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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과 연좌제의 만남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6-21 06:16:06
  • 수정 2025-06-21 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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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의 유산증여를 두고 정치적 스폰서라는 민주당
  • 21세기에 부활한 연좌제, 그 끔찍한 진화의 현장

<사진 = 강득구의원의 발언을 전한 뉴스 캡쳐>


강득구 의원이 연단에 오르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는지도 모르겠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변호하려던 그는 곧 한국 정치사에 지워지지 않을 얼룩을 남기게 될 참이었다. "주진우 의원이 아버지로부터 공안검사 DNA를 물려받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국회 기자회견장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1970년대 어느 법정의 냄새가 났다고 해야 할까.


DNA. 참 기막힌 단어 선택이었다. 과학의 옷을 입혔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 연좌제의 독기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21세기 민주당 의원이 스스로를 독재정권의 후예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공안검사 DNA를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렸다. 강득구 의원이 빅 브라더는 아니지만, 그가 사용한 논리의 구조는 놀랍도록 유사했다. 인간의 사상과 행동이 혈통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 1986년 민교투 사건을 들고 나와 주진우 의원 아버지 주대경 전 검사를 거론하며 "범인을 정해놓고 의도한 대로 수사해 단정 짓는 기질까지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일이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이런 발언이 바로 민주당 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과거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의 가족까지 연좌제로 탄압받았던 기억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을 정치세력이, 이제는 그 논리의 계승자가 되어 연단에 서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강득구 의원의 창의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진우 의원 아들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증여를 두고 "조부 찬스를 누린 것"이라며 "스폰서"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가족제도에 대한 그의 철학이 드러났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걸 정치적 후원과 동일시하는 발상. 가족 간의 사랑과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강득구 의원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교육비, 용돈, 따뜻한 밥, 심지어 사랑까지도—정치적 후원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또한 스폰서의 혜택을 받은 셈이니 정치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주진우 의원은 이미 이에 대해 차분하게 반박했다. "아들 재산은 전액 고령인 조부가 증여한 것으로, 증여세를 완납했고, 영수증도 모두 갖고 있다." 합법적 절차를 모두 거친 정당한 증여였다. 증여세 영수증이라는 명확한 물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더 이상 사실에 기반한 비판이 아니다. 정치적 마녀사냥이다.


민주당의 선택적 도덕주의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이 평생 수입 4억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8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박수영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배소현은 2010년부터 성남시청과 경기도청 등에서 계약직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총급여가 세전 3억 6700만원 정도였는데, 수원 광교 상가주택 35억원, 잠실 아파트 28억 5000만원, 정릉 아파트 8억 2500만원, 분당 아파트 7억 4500만원 등 총 79억 200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가 20배를 넘나드는 이 기묘한 수학에 대해 민주당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반면 할아버지로부터 합법적 증여를 받은 주진우 의원의 70억원 재산에 대해서는 "의혹 덩어리"라며 연일 공격을 퍼붓는다. 10억원 차이가 도덕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정치적 진영 논리가 숫자의 의미까지 바꿔버리는 걸까.


정작 옹호불가능의 영역까지 가버린 김민석 후보자 자신의 재정 상황은 미스터리로 남아 그 어떤 증거도 논리도 못 내미는 한심한 상황 아닌가. 그는 2018년 4월 11명에게서 1억 4000만 원을 빌렸는데, 이 중 4000만 원은 과거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강 모 씨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한 번 불법 정치자금을 준 사람이 다시 돈을 빌려주는 상황. 우연일까, 아니면 지속적인 관계일까.


더 흥미로운 건 김 후보자의 가계부다. 최근 5년간 공식 수입은 의원 세비 5억 1000만원이 전부였는데, 같은 기간 지출은 최소 13억원에 달했다. 5억으로 13억을 쓴다는 것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작은 주머니에서 큰 코끼리를 꺼내는 마술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신비로운 산술에 대해 강득구 의원은 어떤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혹시 김민석 후보자에게는 돈을 무한증식시킬 수 있는 특별한 DNA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DNA는 어디서 물려받은 것일까.


게다가 얼마 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음담패설과 하객만 900명이 참석한 스몰웨딩(?)의 주인공인 이동호 씨의 입담과 도박중독은 김혜경여사의 DNA인가 아님 이재명 대통령의 DNA인가?


강득구 의원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가 거울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거울 속 괴물이 된 건지 헷갈린다. 과거 독재정권의 연좌제 논리를 그토록 비판하던 세력이 이제는 그 논리의 실행자가 되어있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에서 그려낸 뒤바뀐 세상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스스로를 드러내고 검증할 자신이 없다면 그만 인사청문특위 위원에서 물러나라"고 주진우 의원에게 던진 그의 말은 정확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작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김민석 후보자와 그를 옹호하는 민주당 자신들이 아닐까.


정치는 결국 신뢰의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중잣대와 막말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 자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고 속은 완전히 비어버린 달걀이 될 것이다.


강득구 의원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똑바로 볼 날은 언제 올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거울이 얼마나 더럽혀져 있는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거울을 닦는 일은 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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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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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21 08:54:54

    수령이 패륜아이니 아랫것들도 따라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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