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개별적으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종 궤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07 16:43:06

  • 통일교 자금 수수 논란과 민주당의 인지 부조화

백승아 원내대변인백승아 원내대변인 (서울=연합뉴스) 

"돈에는 냄새가 없다."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세(稅)를 신설하며 남긴 말이다. 오물 구덩이에서 나왔든 향수 가게에서 나왔든, 국고에 들어오면 그저 교환 가치를 지닌 금속 덩어리일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


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엔 돈에 '색깔'을 입히는 기이한 연금술사들이 산다. 똑같은 종교 단체의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도, 어느 당의 주머니로 들어갔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 남이 받으면 ‘국기 문란 뇌물’이고, 내가 받으면 ‘순수한 후원금’이 되는 식이다.


최근 민주당이 통일교 자금 수수를 인정하며 내놓은 해명은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뻔뻔함의 극치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후원은)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는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고려나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 문장은 논리라기보다 차라리 말장난에 가깝다. 도둑질은 했지만, 떼강도처럼 조직적으로 턴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라는 기적의 논리다. 행위의 본질인 '부적절한 유착'은 증발시키고, '전달 방식'이라는 껍데기만 붙들고 늘어지는 꼴이 꽤나 우스꽝스럽다.


상황을 복기해 보자. 현재 이재명 행정부는 '정교분리'를 헌법적 대원칙이라며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일본 사례까지 들먹이며 통일교와 엮인 야당을 해산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법정과 특검 조사실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어떤가. 민주당 의원들이 가평 천정궁까지 찾아가 교주를 알현하고, 현금 뭉치와 고가의 시계를 받아 챙겼다는 진술이 나왔다.


상식적인 세계에서 이런 행위는 '스캔들'로 분류된다. 자신들이 '사교(邪敎)'라며 척결 대상으로 삼은 집단의 안방에 들어가 넙죽 절을 하고 떡고물을 받아온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당당함을 넘어 오만하다. 야당이 받은 돈은 '조직적 범죄'이고, 자신들이 받은 돈은 '개별적 일탈' 혹은 '관행'이란다.


이것은 단순한 이중잣대가 아니다. 집단적 인지 부조화가 빚어낸 코미디다. 그들의 논리 구조 속에서 민주당은 일종의 무균실이다. 더러운 돈도 그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간 성스러운 자금으로 세탁된다고 믿는 듯하다. 기업이나 종교 단체가 보험용으로 양쪽에 돈을 뿌리는 건 여의도의 오래된 구습이다. 그런데 한쪽은 그 돈을 '헌법 파괴의 증거'로 몰아붙이고, 자신들은 입을 싹 닦으며 "우리는 방식이 달랐다"고 강변한다.


특검의 행태 역시 흥미롭다.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리는 대신, 한쪽 눈만 뜨고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관련 진술이 나오면 "교단의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황급히 덮는다. 야당을 향해서는 현미경을, 여당을 향해서는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는 격이다.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다.


국민이 느끼는 건 분노보다는 피로감이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보다, 그 잘못을 합리화하는 방식이 너무나 조잡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착한 후원, 네가 하면 나쁜 유착"이라는 이분법은 이제 정치 논리가 아니라 일종의 병적인 신앙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을 '비범한 인간'이라 믿으며 살인을 정당화했다. 지금 민주당의 논리가 딱 그렇다.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한 '선민(選民)'이기에, 같은 돈을 받아도 그 의미가 다르다는 착각. 그 오만함이 법치마저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자.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친 자가 "나는 저 테이블처럼 단체로 먹튀한 게 아니라, 혼자 조용히 먹고 튀었으니 무죄"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2-10 13:01:31

    대단하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17:09:41

    사람들 맞나? 도덕성이 없으면 짐승이라한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08 13:45:46

    단체로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무너져지고 있는 거겠지요.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2-08 02:24:21

    너무 당당하게 말하길래 후원 밝혀지기 전에 말한 줄
    이렇게 또 민주당을 알면서도 속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7 21:53:00

    얘네들 정신감정 진심 해보고 싶다.
    화성인들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금수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7 18:09:18

    더불어당 쓰레기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7 17:48:40

    범죄도 진화하는군요
    특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뻔뻔함까지 묻어 범죄가 선행으로 둔갑한다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대장동 환수 '첫 관문' 뚫었다… 성남시 vs 대장동 일당 '자산 동결' 속도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수익 환수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 재판을 통한 국고 환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성남시가 민사적 수단을 통해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5,600억 원대 자산 동결 작전이 법원의 첫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서울중앙지법은 3일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정영학 회계사...
  2. "청탁 실패했으니 무죄?"... 박수현 대변인의 궤변 더불어민주당이 문진석-김남국 문자 파동을 덮기 위해 내세운 방어 논리가 국민적 공분을 넘어 법치주의 자체를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선 김수현 민주당 대변인의 입에서 나온 해명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궤변의 2025년판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김수현 대변인 "범죄 성..
  3. 대통령의 '하루살이 경제관'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시장(市場)의 신호등이다.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말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기업은 재고를 조절한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강조하면 돈의 흐름이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의 언어는 천금의 무게를 가져야 하고, 바위처럼 일관되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
  4. 새민주당 "장경태, '무고 호소인' 코스프레 멈추고 사퇴하라"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진실 공방'을 넘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새미래민주당이 장 의원을 향해 "후안무치"라며 즉각적인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5일 새미래민주당 이미영 여성위원장(최고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 의원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6. 김남국은 떠났지만, 아무도 '끝'이라 믿지 않는 이 촌극 패션계엔 '디스트레스드 룩(Distressed Look)'이라는 장르가 있다. 멀쩡한 새 옷을 일부러 찢고 문질러 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법이다. 공장에서 막 나온 청바지에 인공적인 세월의 때를 입히면 값은 두 배가 된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것은 '연출된 낡음'일 뿐, 진짜 역사가 담긴 빈티지는 아니다.최근 용산 대통령실을 발칵 뒤집...
  7.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8.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9.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10. 민주당이 '쌍끌이 악법' 밀어붙인 이유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어이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내란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것은 사법 시스템 파괴이자 입법 독재"라고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지만,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민주당에는 판사,...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