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트럼프, 핵심국만 챙기고 떠났다… 한국만 없었다
G7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바빴다. 회담 일정을 하루 줄여 조기 귀국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캐나다, 일본, 영국, EU 등 핵심 동맹국들과는 모두 정상 회담을 마쳤다. 안보, 통상, 전략 협력을 주제로 주요 논의가 이뤄졌고, 일부는 후속 조치로 이어질 전망이다.
6월 16일 성남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하나 있다. 그 어디에도 ‘대한민국’은 없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와 북미 안보 및 무역 협조 문제를 재확인했다. EU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는 무역, 에너지 안보, 디지털 경제 규제에 대해 협의했다. 일본 기시다 총리와는 관세 문제 중심의 실무 대화를 진행했고, 영국과는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나눴다. 외교는 회담의 유무에서 시작된다. 초청받았다고 외교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어떤 테이블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G7에서 트럼프가 시간을 쪼개 회담을 한 나라들은 모두 그에게 전략적 의미가 있는 국가들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아무 회담도 없었다. 심지어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외교 무대에서 리더십이란, 일정이 아니라 메시지다. 미국이, 그리고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는 명확하다.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정이 조율되지 않았다”, “국익을 위한 신중한 접근”이라고 둘러댈 수 있다. 하지만 G7의 외교 무대는 쇼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G7에서 호주 총리에게 “너무 젊어 보여서 놀랐다”고 외모 칭찬을 한 것은 그날의 화제가 됐지만, 그건 외교가 아니라 잡담이다. 정작 필요한 전략 대화와 국익 교섭은 사라지고, ‘회담 없는 외교’만 남았다.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세우지 못한 외교는 상대국의 시간표에도 오르지 못한다. 트럼프가 바쁜 일정에도 주요국 정상들과 차례로 회담한 것은 한국이 왜 배제됐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말로만 ‘외교 복원’, 실제론 ‘외교 실종’인 이 정부의 현주소를.
실제로 대통령실은 회담 일주일 전까지도 트럼프 측과의 구체적 시간표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였다. 트럼프의 귀국 일정이 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회담 무산’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애초부터 일정이 유동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더 빠르고 강한 외교적 시그널을 쐈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이마저도 놓쳤다.
결국 외교의 냉혹한 원칙이 드러난 것이다. 중요한 나라와는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게 돼 있다.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보다 명확한 국제 메시지가 어디 있는가. 이 정부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