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비스 장애 안내문 붙은 우체국 (서울=연합뉴스)
2025년 9월 26일 저녁, 대한민국 정부의 디지털 심장이 멈췄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647개의 정부 업무시스템이 가동을 중단했고, 이는 전국적인 대국민 서비스 마비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관리 부실과 구조적 문제가 빚어낸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을까? 이번 화재는 우발적 사고라기보다는 수년간 누적된 위험 요소를 방치한 결과임이 명확하다.
화재는 왜 일어났나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확인된 사실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발화 시점 및 장소: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15분에서 20분 사이,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시작되었다.
.발화 원인: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연결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13명의 외주업체 작업자들이 노후 배터리를 이전 또는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자 1명이 화상을 입었다.
.시스템 마비의 직접적 원인: 화재 자체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한 것은 '예방적 전원 차단' 조치였다. 화재의 열기로 전산실 온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기가 작동을 멈추자, 국정자원 측은 서버 과열로 인한 영구적 손상을 막기 위해 대전 본원의 647개 시스템 전체 전원을 차단했다. 이는 화재로 직접 소실된 96개 시스템 외에 551개 시스템까지 멈추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화재 진압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특성으로 인해 22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소방 당국은 불에 탄 배터리 384개를 확보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범인은 내구연한 1년 넘긴 노후 배터리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을 명백히 입증하는 '스모킹 건'이 발견되었다. 화재로 전소된 384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두가 내구연한을 1년 초과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4년 8월에 설치된 이 배터리들의 내구연한은 10년으로, 규정상 2024년 8월까지 교체되었어야 했다. 이는 명백한 안전 규정 위반이며,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관리 태만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데이터센터의 UPS 배터리는 정기적인 전압 및 용량 모니터링, 적시 교체 계획 수립 등 엄격한 관리 절차를 따라야 한다. 내구연한이 지난 노후 배터리를 물리적으로 이전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였으며, 이는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방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증거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정부
국정자원 화재는 '뜻밖의 사건'이 아니다. 이는 과거의 대형 IT 재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방치한 결과물이다.
2022년 카카오 화재의 완벽한 재현
이번 사태는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두 사건 모두 UPS실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
카카오 사태 이후 정부는 "대전-광주 센터 간 실시간 상호 백업으로 3시간 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백업과 빠른 복구는 다른 문제"라며 사실상 즉각적인 서비스 전환이 가능한 재해복구 시스템이 부재했음을 시인했다. 이는 데이터를 원격지에 저장하는 '백업'과 재난 시 즉시 서비스를 재개하는 '재해복구'의 개념을 혼동한 정책적 실패를 드러낸다.
예고된 참사: 투자 부족과 안일한 대응
정부의 IT 인프라 관리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물리적 통신망의 중앙 집중화와 이중화 미비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고, 불과 2년 전인 2023년 11월에는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전국 행정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노후 장비와 투자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며 질타하기까지 했다. 이 대표(현 이재명 대통령)은 참사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며, 알면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조치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2023년 유사사고 시 대통령 사과와 행안부장관 경질을 요구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한국경제 기사 캡쳐)
이러한 과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전 본원의 이중화 역할을 할 공주 재해복구센터 구축 계획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연되어 왔다. 만약 공주 센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서비스 마비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적 사고를 넘어선 '관리의 실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피할 수 있었던 재앙이다. 모든 증거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닌, 명백한 '관리의 실패'에 있음을 가리킨다.
내구연한을 1년이나 넘긴 노후 배터리를 방치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관리 태만이다. 2022년 카카오 사태와 동일한 원인으로 화재가 재발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공언했던 '3시간 내 복구'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는 기술적 결함 이전에 정책적, 전략적 실패가 낳은 인재(人災)다. 이는 대한민국 디지털 인프라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경고이며,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국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관리 체계와 투자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러니 일부러 그런거 아니냐 감추고 있는게 있지 않냐 오만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정치 후진국에 보안 후진국
유체이탈 화법 줘패고 싶늠
너무나 무능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필요한 일은 안 하고 자기 범죄 없애는 데만 혈안이 된 자가 나라를 위해 뭘 하겠어요.
이재명 정부가 알면서도 방치한 게 명백한 사실이니 남탓 그만해라 개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