이 더해지는지 여부로 유무죄 또는 구속영장 발부가 좌우 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체포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사전구속영장’이라 한다. 즉, 체포는 구속의 빌드업 절차가 아니다.

 

형사절차상 영장체포는 딱 그 정도의 의미이다.

그렇다보니 이 절차가 다르게 이용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과거 어떤 유튜버가 긴박한 현장을 생중계 한 적이 있다. 경찰이 자신들을 잡으러 와서 문을 강제로 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잡혀 가는 이 생생한 방송으로 상당한 수퍼챗을 챙긴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잡혀간 이들은 곧 풀려났다. 마치 공권력의 탄압을 이겨낸 투사처럼 코스프레 했다. 

 

이 장면은 체포영장 제도를 활용해 만든 전형적인 공연 작품이다. 사소한 혐의라도 마냥 소환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된다. 경찰서 가서 그냥 묵비하고 와도 영장은 실효된다. 잠시 외출하고 오면 그만인 것이다. 원래 혐의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이 가중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해프닝 수준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인식에는 그저 ‘사람이 끌려가는’ 그림만 강렬히 남는다. 그것이 체포인지, 구속인지, 구인인지, 처벌인지 구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장체포를 활용한 수퍼챗 장사가 가능한 것이다.


체포가 아니라 체포쇼가 되어버린 현실 (그래픽=가피우스)

 이렇게 피조사자가 영장체포를 이용한 것도 한심하고 경악스러운 일이었는데, 놀랍게도 최근 수사주체가 이러한 쇼에 나서는 일이 발생 했다.

 

윤석렬의 계엄 이후 각 사정기관들은 앞다퉈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려 부산스럽다. 그 중 제일 두드러진 조직이 바로 공수처다. 국회에 나온 공수처장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윤석렬을 긴급체포 하라고 성화였다. 이 자리에서 공수처장은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긴급체포는 영장주의 예외이며 중대 범죄자를 우연히 조우하는 등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구인절차다. 공수처가 영장도 없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긴급체포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수다. 정확히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미지수다. 그리고 체포여부는 쟁점도 아니다. 구속영장 또는 기소가 가능한지가 핵심인데 대책도 없이 체포부터 해서 48시간 내에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 하겠는가? 민주당은 그저 윤석렬이 끌려 가는 그림을 원할 뿐 후폭풍은 알 바 아니다. 그래서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인데 공수처장이 이를 가려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막상 긴급체포를 주저하던 중 공수처장이 다시 국회에 출석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긴급체포 한다더니 왜 안 하냐고. 그 자리에서 공수처장은 법원에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한다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은근슬쩍 법원에게 부담을 돌린 것이다. 체포영장은 소환불응시 쉽게 발부되므로 집행만 하면 된다는 점, 만약 영장이 나오지 않더라도 화살은 법원을 향할 것이니 민주당의 독촉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을 보고 있자니 웃음만 나왔다.

 

어떤 체포든 48시간 한시적 구인에 그칠 뿐 형사절차상 특별한 유익이 있는게 아니다. 왜 쓸데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가? 체포로 데리고 오면 순순히 자백이라도 할거란 말인가? 민주당 주장이라면 이미 내란죄는 확실한 유죄 아닌가? 윤석렬의 입장은 이미 전국민에게 공표 되었고 계엄 현장은 생중계 되었으며 관련자들은 구속수사 또는 구속기소된 상태이다. 피의자 핑계 듣지 말고 사전구속영장 청구나 즉시 기소를 하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실익도 없는 일에 무모한 공권력만 낭비하고 있는가? 잡범들이나 하는 체포영장 쑈를 무려 공수처가 왜 공권력의 옷을 입고 답습하는가?

 

공수처가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민주당의 성화에 꼭두각시 춤을 추는 형국이다. 그저 윤석렬이 끌려가는 그림이 필요한 민주당이 무책임하게 내뱉는 말에 공수처가 휘둘리거나 동조하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체포영장 쇼를 했던 유튜버들보다 모양새가 더 우스꽝스럽다. 심지어 공권력 작동이라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체포쇼로 시간낭비 말아야 한다. 자신의 공을 세우고 싶다면 차라리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48시간 외출에 불과한 체포로 그림 만드는데 집중 말고, 시간 지나기 전에 빨리 구속영장을 청구해 정면승부 하기 바란다. 구속할 자신 없으면 빨리 기소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단죄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논리에 꼭두각시 노릇 하느라 체포쇼에 몰두하는 공수처로는 윤석렬의 운신의 폭만 넓혀줄 뿐이다. 잠시 그럴듯한 그림은 그릴 수 있으나, 기준과 명분 없는 쇼로 인한 대가는 처참할 것이다.

 

이번 체포쇼를 통해 공수처는 무능과 정치편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자 직권남용죄를 주혐의로 하여 ‘관련범죄’라는 꼼수로 수사권을 연명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으려면 내란죄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내란죄는 수사권이 없고, 그렇다고 직권남용을 강조하자니 소추권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기껏 그 존재감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 민주당의 성화에 부응한 체포쇼라는 잡수(雜手)였던 것이다. 공수처의 체포쇼는 수사가 아니라 정치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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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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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1-14 14:54:06

    공수처까지 민주당의 쇼질정치에 휘둘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민주당이 국수본과 내통하는 것 보고 공수처의 이상한 행보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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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me26782025-01-14 14:37:22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체포쇼로 시간낭비 말아야 한다. 자신의 공을 세우고 싶다면 차라리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48시간 외출에 불과한 체포로 그림 만드는데 집중 말고, 시간 지나기 전에 빨리 구속영장을 청구해 정면승부 하기 바란다. 구속할 자신 없으면 빨리 기소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단죄하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 꼴이 많이 아니네요.
    누구든 전과4범하고 엮이면 대대손손 꼴이 우스워진다는 것을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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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n_kite2025-01-13 21:54:06

    정치의 부패와 타락, 월권으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할 공수처가
    스스로 정파적·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꼴이라니..
    이재명의 사병쯤으로 전락해 국가 위기 상황에서 혼란과 불안을 가중하는
    무쓸모·오버질 空手處, 그냥 둬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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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theroof2025-01-13 17:44:23

    체포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쇼일 뿐이네요.
    공수처는 구속영장이나 청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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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gkeun22025-01-13 16:33:16

    저도 잘 읽었습니다
    체포는 의미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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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eeler2025-01-13 16:17:5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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