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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대통령들만 '하이힐'을 신는다
  • 카타리나타 기자
  • 등록 2025-06-20 11:00:05
  • 수정 2025-06-20 1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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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위주의 국가의 독재자, 독재성향 리더들일수록 자신의 키와 외모에 집착한다
  • 권력자의 외모 꾸미기는 민주주의에 위험한 신호
  • 히틀러, 김정일, 푸틴도 키높이 구두를 신고 개인숭배를 조장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키높이 구두를 신는 것은 외모의 단점을 보완하는 행위에 머무른다. 그러나 키높이 구두를 신는 사람이 정치권력자라면 어떨까?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 correctness)’ 개념은 아니지만, 비지니스의 현장에서 큰 키와 체격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강한 이미지로 간주되어 왔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지 포츈 500 CEO 들의 평균 신장은 일반 남성보다 7.6cm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심리학자들 또한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키 큰 남성들이 지능, 리더십, 자신감이 더 있는 것 처럼 느낀다’고 지적한다. 

결국, 키높이 구두를 즐겨 신는 사람이 한 국가의 정치 리더라면 그것은 외모 꾸미기 이상의 전략적 의미와 목적을 갖는다. 


권위주의 국가의 독재자들,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도 개인의 권위를 내세우는 독재자형 리더들은 ‘키를 커 보이게 하는 것’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 전략으로 삼는다. 권력자의 외모 꾸미기가 두드러지는 것은  민주주의에 위험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전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재벌 출신이었다. 항상 자국산 최고급 맞춤수트를 즐겨 입고 총리 재직 중에도 수많은 여성들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그도 유럽 남성 평균에 비해 작은 키(165cm)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의 키높이 구두 사랑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이탈리아의 한 키높이 구두 브랜드는 아예 ‘베를루스코니의 엘리베이터 슈즈’ 를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대통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안팎으로 곤란을 겪은 경우다. 역시 165cm 신장이었던 그는 재임 중 재혼한 슈퍼모델 출신 아내 카를라 브루니(178cm) 와의 키 차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브루니 여사는 남편과 동행할 때는 플랫슈즈만을 신었다. 키에 대한 사르코지이 집착이 얼마나 집요했던지 그는 연설 할 때 반드시 단상 뒤에 받침대를 놓고 올라 서서 키를 더 커 보이게 했다. 현장 시찰을 위해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비서실에서 일부러 키가 작은 직원들을 선별해 대통령의 뒤에 서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발 받침대 위에 서서 연설하는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어이없게도, 거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굽이 있는 구두를 신는다. 그것이 드러난 계기 또한 극적이다. 2024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받았을 때다.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의해 들려 나가는 와중에도 구두를 챙기라고 소리쳤는데 이 과정에서 구두 속의  깔창이 날아가는 것이 몇몇 영상에 포착된 것. 190cm의 거구가 왜 깔창이 필요할까? 미국 언론들은 고령(70대 후반) 으로 인한 신장의 감소, 옷을 입었을 때 비율을 더 좋아보이게 하기 위해 깔창을 착용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깔창 착용을 의심케 하는 사진. 상체가 크고 다리가 얇은 체형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추정.(사진: 핀터레스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키높이 구두 사랑도 익히 알려져있다. 168cm인 그는 공식 행사장에서 거의 발목이 꺾일 듯한 높은 구두를 신고 걷는 것이 포착되어 서방 언론의 기사감이 되었다. 정치적 반대파를 철저히 통제하는 러시아지만 푸틴의 키높이 구두 사랑은 러시아 내에서도 종종 조롱의 주제가 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밈(Meme) 이 되어버린 키높이 구두 신은 푸틴 사진 모음. 

키높이 구두를 애용한 리더 중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예는 바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다. 그는 보통 10cm 이상의 과감하게 높은 굽의 부츠를 즐겨 신었다. 김위원장을 분석한 외신에 따르면 그는 운동화를 신을 때도 속굽이 상당한 디자인을 즐겨 신었다고 한다. 구두 굽이 얼마나 높았는지 그가 즐겨입는 인민복의 통 넓은 바지 밑으로 발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였다. 


높은 굳의 구두를 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운동화도 속굽을 넣은 특수한 제품을 신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일의 키높이 구두 애용은 권력처럼 자식에게 세습되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담 때 속굽이 있는 구두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것. ‘비지니스 인사이더’, ‘더 텔레그라프’ 등의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구두 모양을 분석하며 그의 구두가 2.55cm 정도로 키를 크게 보이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재국가나 왕조국가에서는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충성심을 일으키기 위해 정치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Cult of personality) 분위기를 조성한다. 리더의 능력, 외모, 인품을 미화하고 과장한다. 대를 이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숭배를 넘어 그들의 가족과 출생지까지 ‘신성시’ 되고 있다. 과거 리비아의 카다피, 쿠바의 카스트로도 괴팍한 성품이나 시가를 문 이미지가 대단한 장점인 것 처럼 포장되었다. 그들은 권력자의 강인한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편력이 부각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한 리더에게는 필요없는, 아주 번거로운 홍보 전략이다. 


이러한 이미지 전략은 단순히 지도자 개인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권위주의적 체제를 국민 다수에게 설득시키고 권력의 약점을 가리며 반대파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리더십이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언론과 대중의 입은 이미 선전된, 지도자의 '특출난 미덕들'로 틀어막는다. “우리 대통령(또는 총리, 지도자 동지) 이 저렇게 훌륭(키가 크고, 머리 숱이 월등히 많고, 성품이 온화하고, 모르는게 없으시고, 가랑잎으로 돛단배를 만드는데) 한데 감히 반발하다니!” 라면서 말이다. 북한의 세습독재 3대와 히틀러가 그랬던 것 처럼.


이미지 정치의 효용을 적극 이용했던 히틀러. 디자이너 휴고보스에게 독일군복을 디자인하게 하고 항상 속굽이 있는 부츠를 신어 키를 커 보이게 했다. (사진: 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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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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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0 11:31:00

    저정도  하이힐이면 허리디스크,거북묵,무지외반증으로 고생길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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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urquoimoi2025-06-20 11:15:58

    모두 모두 허릿병과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했을 듯 또 누군가는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듯. 무릎 못 굽히고 어기적거리며 걷는 게 사다리 타기 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재미 있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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