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가담했다'는 판결문, '관여 안했다'는 윤호중 누가 진실일까?.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18 19:59:57
  • 수정 2025-08-05 04:05:57

  •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변하지 않는 기록 vs 변하는 기억.
  • 가해자들의 승승장구와 그날의 트라우마를 모두 감내해야하는 피해자들.

<사진: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질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청문회장에서 윤호중후보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저는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찾아낸 판결문은 다르게 말한다. 피고인 D로 표기된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민간인들을 폭행하고 감금하는 데 가담했다"고 적혀 있다. 법원 서기관이 타자기로 두드린 그 문장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날의 기록은 변명으로 일관했던 유시민의 책 『아침으로 가는 길』 124쪽에도 생생하게 나와있다. 눈을 가리고, 옷을 벗기고, 교련복으로 갈아입히고, 손을 뒤로 묶고. 그리고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세면대에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꺼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30시간. 금요일 밤 10시에 시작된 일이 일요일 새벽 4시에 끝났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몇 번이나 기절했을까. 의식을 잃는 순간이 유일한 휴식이었을까.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윤호중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학생운동 지도부로서 그런 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직접적이지 않았다면 간접적이었다는 뜻이다. 막지 못했다면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언어는 때로 진실을 숨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1984년 9월. 전두환이 대통령이고 아시안게임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서울대 캠퍼스에는 '데모하는 학생'과 '프락치로 의심되는 민간인'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선 너머의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프락치. 그 단어 하나면 충분했다. 의심만으로도 충분했다. 30시간 동안 한 인간을 지옥에 빠뜨리기에는.


그 시절의 학생운동 지도부를 맡은 사람이 장관이 되려고 한다. 공권력을 쥐려고 한다. 과거에 민간인을 상대로 초법적 폭력을 행사했던 사람이 이제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려고 한다.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민간인을 프락치로 오해한 것 아닙니까?" 한 의원이 물었다. "그런 편견이 행정에서도 발휘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윤호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확신이 읽혔다. 그때도 옳다고 믿었고, 지금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청문회 마지막에 그가 사과했다. "서울대 학생운동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서울대 학생운동을 대신해서. 자신 스스로의 사과가 아니라 서울대 학생운동을 대신해서.


그날 밤 피해자 중 한 명은 지금도 물소리만 들어도 식은땀을 흘린다고 한다. 세면대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뺐다 하던 그 기억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는 교련복만 봐도 심장이 뛴다고 한다. 40년이 지났다. 가해자는 장관 후보가 되었고, 피해자는 여전히 그날 밤을 살고 있다. 기억은 편집되지만 상처는 편집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 차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피해자들은 아직도 가해자들의 승승장구를 무력하게 지켜보며 한편으론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 최종심 판결문 중 일부 / 출처 :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


윤호중 후보와 당시 판결문. 둘 중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지만, 판결문은 누구처럼 핑계를 대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을뿐이다.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07-21 09:56:53

    참담하네요...

  • 프로필이미지
    shily192025-07-18 20:34:57

    피해자들이 보면 심정이 어떨지 ...
    학폭 피해자들이 가해자들 방송 나와서 잘 나가는 거 보면 피를 토할 거 같은데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그 패거리들 이제 좀 안 보고 살고 싶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8 20:32:54

