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 김선
  • 등록 2025-12-07 23:04:14
  • 수정 2025-12-09 15:28:05

  • 정의로운 이미지로 각종 정부행사에 참여했던 배우 조진웅
  • 대통령과 나란히 한 그를 보며 피해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 법적 처벌을 받았으니 끝? 피해자의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부터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추모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던 우원식 의원 등 정부 인사들과 함께 ‘국민특사단’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장군 유해를 모셔왔고 엄숙한 표정으로 대통령 뒤에서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당시 청와대와 KBS가 공동제작한 다큐 영상에는 그가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공군 시그너스 수송기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 문재인정부 청와대 유튜브, "홍범도 장군을 모셔온 그 역사적 현장을 담았습니다" 영상 갈무리. 

국민과 유족 중심 기조에 대중적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던 당시 정부 행사에, 독립군 역할로 알려진 배우의 존재는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연출로 보여주기 어려운 무게감과 감동을 배우의 연기와 낭송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전 정부 당시 배우, 가수 등 예술가들의 정부행사 참여가 두드러졌다.  

아무튼 그 후로도 배우 조진웅은 이재명 대통령의 영화관람 일정에 나란히 동행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두 번이나 출연해 '민주진보 셀럽' 의 면모를 보였다. 


사진: 2025년 8월 17일,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다큐영화 '독립군' 을 관람하는 조진웅. 이 대통령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간적인 경찰, 정의로운 검사, 명사수 독립운동가에 이어 무려 김구 선생까지 연기했다. 연기 초창기에는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갈등하는 인간, 악역도 종종 연기했는데 어느새부턴가 정의로운 민족영웅 같은 비슷한 배역으로 필모그래피가 굳어져간 것을 알 수 있다. 홍범도 장군 유해 행사를 비롯한 각종 정부행사, 독립군 다큐 나레이션, 또 다른 정부 행사 참여 등을 거치면서 조진웅은 ‘정의롭고 깨끗한 이미지의 민주진영 대표 연예인’ 이자 ‘독립운동가의 현신’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런 그가 올해 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대표로 낭독했다. 디스패치 기사는 피해자들이 광복절 기념식을 보고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한다. 


- "그는 약한 사람을 괴롭히던 가해자이자 범죄자였습니다. 그런데 경찰 역할을 맡으면서 정의로운 모습으로 포장됐죠. 이제 독립투사 이미지까지 얻었고요.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거를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디스패치 제보자) 


그런데 어떤 법률가들은, 로스쿨 교수와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갱생과 교화’ 라는 ‘소년범 처벌의 취지’를 들어 조진웅에 대한 비난이 법의 정신에 맞지 않고 은퇴에 이르게 된 그의 결정도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독립운동가 생매장‘ 같은 언어를 쓰며 격하게 옹호하는 글도 보인다.  


나는 법률가도 아니고 특별히 도덕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나의 상식에서 분명한 건, 조진웅은 독립운동가가 결코 아니며 인간살이가 오직 법에만 좌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인 소년범 처분은 국가가 강제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며 당연히 치러야 할 죗값이다. 형을 다 살았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법적 처벌은 끝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조진웅이 어느 지점에서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특수절도 및 강도 강간. 한 번도 아니고 네 차례의 범행. 그 정도의 과오가 있었다면, 적어도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 로 포장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런 자제가 가능했다면 말이다. 그에게 강도나 강간(이 혐의는 부인했지만)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영화와 정부행사에서, 조진웅이 대통령과 나란히 자리하고 대중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며 어떤 심정을 느꼈겠는가.  


아마도 조진웅은 범죄의 과거를 인식하면서 스스로를 ‘정의로운 이미지의 배우, 정부행사에 독립운동가 역할로 참여하는 중요인사’가 되는 것을 멈추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자기 과오에 대한 반성이며 일말의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활동들이 어떤 동기였든, 피해자들에겐 과거의 트라우마를 깨우는 잔인한 행동이었다.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거나 소년범은 평생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적어도 ‘정의로운 이미지의 배우’로 인기를 얻고 정치권의 환대를 받으며 공적인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가 평범한 회사원 조씨나 사업가 조씨로 살았다면 이런 극적인 결말 또한 없었을 것이다.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scks2ek2025-12-10 13:02:19

