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참관국’ 자격이라 그런지 외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G7 외교무대 데뷔에 대한 유의미한 기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6월 18일 현재 시간으로 단 하나, 호주의 주요 언론은 한국의 새 대통령과 호주 총리의 만남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미국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 ‘뉴스코프’의 자회사로 호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웹사이트인 news.com.au는 ‘South Korean President Lee Jae-myung’s zing on Anthony Albanese at G7 meet (한국 대통령이 G7 회의에서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를 향해 재치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라는 기사에서 한.호 양자회담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부제목으로는 ‘The South Korean President has delivered a cheeky jab to Anthony Albanese ahead of their meeting on the sidelines of the G7 Summit.(한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서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를 향해 가벼운 농담(도는 유쾌한 도발)을 던졌다)고 전했다. 어제 양자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알바니지 총리에게 ‘젊고 잘생겼다’ 라고 말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 들었던 것 보다 훨씬 젊고 잘생기셨네요 ㅠㅠ 대한민국 국격 살려. (사진: news.com.au)
기사 제목에서 'zing on'은 '상대를 말로 가볍게 꼬집다, 공격하다' 는 의미이다. 부제목에서 ‘cheeky jab’ 은 그 문장 안에서 ‘가벼운 농담’, ‘유쾌한 도발’ 정도로 해석되는 것이 중립적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부정적인 평가’의 뉘앙스를 풍긴다. 'cheeky' 는 ‘건방지지만 귀엽거나 유쾌한 느낌’을 표현하며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에서 허용되는 분위기를 표현한다. 말로 툭 찌른다는 뜻의 'jab' 또한 공식적인 외교대화 자리를 설명하는 표현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기사 본문 첫 줄, 'South Korean President Lee Jae-myung has delivered a humbling blow to Anthony Albanese, claiming the Prime Minister was much younger and better-looking than he sounded(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가 자신의 목소리보다 훨씬 젊고 잘생겼다고 말하는 humbling blow 를 했다) 역시 거슬리는 대목이다. 'humbling blow'는 '자존심을 꺾는 일격', '굴욕적인 타격' 정도로 해석된다. 외모와 나이를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무례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알바네즈 호주 총리의 만남을 전한 news.com.au의 기사.
기사는 명시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 고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상 간 회담에서 저런 말을 했다’ 는 것을 굳이 제목으로 쓴 것 부터가 비판이며 정상간 대화를 전달하는 표현과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했음을 전하고 있다.
서구권, 특히 영연방 문화권의 공적 대화에서 외모나 연령에 대한 언급은 칭찬이라 할지라도 금기로 여겨진다. 우선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다. 나이와 노화, 외모에 대한 감정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자칫 병력이나 건강 문제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져 큰 실례가 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칭찬이라고 해도 외모나 젊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성별, 인종, 연령에 대한 ‘차별’로 오해될 수 있다. 게다가 공식적인 대화에서 그런 언급을 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고 공적 대화에 임할 준비가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호주 언론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지나치지 못한 이유다.
G7이나 APEC, ASEAN 등 수많은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회담에서의 정상간 만남은 철저한 사전조율과 학습, 현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한 편의 짧은 쇼다. 만남 직전까지 정상들은 상대국 정상에 대한 상세한 정보(주재공관과 해외정보망을 통해 차마 공론화하기 어려운 내용까지도 다 파악한다), 양국의 교류 현황, 당장 해결할 현안 의제들을 말 그대로 달달 외우게 된다. 회담장에서는 상대국을 적절히 띄워주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짦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모두발언과 예상 대화, 문답을 준비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G7을 위해 그런 준비를 했으리라 믿는다. ‘젊고 잘생겼다’ 는 말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예정된 발언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처음 만난 해외정상과의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이 대통령 나름의 임기응변, 선의의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외교의 대화 프로토콜에서 ‘젊고 잘생겼다’ 는 아무리 좋게 본다 해도 이례적이었고 너무나 ‘cheeky’ 했다.
호주는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이다. 기후변화, 경제 협력, 에너지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 모두 중견 민주주의 국가로서 심화되는 미,중의 대립 구도 속에서 안보, 외교 다변화를 위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서로가 필요한 입장이다. 이런 나라 정상과의 첫 만남에서 적절한 다른 말로 '아이스 브레이킹’ 할 수는 없었을까. ‘젊고 잘생겼다’ 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앞으로 외교무대에서 활동할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해 본다.
“호주의 최근 재생에너지 투자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총리님의 리더십이 인상적입니다.” - 정책에 대한 찬사
“호주가 아.태 지역에서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외교적 성과에 대한 찬사
“총리님 목소리를 전화통화로 들었을 때도 신뢰감이 들었지만 직접 만나뵈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 외모나 연령에 대한 평가가 없는 긍정적 인상평
에휴. ㅠㅠ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에휴 모지리도 이런모지리가 있나 ㅠ
이제부터 호주언론 악마화 작업 들어가겠네요
변호사, 시장, 도지사 등을 지내면서 주로 조폭들을 상대해서 그런가? 미디어에 노출된 영상을 보면 한참 떨어지는 말의 품격은 물론 천박한 언행과 마인드가 다 보입니다. 그런데 저런 인간을 찬양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식인들은 뭘 보고 그런 건지... 뇌가 병들었거나 떨어지는 떡고물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정도는 앞으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단 예감이
외교는 정부 초기인데도 하는 짓들 보니 아무 기대가 안 드네요
그러면 그렇지 싶기도 하고 국제 호구 잡힐까 걱정도 되고
10년을 준비했다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무능한 당선호소인 때문에 국민들만 힘들어지네요.
준비하려는 성의도 국익을 위한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교민들이 참 민망하고 부끄러울 것 같네요. 소양 부족, 교양 없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