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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PBR을 PER로 착각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8-21 21:56:06
  • 수정 2025-08-21 22:01:37

2025년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질문은 간결했지만 핵심을 찔렀다.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얼마인지 아느냐?"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수장인 구윤철 부총리는 즉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잠시 후 나온 그의 답변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10 정도 안 됩니까?"    


실제 코스피 PBR은 당시 1.05배 수준이었다.  부총리의 답변은 현실과 약 10배의 괴리가 있었고,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코스피 지수는 30,000을 넘어야 했다.  투자자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던 경제 수장이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지표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와 참담함이 뒤섞였다.    


'단순 착각'이라는 해명? 애는 썼다만

논란이 확산한 지 이틀 후인 8월 21일, 구 부총리는 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PBR을 PER(주가수익비율)로 "순간 착각했다"는 것이었다.  이 해명은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마침 당시 증권사들이 예측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 추정치가 10배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부총리실은 이 숫자를 근거로 '단순 혼동'이라는 방어 논리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결정적인 사실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사건 당일인 8월 19일과 20일 기준, 코스피의 실제 PER(과거 12개월 실적 기준)은 14.32배였다.  

부총리의 해명이 성립하려면, 그가 공식적인 국회 답변 자리에서 일반적인 과거 실적 기준 PER(14.32배)이 아닌, 애널리스트들의 미래 '예측치'에 불과한 선행 PER(약 10배)을 떠올렸다는, 다소 무리한 전제가 필요하다. 이는 논란이 터진 후 자신의 발언 "10"에 가장 가까운 숫자를 찾아내 꿰어 맞춘 '사후 정당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윤철의 착각, 무지, 거짓해명도 다 용서해준다 치자.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그래픽-가피우스)

타이밍을 놓쳤네

더 중요한 단서는 숫자가 아닌 그의 '행동'에 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질문을 받자마자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으며, 주위에서 '10'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를 받아 답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정말로 두 개의 익숙한 지표(PBR과 PER)를 순간 혼동한 것이라면, 그는 비록 틀렸을지언정 PER 수치인 "14 정도"라고 즉시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답변 자체를 주저했다는 것은, 특정 수치를 혼동한 것이 아니라 질문의 대상이 된 PBR이라는 지표 자체에 대한 개념이나 현재 수치가 머릿속에 없었을 개연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틀간의 침묵 끝에 나온 해명이 진솔한 고백이라기보다,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잘 짜인 대응 전략으로 보이는 이유다.    


본질은 무지도, 착각도, 거짓해명도 아닌 철학이다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분노한 지점은 단순한 숫자 오류를 넘어,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정책적 시각이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묻는 후속 질문에 그는 "자본시장 플레이어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지 않은 상태"를 언급하고, '남북 관계'를 거론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 등 시장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업의 역량이라는 전통적인 산업 관료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그의 실언 자체보다, 그 실언을 통해 엿보인 정부의 정책 철학에 더 큰 절망감을 느꼈다.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으니, 올바른 해법이 나올 리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 부총리의 'PBR 10' 발언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그의 해명은 실제 PER 수치(14.32배)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답변 당시의 머뭇거림은 '착각'이 아닌 '무지'에 가까웠음을 증명한다. 나아가 이 사건은 '코스피 5000'이라는 구호와 정책 책임자의 실제 시장 이해도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괴리를 폭로했다. '단순 착각'이라는 변명은 숫자가 알고 있는 진실을 가리지 못했으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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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2 18:23:11

    으아아….나라 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봇물터지듯합니다. 진짜 참담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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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2 08:48:53

    기사 감사합니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런지요?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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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2 07:10:32

    정말 큰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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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3:39:22

    니들이 말하는 먹사니즘이 형편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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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59:09

    통님은 정청래 탓하고 정청래는 통님 탓하고..물고 뜯고 씹는 싸움 재미지게 구경이나 하십시더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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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57:02

    25억이나 10억 이나 똑같으니 주가 폭락 할테고 개미들 청원이 또 순식간에 20만이 넘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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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54:52

    ㅎㅎ 정청래가 이소영 통해 50억 으로 하자 개겨도 통님 대리인은 구윤철 이니 양도세는 25억 으로 절충 합 된다고 보면 되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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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51:55

    무식하고 거짓말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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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38:12

    진짜 이 정부는 참사 그 자체다. 나라 말아먹기 전에 빨리 끌어내려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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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35:26

    정부 인사 한명한명이 주옥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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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21 22:15:48

    어쩜 하나같이 다 저모냥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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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ongong2025-08-21 22:10:38

    인사가 참사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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