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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지고, 안 가도 지는 나토 딜레마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6-20 16:31:13
  • 수정 2025-06-20 16: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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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째 '검토 중', 시간은 없고 답은 더 없다"


진퇴양난의 미학


6월 20일 오후까지도 청와대 관계자는 여전히 나토회의 참석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벌써 열흘째 같은 "검토중"이다. 24일이면 정말 코앞아닌가? 이상하다. 평소라면 진작 결정이 났을 텐데.


사실 답은 뻔하다. 트럼프와의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축소된 회의 일정 속에서 대통령 간 만남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참석하면 왕따가 되고, 불참하면 더 큰 손해다. 외교의 룰렛이 모두 빨간색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은 이미 우리를 '친중 국가' 목록에 올려놓았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반도체 동맹에서의 미적지근한 태도, 중국과의 무역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이재명의 '셰셰' 발언이다. 중국어로 감사하다고 인사한 그 순간, 워싱턴의 한국 데스크는 집에서 소주를 마셨을 지 모른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이력서를 보라. 칭화대학교 출신에 하버드 케네디스쿨까지. 완벽한 중미 교차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중 스파이' 같은 느낌일 것이다. 누구 편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을 총리로 앉혀놓고, 나토 회의는 빠지겠다?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코미디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이번 회의까지 트럼프와의 양자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모양새도 심히 빠지지만, 이건 정말 국민들 사이에 미국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다행히 양자회담이 성사된다해도 냉랭한 분위기에서 인사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자칫하면 트럼프에게 공개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 중국과의 거리두기, 방위비 분담 재협상, 우크라이다 무기지원에 아마도 사드 추가 배치까지. 그렇다고 대놓고 불참하면 '무정부 취급' 당할 각오를 해야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둘 다 손해인데, 어느 쪽이 덜 손해인지 계산하는 것도 우울하다.


하지만 결론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럴 때일수록 가야 한다. 안 가면 정말 대놓고 찍힌다. 관세로 신음하는 중소기업을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무대다. 하지만 간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트럼프를 못 만나도 망신이지만, 만난다해도 공개 석상에서 한국의 입장을 압박할 것이다. 마이크 앞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겠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상상하면 위가 아프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좋은 타이밍이 없다. 가도 지고, 안 가도 진다. 그래서 계속 "검토 중"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서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스크래치 복권을 긁는 심정이다.


기적은 오지 않는다. 외교에서 미루기는 답이 아니다. 차라리 가서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말하는 게 낫다. 


어차피 친중 낙인은 이미 찍혔다. 이제는 그 낙인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의 문제다. 손해를 보더라도 멋있게 보자.


6월 20일 밤, 대통령실 불빛이 유독 밝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지금도 회의 중일 것이다. "검토 중"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답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정답은 없다. 덜 나쁜 선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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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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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6-20 20:59:25

    에구~ 외교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아는지 모르는지.
    진퇴양난 상황에까지 오게 됐다니, 답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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