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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
  • 김선 논설위원
  • 등록 2024-12-17 23:24:55
  • 수정 2024-12-18 07: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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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의 외교 참사 망신살
  • 김의겸, 이재명, 김준혁, 김어준 폭로에 유시민까지. 아전인수와 침소봉대가 일상이 됐다
  • 주한대사들에게 항의받고 사과하는게 몆 번째? 이제는 사과도 거부

정치인들, 특히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의 외교에 대한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프레임메이커 디자인팀 with GROK)

지난 12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김어준 씨의 '암살조' 주장은 민주당에서도 ‘용도폐기’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늘 한국일보가 보도한 민주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김 씨의 주장은 ‘일부 확인된 사실에 상당한 허구를 더한 것으로 판단되며’, ‘북한 무기와 군복 등 설정에 논리적 오류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김씨가 주장한 한동훈 사살, 조국 대표와 본인에 대한 납치에 관련된 주장도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분석되었다. 민주당 국방위에서 작성한 이 문건은 김씨의 ‘폭로’ 다음 날인 14일에 이재명 민주당대표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준씨가 지난 10여년 동안 방송 등을 통해 소위 ‘민주,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며 특유의 음모론적 견해로 비판을 받았으나 이번 발언은 유난히 큰 잡음을 일으켰다. 이번 건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의 ‘썰 풀기’ 가 아닌, 입법기관인 국회에 출석해 한 ‘공적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국내에 대사관을 둔 우방국’ 으로부터 ‘제보’ 를 받았다고 주장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제보의 '소스'로 지목받았던 주한미국대사관은 곧바로 에스엔에스에 ‘사실무근’ 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빠르게 차단했고 대부분의 언론도 김씨의 주장을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김어준에게 판을 깔아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신빙성 없는 주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김씨의 꾸준한 음모론 설파와 별개로, 외교 관련 이슈와 타국 외교관을 대하는 민주당(과 그 계열 정당들) 의 태도는 최근 2,3 년 사이에 여러 망신스러운 사건들을 일으켰다. 대부분 외국대사의 발언을 왜곡해 벌어진 일들이었다. 


2022년,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주한 EU(유럽연합)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대사의 발언을 왜곡했다가 항의를 받고 사과한 일이 시작이었다. 김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를 접견한 EU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것 처럼 브리핑했으나 대사 측이 곧장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김의원이 사과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김의겸 대변인은 EU대사가 '현재 윤정부에는 북한과 대화채널이 없어서 대응에 한계가 있다' 고 발언했다고 브리핑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사과했다. (사진: 채널에이 유튜브 갈무리)

2023년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대표의 만남은 여러 측면에서 빈축을 샀다. 싱대사가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한국이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는 내용의 장문의 입장문을 일방적으로 낭독해 선을 넘은 외교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만남의 형식과 홍보도 문제였다. 보통 당대표급 인사와 외국대사가 만날 때는 의전 위계상 대사가 당사로 찾아오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싱대사의 관저를 찾아가 만났다. 당시 노골적인 친일 노선을 펴 비판을 받던 윤석열 정부를 의식한 행보였지만 형식도 내용도 ‘잘못된 만남’ 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해당 만남은 민주당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내정간섭이나 마찬가지인 싱대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이재명 대표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는 모습을 노출하고 말았다. 외교부에서는 싱대사를 초치했고 대통령실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싱하이밍 대사관저를 찾아가 만난 이재명 민주당대표. 제1야당 대표가 타국의 '대사' 정도 되는 인사에게 저렇게 굽실거릴 일인가. 만남의 형식과 의전, 유튜브 라이브까지 모두 부적절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에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한 미국 대사가 했다는 발언 내용을 왜곡하여 논란이 되었다. 김 의원은 계엄 당일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전화했지만 받지 않자 "윤석열 정부와 "상종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대사관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utterly false)' 라며 강력한 표현으로 부인했다. 김의원은 또한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5국 주한 대사들이 만나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내년) 경주 APEC을 포함해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는데 미, 영, 호주 대사관이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준형 의원은 국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상종 못 하겠다' 는 골드버그 대사의 말을) 영어로 뭐라고 들었느냐?' 고 질문을 받았지만 '한국말로 들었다. 그 단어가 중요한게 아니다' 라며 사과를 거부했고 조 장관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영어로 뭐라고 들었냐' 고 물었지만 '한국말로 들었다' 며 사과를 거부한 조국혁신당 김준형의원. 그는 전정부 국립외교원장 출신으로 평소에도 격한 발언을 자주 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사진: 채널에이 유튜브 갈무리) 

