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코스모스는 속절없이 피고 지는데, 오직 이 나라의 언어라는 풍경만이 시퍼렇게 멍들어간다. 한때 말에는 금(金)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정치가의 언어는 함부로 꺼내지 않는 칼처럼 서늘했고, 한번 뱉으면 천금의 약속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묵직하던 말들이, 마치 파산한 가게의 집기들처럼 ‘창고 대방출’이라는 현수막 아래 길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품격의 몰락에 이은 정치의 추락. 그 소란스러운 떨이 판매의 한복판에, 놀랍게도 나라를 이끄는 여당이 서 있다.
그들의 언어 시장은 구경꾼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흥미롭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상상력’이라는 좌판에서 ‘대법원장 밀회설’ 같은 근본 없는 상품을 판다. 손님이 "이거, 출처가 어디요?" 하고 물으면, 되레 "당신, 수상한데? 극우지?"라며 눈을 부라린다. 맞을수록 강해진다는 그녀의 기묘한 장사 수완 앞에서 ‘사실’이라는 늙은 가치는 속절없이 폐기 처분된다. 이곳에서는 진실이 아니라, 얼마나 뻔뻔하게 우기는지가 상품의 품질 보증서가 된다.
옆 좌판에서는 추미애 위원장이 1인극을 펼친다. 대한민국 법의 명운을 결정하는 국회 회의장을 무대 삼아, "오빠"를 찾으며 사랑과 전쟁의 명장면을 재연하는 식이다. 그녀의 무대에서 법안과 정책은 우스꽝스러운 배경 소품으로 전락하고, 원색적인 조롱과 유치한 감정 싸움만이 화려한 주연이 된다. 이 저질 행위예술이 신성해야 할 토론의 장을 어떻게 유린하는지, 관객들은 처음엔 경악하다 이젠 그저 체념의 헛웃음을 짓는다.
이 떠들썩한 시장의 주인은 단연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를 ‘깽판’으로 매도하고, 국민 절반을 ‘2찍’이라 낙인찍으며, 비판자를 ‘문맹’ 취급하는 그 저급한 언어들을 ‘대통령 특가’라는 이름표를 붙여 시장에 풀어놓는다.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곧 그 사회의 표준어가 되는 법. 그런데 더욱 역겨운 것은, 이 저렴한 품격이 마치 ‘젊음’이나 ‘힙함’인 양 포장되고 유통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말버릇과 공격적인 단어 선택은 이제 당내에서 반드시 장착해야 할 ‘잇템’처럼 여겨진다. 이런 조악한 화법이 소위 ‘MZ스럽다’며, 그것이 곧 소통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끔찍한 도착(倒錯)에 빠져있다. 그의 ‘용산표’ 막말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사회 구석구석으로 배달된다. 그들이 온라인에 쏟아내는 언어의 배설물들을 보고 있자면, 어쩌다 우리의 대화가 이토록 처참한 지경까지 왔을까, 눈앞이 아득해진다.
사진 갈무리 : 민주당 지지 커뮤니티 우리는 이 가을, 권력이 주도하는 아름다운 언어의 장례식을 목격하고 있다. 한때는 시가 되고 역사가 되었을 단어들이, 이제는 욕설과 조롱의 더미가 되어 광장을 떠돈다. 사람들은 웃는다. 너무 어이가 없고, 너무 기가 막혀 터져 나오는 실소다. 하지만 그 웃음 끝에는 서늘한 공포가 남는다. 말의 품격을 떨이로 모두 팔아치운 텅 빈 시장에서, 우리가 결국 거스름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나라의 영혼까지 헐값에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풍요로워야 할 이 가을의 공기 속에, 서늘한 공허함이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곡소리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품격도 없고 철학도 없고 상식도 없고.
언어의 장례식이란 고급진 표현도 그들에게 아까워요
오로지 개아들딸들에게만 잘 보이면 되니까 품격은 개나주자는 이재명민주당
이재명과 지지자들 보면 하나 같이 ㅇㄱ움. 말쩔해 보이는 인간도 이재명 지지자라고 하면 똑같이 ㄷㄹ워 보임
이재명보다 그 지지자들이 더 ㄱㅇㅈ남
국민 수준에 어울리는 대통렁인데. 천박한 생각과 싸구려 입은 그대로 그 지지자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