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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모교 칭화대가 학위를 남발한 이유?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6-20 09:14:03
  • 수정 2025-06-20 0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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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가 '로비 학위제'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
  • 칭화대 출신 총리가 불러올 외교 참사

김민석 모교 칭화대가 학위를 남발한 이유? (이미지 : AI 생성)


칭화대 총리와 신냉전의 아이러니


김민석이 나왔다는 그 칭화대 말이다. 서구 언론들이 몇 년째 파헤치고 있는, 그 악명 높은 '소프트파워의 전진기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7년 포브스가 직격탄을 날렸다. 칭화대가 옥스퍼드의 로즈 장학금을 모델로 삼아 멘토형 장학 프로그램을 신설했으며, 이 과정에서 '친중 인재' 양성 의도가 명백하다는 것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슈워츠만 스칼라스(Schwarzman Scholars)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등 주요국의 차세대 리더들을 베이징으로 끌어들여 '중국 내러티브'를 전파하고 외교적 로비에 활용한다는 분석이었다.


<사진 = 디플로맷이 밝힌 칭화대 관련 기사 캡쳐>


디플로맷(The Diplomat)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칭화대의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체계적인 소프트파워 전략이라고 못 박았다. 호주 로위연구소는 더욱 적나라했다. 일대일로 참여국 출신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중국 모델' 전파와 현지 엘리트 로비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차이나 데일리는 서아프리카 기자들을 초청해 자금과 교육, 미디어 네트워크까지 제공하며 중국 우호적 여론 조성에 나선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들 언론이 지적한 핵심은 명확했다. 비중국인 전용 영어 과정의 입학·졸업 요건을 의도적으로 낮춰 외교관과 관료들을 유치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친중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바로 그 '로비용 학위제'의 산실에서 나온 인물을 총리로 앉히려 한다.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말이다.


웃긴 건 우리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윌슨센터의 2019년 보고서는 칭화대를 포함한 중국 주요 대학들을 '문화적 소프트파워의 침투 기지'라고 규정했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23년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의 엘리트 장학금 프로그램을 '영향력 공작의 핵심 도구'로 분류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 스스로 2025년 외교부 발표에서 "교육 교류를 통한 소프트파워 강화"를 공식 전략으로 천명하지 않았나.


사실 김민석 개인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가 베이징에서 무엇을 배웠든, 어떤 논문을 썼든, 누구와 술을 마셨든 그건 그의 자유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였고, G2 파트너십이 회자되던 시절 아니었나.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딜레마


김민석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이력도 사실 그리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이곳은 워싱턴에서 '중국 동조자 양성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중국 대사 사페이가 케네디스쿨에서 강연하던 중 한 학생이 '중국은거짓말'이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가 중국 교환학생에 의해 물리적으로 제지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항의 학생이 오히려 대학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미 의회는 하버드가 "중국 공산당과 공모해 미국의 첨단 기술에 접근하고, 미국 내 중국 비판을 억압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심지어 미 의회 공화당 의원들과 중국 관리들 사이에서는 케네디스쿨을 '파티 스쿨(Party School)'이라고 부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공산당 간부들의 재교육 기관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2025년이다.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패권 다툼, 가치관의 충돌로 번져나간 지 오래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중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동맹국들에게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때 칭화대와 케네디스쿨을 모두 거친 총리라니. 워싱턴 정가에서 보면 이보다 더 완벽한 레드 플래그 조합은 없다.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경제부터 안보, 문화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 그런 미국이 '친중 총리'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하면 게임은 끝이다. 이재명 정부 전체가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정말 아이러니다. 이재명대통령은 그토록 '실용 외교'를 강조해왔는데, 정작 총리 인선에서는 가장 비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칭화대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케네디스쿨까지 더해져서 하필 지금 같은 시기에 말이다.


뉴욕타임스가 2013년 슈워츠만 장학금 출범을 보도하며 "새로운 로즈 장학금의 탄생"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하드한 현실과 마주하다"라는 제목으로 칭화대를 포함한 중국 교육 외교의 한계를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더 직설적이었다. 2020년 "베이징의 엘리트 사냥"이라는 기사에서 칭화대 장학금 프로그램을 '전략적 투자'라고 규정했다.


이런 보도들이 쌓여가면서 서구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때 '문화 교류'로 포장되던 것들이 이제는 '영향력 공작'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10년 전 감각으로 살고 있다.


비행기표의 물리학


그런데 정작 더 황당한 건 김민석의 시간 관리법이다. 누구나 손쉽게 동네 동사무소에서 뗄 수 있는 출입국 사실확인서를 외면하고 엑셀파일까지 준비한 정성은 가상하다. 하지만 아침 7시 회의에서 8시나 9시 비행기를 탄다고? 이건 콜택시도 아니고 전세기는 더더욱 아닐텐데 말이다.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라면 안다. 아무리 짐이 없어도 체크인부터 보안검색, 탑승게이트까지의 여정은 최소 1시간은 잡아야 한다. 국제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김민석이 주장하는 '아침 7시 회의 → 8시 9시 비행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순간이동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가.


더 재미있는 건 대중들의 인지력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점이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최고위를 연다는 건 단순히 몇 명이 밀실에서 수군거리고 끝나는 게 아니다. 기자들이 대기하고, 현안을 논의하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회의 후 브리핑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니 기자들 출근 시간을 고려해서라도 9시는 되어야 한다. 상식이다.


결국 김민석의 '7시 최고위' 주장은 기록으로도, 상식으로도 맞지 않는다. 칭화대에서 배운 게 이런 창의적 시간 관리법이었나 싶다. 아니면 베이징 시차에 아직 적응을 못한 건가.


이래저래 김민석 총리 후보는 참 독특한 인물이다. 지정학적으로는 가장 민감한 이력을, 시간 관리로는 가장 비현실적인 주장을 들고 나왔으니 말이다. 신냉전 시대의 총리감으로는 영 부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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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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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22:30:21

    와 칭화대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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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6-20 22:02:45

    오 칭화대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균형잡힌 시각으로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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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19:36:49

    중국의 은밀하며 치밀하고 계획적인 중국화 Sinicizing이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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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17:47:14

    항상 옳은 말 바른 말 해주시는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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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6-20 14:08:51

    입체적 해석, 넘 재밌는 칼럼이어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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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by092025-06-20 11:37:37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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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11:11:03

    그러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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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7772025-06-20 10:39:48

    항상 맞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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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10:11:30

    엘리트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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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09:47:14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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