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전 대변인의 성비위 및 2차 가해 폭로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파문은 당의 공식 입장 발표와 사과, 그리고 피해자 측 대리인이었던 강미숙 전 고문반박이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쪽은 ‘절차에 따른 종결’을, 다른 한쪽은 ‘과정의 실패와 기만’을 주장하는 가운데,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짚어본다.
그래픽: 박주현
조국혁신당의 공식 입장: ‘절차적 완수’와 뒤늦은 사과
강미정 전 대변인의 폭로 직후, 조국혁신당의 초기 대응은 방어적이었다. 당은 “사실과 상이한 주장에 유감”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외부 기관 조사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마쳤고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했다고 선을 그었다 . 가해자 징계라는 ‘결과’를 통해 당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 핵심 논리였다.
하지만 싸늘한 여론에 직면한 당 지도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건 처리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 역시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도, 가해자 제명 소식을 듣고 사안이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당시 자신은 당적이 없는 상태로 공식 권한이 없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책임론과는 거리를 뒀다. 요약하자면, 당의 공식 서사는 ‘절차는 지켰으나 과정이 일부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피해자 측 대리인이었던 강미숙 전 고문의 페이스북 글은 당의 ‘절차적 정당성’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사람’과 ‘마음’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그의 주장은 세 가지이다.
첫째,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강 전 고문은 수개월에 걸친 사건 처리 과정이 피해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고문이었으며, 당이 신속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비위 가해자의 재심은 60일을 꽉 채워 처리하면서, 당의 쇄신을 요구한 세종시당 위원장은 해외 체류 중에 3주 만에 제명하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를 보인 점을 대비시키며 당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했다. 이는 당의 조치가 정의 실현이 아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뤄졌다는 강력한 문제 제기다.
둘째, 조국 원장의 책임론을 ‘형식논리’로 일축한다. 강 전 고문은 조 원장이 옥중에서도 당무를 보고받고 정치적 메시지를 냈으며, 사면 후에도 당의 실질적 리더로서 활동한 점을 지적한다. ‘조국혁신당은 좋든 싫든 조국의 당’이라는 현실 앞에서 ‘권한이 없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것은 당의 공식 기구가 아닌, 당의 상징이자 실질적 리더인 조 원장의 정치적 결단과 인간적 위로였다.
강 고문은 사건이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7월 14일에 대리인 사임을 통보하고, 17일에 조국 전 대표에게 장문의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서신 말미에는 "만약 사면되어 나오시면 꼭 이 사안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사 요청"했고 '공식일정'을 소화하기를 기다려 8월 21일 만남을 요청했으나 조국 전 대표의 답변은 '지역 일정을 마친 후인 9월 초'에 강미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셋째, 당의 대응이 ‘법과 절차’라는 껍데기만 남았을 뿐,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지원이라는 시급한 과제는 뒤로한 채 미래를 위한 당규 마련에만 몰두하는 TF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복장이 터지는 고통”과 “휴지 취급”을 당하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그는 전했다. 이는 당이 위기관리의 본질을 피해자 회복이 아닌, 조직의 방어와 이미지 관리로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조국혁신당 강미숙 전 고문의 페이스북 입장문 갈무리
조국혁신당의 주장은 ‘가해자를 징계했다’는 좁은 사실관계에서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서사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신뢰를 잃었다. “사실과 다른 주장에 유감”이라던 입장을 하루 만에 “과정이 미흡했다”며 사과로 뒤집은 것은, 초기 방어 논리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자인한 셈이다. 이 자기모순은 피해자 측 주장에 강력한 힘을 실어준다.
반면, 강미숙 전 고문의 주장은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을 훨씬 더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왜 피해자들이 절차적 종결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을 느꼈는지, 왜 조국 원장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는지, 그리고 왜 당의 대응이 또 다른 상처가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형식논리’와 ‘정치적 현실’의 괴리를 짚어낸 대목은 당의 책임 회피 프레임을 논리적으로 무너뜨린다.
결론적으로,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때 강미숙 전 고문의 주장이 더 높은 타당성을 갖는다. 그의 주장은 당의 모순적인 행동을 포함한 사태의 전말을 더 포괄적으로 설명하며, 차가운 ‘절차’의 이면에 가려진 ‘사람’의 고통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혁신’이라는 가치가 구호가 아닌 조직 문화로 뿌리내리기 위해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 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저런 인간들이 국민의 지도자랍시고 설치는 것을 대체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만 할까요? 세상이 왜 자꾸 거꾸로 가는 느낌인지... ㅠ
왜 저렇게 썩어빠진 것들에게 작년 총선 표가 많이 갔었는지 ㅜㅜ
이미 본인이 엉망인데 뭘 개혁한다는건지.
21세기에도 세상은 아직도 약육강식이다
언제나 약자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이 참 한결같다
만약 똑같은 일이 다른 진영 다른 당에서 일어났다면, 저들의 제일 먼저 나서서 비난했을 것. 민주 진보라는 말에 신물이 날 지경.
조국당은 피해자를 의심받게 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자신의 지지층인 4050 특히 남성을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문제에선 피해자에게 냉정하니까요
아직까진 편드는 분위긴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