    더민주당 끔찍하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7-18 20:18:17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삼척동자도 알게 됐어요.
    만주당이 망해야 나라의 기강과 도덕성이 살아날 것 같아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 "관세 25% 폭탄" 선언... 巨與 민주당의 '선거용 눈치보기'가 경제 뇌관 터뜨렸다 트럼프 "관세 25% 폭탄" 선언... 巨與 민주당의 '선거용 눈치보기'가 경제 뇌관 터뜨렸다트럼프 "한국 국회 약속 불이행... 즉각 보복"이재명 대통령은 '굴욕 합의', 민주당은 '비준 뭉개기'170석 가진 與, 야당 눈치 보며 제 밥그릇 챙기다 '화(禍)'6월 지방선거 역풍 우려한 '입법 태업'에 기업만 '곡소리''이.
  2. [칼럼] 150만 소비자를 볼모 잡은 '노란봉투'의 역설 전국 150만 명의 한국GM 차주들은 지금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차가 고장 나도 고칠 부품이 없다. 세종시 부품 물류센터가 한 달 가까이 하청 노조에 점거당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 재고는 바닥났고, 애프터서비스(AS)는 사실상 마비됐다. 소비자의 권리가 특정 노조의 실력 행사 앞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이 사태의 원인을 들여다...
  3. [칼럼] 미국서 큰 소리 쳤던 총리, 미국은 관세로 뺨을 때렸다 외교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며칠 전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꽤나 위풍당당했다. 그는 쿠팡을 겨냥해 “법과 상식에 미달한다”, “미국 정부에 호소해 진실을 왜곡하는 건 반미국적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기업의 불만 따위에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지지...
  4. [칼럼] 미국이 보낸 '독촉장'을 깔고 앉은 청와대 외교에서 ‘서한’은 무게가 다르다. 특히 동맹국 대사대리가 보낸,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다. ‘최후통첩’이자 ‘청구서 독촉장’이다.지난 1월 13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한국 외교부에 이 독촉장을 보냈다. 다음 날인 14일, 이 사실은 청와대와 총리실에 보고됐다. 정상.
  5. [칼럼] 국가는 '평론'하는 곳이 아니라 '조율'하는 곳이다 어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막아선 사태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기술의 파도를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까지 소환해 "어차피 올 세상이니 적응하...
  6. [PWS 스노우 스톰] '진개성' 전격 복귀... 포이즌 로즈, 역사적인 초대 위민스 챔피언 등극 [PWS 스노우 스톰] '진개성' 전격 복귀... 포이즌 로즈, 역사적인 초대 위민스 챔피언 등극2026년 1월 24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PWS(Pro Wrestling Society)의 흥행 '스노우 스톰'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번 대회는 다수의 타이틀 매치와 충격적인 복귀, 그리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포이즌 로즈, PWS 역사.
  7. 전병헌, 경찰 왜 김병기 0.5톤 괴물 금고 못 찾나 의문제기 김병기 의원 부부 대형 금고 소재 파악 실패와 부실 수사 의혹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경찰이 김병기 의원 부부의 대형 비밀금고를 압수수색 2주가 지나도록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해당 금고는 무게 300~500kg에 달하는 대형 내화금고 혹은 강력금고로 추정되며, 성인 남성 다수와 전문 장비가 동원되어야...
  8. 쿠팡 사태, 벤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게 경고 미국 행정부의 치밀한 개입, 대사관 참관부터 부통령 경고까지쿠팡 사태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대응이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청문회에 방청객으로 직접 참석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본국에 상세히 보..
  9. 관세 25% 롤백에 입 닫고 유튜브 출연한 김민석 총리 관세 롤백으로 무색해진 '핫라인', 검증 피해 유튜브로 숨은 총리미국 정부가 25% 관세 조치를 롤백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외교적 성과로 과시했던 미 부통령과의 ‘핫라인’ 구축이 허울뿐인 구호였음이 드러났다. 외교적 실익을 챙기지 못한 상황에서 김 총리는 예정된 신년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유튜브 방송 출연을 선..
  10. [이슈] 한덕수 '징역 23년' 공포… 박성재, '행정'인가 '내란'인가 법리 전쟁 시작 [이슈] 한덕수 '징역 23년' 공포… 박성재, '행정'인가 '내란'인가 법리 전쟁 시작- 12·3 사태 관련 박성재 前 법무·이완규 前 법제처장 첫 공판 - 한덕수 '친위 쿠데타' 규정하며 중형 선고한 재판부 배정… 변호인단 긴장 - 朴 측 "장관으로서 실무 챙긴 것일 뿐" vs 특검 "내란 가담" - 李 측 "국회 위증은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