    자업자득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0 08:46:09

    공감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9 14:51:09

    자기 포장을 시작한 것부터 과거 잘못은 다 잊었다는 것.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9 14:19:10

    #명죄부_네오파시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13:58:52

    국가의 중대한 행사에 연예인을 섭외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 그리 탐탁지 않았는데... 모두 김어준의 친구 탁현민의 연출이었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13:55:49

    정말 공감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08 13:44:01

    대통렁때문에 사람들의 도덕성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듯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10:02:27

    공감. 정의의 사도인냥 활약하는 수십년전 가해자를 보는 피해자들의 마음은 누가 헤아려줬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09:34:12

    성인이 되어 저지른 것도 있더라고요. 죄질도 안좋고 옹호하는 여론을 보면 2025년 대한민국의 기준은 무엇인지.. 두렵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08:10:57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자를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법학교수는 도대체 어떤 마인드인지
    이해가 되지않네요
    유유상종이라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08:09:54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자를 옹호하는 정치인들과
    법학교수는 도대체 어떤 마인드인지
    이해가 되지않네요
    유유상종이라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07:56:57

    그러니까 말예요. 피해자가 한둘도 아니더만요. 그 분들은 티비에서 볼 때마다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2-08 02:21:06

    솔직히 이젠 조진웅까지 옹호하는 저 집단을 설득해 보려는 분들의 인내심이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 드네요
    전 그들의 글을 읽고 싶지도 않고 설득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욕만 퍼부어주고 싶더라구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8 01:00:09

    공감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7 23:22:43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자신의 뒷덜미 잡은 손도 몰랐다? 장경태, 거짓고소 무고죄 위기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쌓아 올린 '데이트 폭력 피해자'라는 성벽이, 그 자신의 거짓말에 의해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사건 당시 장 의원의 뒷덜미를 거칠게 낚아챈 손의 주인이 당초 그가 지목했던 '성추행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장 의원을 수행하던 '남성 보좌관'이었...
  2. 대장동 환수 '첫 관문' 뚫었다… 성남시 vs 대장동 일당 '자산 동결' 속도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수익 환수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형사 재판을 통한 국고 환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성남시가 민사적 수단을 통해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5,600억 원대 자산 동결 작전이 법원의 첫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서울중앙지법은 3일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정영학 회계사...
  3. 새미래민주당 "이재명 정권은 계엄 수혜 입은 괴물 독재... 내란몰이 중단해야" 새미래민주당 "이재명 정권은 계엄 수혜 입은 괴물 독재... 내란몰이 중단해야"전병헌 대표, "계엄 1년, 바뀐 것은 윤석열에서 이재명뿐"새미래민주당은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괴물 독재(feat.윤석열) 국민 규탄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전병헌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1년 전 ..
  4. "청탁 실패했으니 무죄?"... 박수현 대변인의 궤변 더불어민주당이 문진석-김남국 문자 파동을 덮기 위해 내세운 방어 논리가 국민적 공분을 넘어 법치주의 자체를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선 김수현 민주당 대변인의 입에서 나온 해명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궤변의 2025년판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김수현 대변인 "범죄 성..
  5. 대통령의 '하루살이 경제관'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시장(市場)의 신호등이다.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말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기업은 재고를 조절한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강조하면 돈의 흐름이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의 언어는 천금의 무게를 가져야 하고, 바위처럼 일관되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
  6. 새민주당 "장경태, '무고 호소인' 코스프레 멈추고 사퇴하라"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진실 공방'을 넘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새미래민주당이 장 의원을 향해 "후안무치"라며 즉각적인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5일 새미래민주당 이미영 여성위원장(최고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 의원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7.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8.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9. 김남국은 떠났지만, 아무도 '끝'이라 믿지 않는 이 촌극 패션계엔 '디스트레스드 룩(Distressed Look)'이라는 장르가 있다. 멀쩡한 새 옷을 일부러 찢고 문질러 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법이다. 공장에서 막 나온 청바지에 인공적인 세월의 때를 입히면 값은 두 배가 된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것은 '연출된 낡음'일 뿐, 진짜 역사가 담긴 빈티지는 아니다.최근 용산 대통령실을 발칵 뒤집...
  10.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