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군사독재의 트라우마가 짙게 드리운 단어다. 독재자의 상징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선택한 비상계엄은 독재자 선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툭하면 탄핵을 추진해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검사들을 탄핵하는 등 사법기능까지 뒤흔들어 윤 대통령을 화나게 한 부분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맞대응 수단이 완전히 틀렸다. 대통령이 가진 권한으로는 입법독재에 맞서는 수단이 별로 없어서 찾은 게 비상계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도 있다. 말이 안된다고? 민주당의 숱한 탄핵 발의는 말이 되는가? 대부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고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도 합헌적이고, 합법적 맞대응 수단을 활용해야 했었다.
비상계엄 사태는 6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이제 남은 건 책임이다. 잘못된 수단을 선택한 책임은 자진하야, 탄핵, 임기단축 개헌 후 퇴진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게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은 탄핵을 선택했다.
이재명의 성급한 축포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며 당선 무효의 시간을 기다리던 이재명 대표에게는 조기대선이 유일한 구명줄이다.(구명줄인지 아닌지도 사실 불명확하다. 법원이 법대로 처벌한다면 구명줄이 아니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 전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자신의 유죄를 무죄로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내년 6월이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탄핵의 최대 걸림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성급하게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탄핵소추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이재명 대표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당선무효되기 전에는 탄핵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당론으로 탄핵 불가 입장을 정했다. 성급한 탄핵 추진이 국힘당의 결속을 불러왔다. 당장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 위법이라고 선언했던 한동훈 국힘당 대표조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던 우상호 당시 원내대표도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 우 전 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에도 속마음으로는 탄핵 사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처럼 당론으로 묶어버리면 못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냥 발의만 해놓으면 압박인데, 그런 압박은 이겨낼 수 있다. 여당 의원 스스로 헌법 기관으로서 판단하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검사 탄핵하듯이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탈표 기대하기 힘들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016년에 했듯이 국힘당 의원들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압박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보편적인 국민 여론에 동참하라는 의미에서 설득 작업이 일부 성과가 있었다.
2016년 11월 15일 박근혜 특검법을 발의할 당시 민주당의 물밑작업과 국민 여론의 힘으로 새누리당 의원 49명이 동참했다. 11월29일에는 새누리당 비주류와 비박계가 '조건없는 탄핵 동참'을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12월3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탄핵 찬성 여론은 80%를 돌파했다. 광화문 광장 등 전국에서 223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12월8일 새누리당에서 무려 62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다.
2024년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이 무르익기도 전에 탄핵안을 발의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기는커녕 감사원장과 검사들 탄핵안도 밀어부쳤다.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가중시켰다. 이에 국힘당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표명했다. 2016년과 같은 이탈표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2016년에는 문재인과 안철수
2024년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탄핵이 가결되면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인이 있기 마련이다. 2016년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 주자로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사법리스크도, 도덕적인 큰 결함도 없었다.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를 대신할만한 자격을 갖춘 정치인들이었다.
2024년 지금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사람이 이재명 대표다.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이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그것도 단순한 벌금형이 아닌 중형이라 할 수 있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재판이 진행중이고, 새로운 범죄혐의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처럼 보편적인 애국심을 가진 시민들의 촛불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당리당략을 떠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대통령의 행위를 응징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찜찜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광장에 나갈 마음이 사라지는 시민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성급했다. 최소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서 보편적인 탄핵 찬성 여론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국힘당 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추진했어야 했다.
거기에다 탄핵소추를 핑계로 이재명 대표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특권을 누리려는 사고를 보여주었고, 조국 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대법원 판결 선고를 늦춰달라는 어이없는 요청까지 했다. 이렇게 탄핵을 추진하는 세력 스스로 정략적인 의도를 내비친 상황에서 223만명이 촛불을 들었던 2016년을 재현할 수 있을까? 탄핵 여론이 80%를 뚫을 수 있을까? 국힘당의 반란표를 기대할 수 있을까?
힘들어보인다.
이 기사에 1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대표기관 꼬라지 하고는... mz세대들한테 뭐라하지 말아라. 나이먹고 저리 무능하고 답도없는것들한테서 뭘 배웠겠냐!
어설프게 궁금했던 내용이 해소되었습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님 기사 나이스하네요!!
성급한 축포, 탄핵의 걸림돌 훠우
권순욱 스나이퍼 글 찰지고 맛있어 정말
웰컴 백
전과범 먼저 치우고 탄핵해도 늦지 않다...
이미 일은 저질러 버렸고, 실패로 끝났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아무리 윤대통령의 실정과 내란에 대한 분노는 치밀지만, 그날처럼 광화문에 나가진 않을 겁니다.
이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방관자가 되려 합니다.
기사 논리적이고 읽기에 어렵지 않아 좋습니다!
탄핵 가결 안 되겠지만
억조조만의 하나 탄핵 될까봐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재명 때문일 겁니다.
이재명 정계 퇴출 전 윤석열 탄핵은 없어야만 합니다.
503때는 뒤이어 받을 사람이 문재인이라는 안정감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도 나왔던 거 같은데 지금은.......
이 시국에 숨기지 못하고 삐져 나오는 천박 한 웃음..풀메이크업에 머리손질 속내가 드러나 보여 더 역겹고요
네 맞아요 광화문광장 집에서 30분 거리지만 막산이 좋은 일 시키기 싫어 촛불 안나갈겁니다.
이재명은 尹탄핵의 목적이 자신의 방탄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임을 증명하면 된다. 모레 표결 있기 전에 국힘에 제안하라. "탄핵에 협조해 준다면 나는 당대표직, 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ㅋㅋ
우선 순위 전과4범 이재명 치우기부터라고 생각됩니다.
더 악질이고 더 나쁘니까요.
다들 탄핵 어려울거라고 전망하더라구요
민심도 박근혜 국정농단때처럼 뜨겁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