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故 박진경 대령의 훈장을 사실상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제주도는 한술 더 떠 박 대령 추도비 옆에 그를 암살한 범인의 주장을 담은 ‘안내판’을 세웠다. 암살범은 “30만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 때문에 그를 죽였다고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령은 학살자가 맞다. 하지만 기록된 숫자는 다른 말을 한다.
박 대령이 제주 9연대장으로 재임한 기간은 1948년 5월 6일부터 6월 18일까지, 딱 한 달 남짓이다. 이 시기는 군의 악명 높은 ‘초토화 작전’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다.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낳은 초토화 작전은 그해 10월 여수 14연대 반란 이후에나 본격화됐다.
‘4·3은 말한다’ 등 관련 기록을 보면, 박 대령 재임 기간 군경에 사살된 남로당 무장대는 도합 25명 수준이다. 30만 도민 학살을 획책했다는 ‘학살자’의 성적표라기엔 터무니없다. 시계바늘만 돌려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외면하고, 10월 이후 벌어진 비극의 책임을 5월에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오히려 당시 제주는 남로당 무장대의 테러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박 대령 부임 전부터 경찰과 우익 인사, 그 가족들이 살해당했다. 10살, 14살짜리 소녀들이 죽창과 칼에 찔려 죽었고, 두 살배기 아기까지 찔렸다. 남로당은 박 대령이 부임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반동의 거두를 숙청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박 대령이 학살을 자행해서 죽이려 한 게 아니다. 그가 부임하자마자 그 존재 자체가 두려워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 정부가 펴낸 ‘4·3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채명신 전 사령관(당시 소대장)의 증언이 실려 있다. 그는 박 대령에 대해 “양민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박 대령은 무력 토벌보다 주민들을 산에서 내려오게 하는 선무 공작에 집중했다.
노무현 정부 보고서는 박 대령을 ‘주민 구출자’로 기록했다. 허나 이재명 정부는 훈장을 뺏고 그를 ‘학살자’로 만든다. 정부의 공식평가보다 암살범 손순호의 궤변이 더 우대받는다. 전직 대통령의 유산도 지지층 결집 앞에선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인 모양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가 아니라 상식의 파괴다. 동서고금 어디를 둘러봐도 테러로 살해당한 사람의 무덤 옆에, 그를 죽인 살인자의 변명을 세워두는 나라는 없다. 이런 비이성과 몰지각을 ‘진실 규명’이라 부르는 곳은 2025년의 대한민국뿐일 것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오늘도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합니다. 제발 좀요.
상식 파괴자 역사 파괴자 이텅. 기사 감사합니다.
무식하고 무능한자가 부지런하면 일어나는 일
시공을 넘나드는 이재명의 사악한 신기와 특기를
역사에도, 타인의 개인사에도 무자비하게 적용시킬 줄은...
이재명이 스치는 세계는 아수라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