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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조은석 특검 구하기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14 10:38:18
  • 수정 2025-08-05 04:22:13

  • 김어준의 완벽한 변신술
  • 음모론자의 또다른 쉴드
  • 권력의 나팔수로 거듭 난 정치 유튜버들의 워너비

<그래픽 : 박주현>


변신의 기술


행여나 틀어놓은 유튜브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면 나는 화들짝 놀라 화면을 끄고 만다. 마치 갑자기 튀어나온 귀신을 본 것처럼. 그의 발언을 확인해야 할 때조차 피치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텍스트로 찾아본다. 그 채널에 단 하나의 조회수도 올려주고 싶지 않을 만큼 혐오감이 든다. 이상한 일이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이토록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김어준이라는 이름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맹신 아니면 혐오. 중간은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는 혐오의 골자기를 지나 제3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권태다.


조은석 특검 임명을 옹호하는 그의 발언을 들으면서 문득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있다. 2009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을 때의 그 사진. 조은석과 홍만표가 웃고 있던 그 순간 말이다. 권력의 무게에 짓눌린 한 사람의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검사들의 얼굴을. 그때 김어준은 그들을 뭐라고 불렀던가. 노무현대통령을 최전방에서 조롱하는데 주저하지 않던 그가 노무현의 비극적 선택 이후 검정 넥타이를 매일같이 메고 나와 뭐라고 약을 팔았던가


그리고 또 다른 장면. 한때 윤석열과 김건희를 두고 목숨 걸고 옹호하던 그의 모습도. 그때는 마치 십자군처럼 보였다. 자신의 편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용사처럼.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그 용사는 어디로 갔을까.


"냉정하게, 검찰 출신 특검을 아예 안 뽑을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이상한 떨림을 감지한다. 확신에 찬 떨림이 아니라 변명하는 자의 떨림을. 갑자기 그가 지금까지 뿌린 씨앗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황우석 옹호, 부정선거론, 천안함 음모론, 세월호 인신공양설, 미투운동 음모설, 위안부 할머니 배후설까지.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의혹을 세상에 뿌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과의 말을 들은 기억도, 일말의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더 가관인 것은 홍만표에 대한 태도 변화다. 그 웃음을 두고 얼마나 많은 독설을 퍼부었던가. 이제 와서 면죄부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 발언을 모조리 삼켜버리는 이야기 말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변신과 변절은 다르다. 변신은 성찰의 결과지만, 변절은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 시대 유튜버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회수가 곧 진실이 되는 세상에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비판자라면, 진짜 감시자라면,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그에게 여전히 기부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공당의 담론이 좌우되고, 심지어 공천까지 영향받는 민주당의 현실이다. 정당이 유튜버 한 명의 기분에 따라 움직인다니. 이게 정치인가, 연예인가.


정치를 저작거리의 3류 야설 수준으로 전락시킨 그에 대한 비판은 그저 힘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그런 김어준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상한 씁쓸함을 느낀다. 많은 유튜버들의 비판의 대상이자 또 한편으론 워너비인 모습에서. 


유튜브를 끈다. 그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방은 고요해진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 소음이 맴돌고 있다. 변하지 않은 그 지독한 웃음소리가, 그 견딜 수 없는 부조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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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7 10:53:13

    그것의 정체가 언발란스였군요.
    면상이 과학임을 알게 해주는 털튜버의 경망스러운 웃음은 해악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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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inp72025-06-15 01:32:43

    칼럼을 쓰기위해서 김어준 목소리까지 들어야하다니 극한직업이네요ㅎㅎ 과거에 자신들이 한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아무렇지 않게 하는 뻔뻔함이 이재명과 똑같네요. 저 둘이 같이 사라지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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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4 20:30:06

    김어준의 해악이 끝이 없어요
    언제나 끝이 날런지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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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4 15:51:45

    저렇게 호떡 뒤집듯 말 바꾸는 사람 말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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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4 12:33:04

    제발 어준이 좀 누가 치워줬으면...
    그거 듣는 사람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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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4 11:48:31

    한결같이  해로운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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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4 11:17:00

    김어준 같은 유튜버들이 판치는 모습을 볼 수록 정치신세계, 백브리핑, 모색과 대안 등 새미래기반 유튜브 채널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조회수, 명예, 돈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지키며 산다는 게 거의 독립운동 수준인 사회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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