친 민주당계 스피커인 유시민씨는 김어준씨의 암살조 '폭로' 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의 말을 왜곡했다. 유튜브 '매불쇼' 에 출연한 유시민씨는 미국 하원의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중 답변을 인용하며 ("대한민국의 어느 장소가 북한에 공격당하는 것 처럼 보이고 있었다면 미국은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미국은 이를 공개했을 것이다.") "미국 CIA의 공작이 상당한 수준으로 문명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김어준씨의 암살조 폭로를 인지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과연 셔먼의 발언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유시민씨의 해석에 동감하며 '역시 미국',  '역시 김어준' 이라는 반응이지만 셔먼의 답변은 미 외교가에서 허다하게 상정되는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일반론적 언급일 뿐이다. 

새민주당 고문으로 6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외통위에서 활동했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유씨의 발언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이 고문은 자신의 엑스(X) 에서 "셔먼의 말은 계엄세력이 실제 그런 시도를 했다는 말이 아니라,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태'를 가정해서 우려하는 표현일 뿐. (중략) 김어준씨의 주장을 사실로 굳히는 방증이 될 수는 없다." 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평택미군이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다거나, 미 정찰기가 전방이 아닌 후방에 날았다는 주장들도, 정보에 밝은 미국이 그런 상황을 우려해서 할 수 있는 일" 이라고 평가했다. 



이석현 새민주당 고문(6선, 전 국회부의장)의 엑스 일부. 


이런 망신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외교를 국내 정치싸움의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의 갈등 상황에서 이득을 얻고 돋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은 안 가리는 이들은 조심스러워야 할 타국과의 관계를 이용하고, 국격을 상징하는 외교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있다. 상대국 외교관의 발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고 과장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자신들의 전언이라면 그 누구도 따지고 검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걸려도 우기면 된다’는 식의 오만, 적극적 지지층만 믿어주면 된다는 안일함 때문이다. 


모자란 대통령이 계엄선포로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고 탄핵을 자초하더니, 야당은 고비마다 외교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며 망신살을 자초하고 있다. 대체 이들은 국내정치를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국가의 신뢰를 어디까지 추락시킬 것인가.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일을 저지르는 인사들이 야당의 대표, 전 정부의 장관, 전 정부 청와대의 대변인, 국립외교원장까지 지낸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야당으로서 저럴진데, 만약 진짜 권력이라도 갖게 되면 어찌할 셈인가. 

계엄과 탄핵을 수습한 이후, 윤석열 이후의 한국정치를 누가 어떻게 복구할지, 

할 수는 있을지. 답답함과 걱정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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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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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12-19 11:41:41

    정치인이 있기나 한가요
    과방위에 기머준을 불러 선서도 없이 참고인으로
    음모론을 만방에 뿌려대는 작자들인 걸요.
    국정? 민생? 아몰랑.
    외교? 그게 뭔데, 알게 뭐람
    이제명의 무자비 독재적 공천칼날, 윤서결의 자기확신적 옹고집 나비효과는
    한동안 이어지겠지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이 짊어질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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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un3172024-12-18 12:42:12

    도덕적 해이와 우기면 된다가 만나니 정말 답이 없어요. 반복되는 이런 상황이 너무 피로하네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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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7912024-12-18 09:26:29

    오직 자신을 위해 국민, 국가 모든 걸 끌어다 쓰는 정신나감...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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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osangchoon3242024-12-18 08:52:06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 헛발질~

    "이런 망신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외교를 국내 정치싸움의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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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bteap2024-12-18 00:39:30

    수준 낮은 정치인들이 국익보다 진영을 우선시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나라는 어찌 되건간에 상대 진영한테 정권만 가져오면 된다 생각하는 거죠. 윤석열의 역사 외교관도 매우 우려스러웠는데 민주당도 전혀 다르지 않으니 참.. ㅠ 왜 이렇게 수준 떨어지는 정치인들이 많아진 건지 사회 전체가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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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kimapp2024-12-17 23:43:54

    국회 상임위에서의 발언 듣자마자 기겁을 했습니다. 야당의원들도 제정신이 아니고요.
    비상계엄, 탄핵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무책임한 발언들로 인해 국격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저것들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요? 국회의원들은 최소한 윤리위 제소라도 해야하는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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