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했다고 하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핵심 정책들을 잇따라 번복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진보 진영의 금기를 깨는 듯했던 노동시간 유연화 수용 입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고,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발언 사흘 만에 '쿠폰'으로 둔갑한 정책이 등장했다. 심지어 '이재명표 정책'의 상징인 기본사회마저 오락가락하며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 '유연성'뒤에 숨은 무책임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쿨'한 발언은 사흘 만에 물거품이 됐다.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산업 국가 지원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며 논의 중단을 선언했고, 이 대표는 침묵했다. 뒤이어 "주 4일제"를 외치며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상론을 펼쳤지만, 현실성 없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꼼수'로 포장된 기만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던 이 대표의 발언은 불과 사흘 만에 뒤집혔다. 민주당 정책위는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사업 예산을 35조원 규모 추경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이름만 바꾼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기본사회 안한다더니 다시 '재추진'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으로 구성된 '이재명표 기본사회'는 막대한 재원 문제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기본사회 보류를 시사하더니, 10일 연설에서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된다"며 다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유권자들은 "대체 뭘 믿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는 정책, '유연성'아닌 기회주의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웠다가, 2021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1번 공약이 아닐 수 있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전력도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그의 해명은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뻔뻔한 변명에 불과하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으로서 '좌클릭' 이미지를 덧씌우려 했지만, 실상은 표 계산에 급급한 기회주의적 행보만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는 유권자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으며, 그의 정치적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유독 이 대표 앞에선 '푸들'이 되는 진보언론
이러한 이재명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언론이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진보 언론들은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임을 자처해 왔지만 유독 이재명 대표 앞에선 비판의 날을 거둔 채 꼬리 흔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언론 스스로 권력에 굴복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