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 대법원 청사 앞에서 총기 든 시위자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네팔 시위대가 교도소를 급습하는 등 폭동 수준으로 과격해지자 군 병력이 도심에 배치됐다.
10일(현지시간) 네팔 시위대는 중부 간다키주 포카라에 있는 카스키 교도소를 습격했다.
이들은 교도소 건물 일부를 파괴했고, 수감자 900명가량이 탈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날 시위대는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의 관저를 비롯한 정부 청사와 정치인 자택 등지에서도 잇따라 방화를 저질렀고 화상을 입은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숨지기도 했다.
EFE는 전날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 자택을 포함해 정치인 24명의 관저에서 시위대가 방화했다고 보도했다.
행정 수반인 올리 총리가 사임했는데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당국은 전날 오후부터 도심에 군 병력을 배치했다. 현지 매체는 혼란이 계속되자 네팔군이 다른 보안 기관들과 협력해 병력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네팔 카트만두 행정 단지 인근서 불 지른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 사회도 과격해지는 네팔 시위대를 향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추가 폭력 사태를 피하기 위해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고 대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웃 나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네팔에서 발생한 폭력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네팔의 모든 형제자매에게 평화를 지지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썼다.
2025년 9월 네팔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정부의 SNS 차단 조치였다. 정부는 '가짜 뉴스'와 '증오 발언'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조치는 네팔 젊은 세대의 자유를 빼앗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SNS에서는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돼 젊은층의 분노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고, 현재까지 20여명이 숨지고 500명 넘게 다쳤다.
네팔 카트만두 대통령 관저 인근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SNS 차단은 이미 끓어오르던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것에 불과했다. 시위의 핵심 구호가 "SNS가 아닌 부패를 차단하라"로 모아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저변에는 더 깊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팔 사회는 고위층의 부패와 면책 특권에 대한 깊은 냉소주의에 빠져 있었다. 시위대는 15년 전의 토지 비리 혐의로 뒤늦게 기소된 전직 총리의 사례 등을 거론하며, 부패한 기성 정치권 전체의 퇴진과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해외 송금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 구조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거대한 불만 계층을 만들어냈다. 또한 2008년 왕정 폐지 이후 14차례나 총리가 교체될 만큼 만성적인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똑같은 구세대 정치인들"이 권력만 돌려 쥘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 잘 읽었어요^^
시위의 본질은 단순하지. 네팔이 바뀌길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앗.. 그러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