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진성준과 민주당이 앓고 있는 오랜 지병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05 03:49:51
  • 수정 2025-08-05 05:57:55

  • 현실이 틀렸다며 시장을 적으로 돌리는 위험한 습관.
  • 오늘도 80년대를 살아가는 그들만의 세계관.
  • 뒤늦은 정책위원장 교체에도 비극은 반복될 것.

문재인 정부 시절, 스물네 번의 실패한 정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국민이 절망의 늪에 빠져있을 때,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정책 실패가 아니라, 시장이 실패한 것"이라고. 현실이 자신의 이론과 충돌할 때, 이론이 아닌 현실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버릇. 진성준과 민주당에게는 이 위험한 지병(持病)이 있다. 5년이 지나도 차도가 없는 그 고질병이, 지금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어김없이 도졌다.


그래픽 : 박주현 주식 거래 경험조차 없는 진성준에게 주식 정책을 맡기는 암담한 현실.

그리스 신화 속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쇠침대에 행인을 눕혀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몸을 늘여 죽였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이 끔찍한 이야기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들이 꺼내 든 ‘대주주 10억’ 기준이 바로 그 이념으로 벼려낸 쇠침대다. 투자자의 꿈과 공포, 자본의 생리가 뒤섞인 시장이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들은 자신들의 낡은 침대에 눕혀 사지를 자르려 한다.


이 무모한 만용의 근원은 어디인가. 진성준 개인의 이력서를 들여다보면 답은 선명하다. 학생운동으로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당의 선거 전략가, 청와대와 서울시의 정무 담당까지. 그의 이력 어디에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거나, 금리의 흐름을 읽거나,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고민한 흔적은 없다. 그는 경제의 언어를 배운 적이 없다. 아니, 배우려 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비극의 핵심이다. 경제를 모르는 자가, 자신의 무지를 신념으로 착각하고 국가 경제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그에게 시장은 복잡한 유기체가 아니라 ‘부자’와 ‘서민’이라는 흑백의 전쟁터다. 10억 원이 넘는 주식을 가진 자는 척결해야 할 적(敵)이고, 세금은 그들을 응징하는 칼이다. 칼을 휘둘러 적을 무찌르면 정의가 실현된다는, 80년대 운동권의 단순한 세계관이 2025년의 자본시장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다.


이런 무지의 대가는 무엇인가. 역사는 이미 프랑스의 사례로 그 답을 보여주었다. 사회당 미테랑 정부는 ‘부유세’라는 이름으로 부자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매겼다. 결과는 어땠는가. 세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야 할 부자와 그들의 자본이 프랑스를 떠났다. 나라를 위한다던 정책이 도리어 나라의 부를 고갈시킨 것이다. 그들은 지금 프랑스가 버리고 간 실패의 지도를, 보물찾기라도 하듯 뒤따라가고 있다.


비극 속 희극은, 이 정책 설계자 본인이 '주식 투자를 해본 적 없다'고 스스로 고백했다는 데 있다. 한 번도 메스를 잡아본 적 없는 자가 수술을 집도하겠다며 환자의 심장을 겨누는 격이다. 투자자 한 명 한 명의 실존적 고통 따위는, 그의 이념적 자기만족을 위한 통계표 위에 찍힌 점 하나에 불과하다. 얼마 전 한 좌파 방송에 출연하여 승수 효과를 논하며 내놓은 해법이 고작 ‘종이 상품권’이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에, 그는 구둣방에서나 볼 법한 물건을 경제학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그의 지적 세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그의 경제 인식이 여전히 80년대를 부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심상찮은 여론에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교체되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은 반복될것이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이 앓고 있는, 더 깊은 구조적 질병에 있다. 그들에게 ‘운동권 경력’은 시장에 대한 이해나 경제적 전문성보다 우월한, 거의 신성불가침의 가치다. 이 기이한 가치 체계가 바로 진성준이라는, 경제를 모르면서도 경제 정책을 휘두르는 괴물을 낳고 기어이 권력의 심장부에 앉힌 것이다. 결국 시장의 비명은, 여전히 사실보다는 감성에 휘둘리는 국민들이 겪어야할 처참한 현실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6 06:06:36

    80년대 운동권의 마인드에 박제되어 있는 민주당은 2025년을 거슬러 가네요. 연어도 아닌 것들이.ㅡ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6 01:23:27

    그런데도 절대 잘못을 인정 안 하는 병도 있어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20:38:43

    모르는 인간이 우기면 답이 없지. 배울 생각도 없고 니 까짓게 밀만 하더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08-05 13:34:04

    걱정되는건 주식은 민감하게 반응헸지만 자신과 관계없는 문제는 충분히 겪을 때까지 지지자들도 저게 맞다고 생각할거라는 거
    근데 얼마나 겪어야 아닌걸 알지 모르겠네요
    나라는 위태위태한데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8-05 12:22:16

    모르면 공부하고 배우려고 해야되는데 그냥 귀 닫고 저러고 있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10:44:50

    사이비 이상론자들에게 국민이 인질로 잡힌 꼴이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10:32:34

    기사 잘봤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inter10002025-08-05 10:25:10

    진짜 몇몇의 무지의 대가를 온 국민이 져야한다니 ㅜ 부패하면 유능할수 없다더니 진짜 한심스럽네요

  • 프로필이미지
    atom07242025-08-05 10:21:43

    이제 저 굳은 뇌는 어떻게해도 안될텐데...

  • 프로필이미지
    minte2025-08-05 09:41:28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하고 정치인 보좌관 생활만 하다가 들어온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09:40:10

    하 정말 서글퍼지네요 진성준이 갔을뿐 또다른 사람이 오겠죠 똑같은 논리로 무장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keum892025-08-05 09:03:03

    잘봤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08:45:55

    무식하니 용감하다. 이 말이 딱 맞는 만주당!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mong2025-08-05 08:42:16

    민주당에 인질인 된것 같은 기분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08:07:54

    잘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nicetaz12025-08-05 07:05:32

    실력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5 06:17:48

    재벌해체 억강부약  역사상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또 다시 개미들을 실험용 쥐로 만들려는 어이없는 생체 실험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