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안보실 3차장 "한미 관세협상, APEC 계기 타결되긴 좀 어렵다" (연합뉴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가안보실 3차장의 입에서 “APEC을 계기로 한 관세 협상 타결은 어렵다”는 공식적인 말이 나왔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이는 사실상 최대의 외교 행사를 빈손으로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실패의 자인이다. 화려한 개막을 앞둔 경주의 축제 분위기 뒤로, 우리 경제의 앞날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합리성’을 계산하는 동안, 기업들의 시간은 타들어 간다. 협상 타결 지연이라는 네 글자는, 서류상의 문구가 아니라 공장의 기계 소리가 멎고, 수출 선박의 뱃고동이 끊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다.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투자를 결정하고, 새로운 고용을 계획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지도자들이 나누는 악수와 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신호등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 앞에는 빨간불만 깜빡이고 있을 뿐이다.
이 암울한 상황이 과연 불가피했던 것일까.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고통이었을까. 협상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숫자와 조문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가장 복잡하게 꼬인 매듭은, 가장 단순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리기도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의 끝은, 바로 어제오늘 있었던 말레이시아의 한 장면으로 향한다.
미국의 트럼프와 마주 앉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만찬의 기회가 있었다. 경직된 협상 국면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리더 대 리더의 담판이 가능한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은 그 의자를 비워둔 채 교포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물론 교포들을 격려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경제 전쟁의 야전 사령관이, 가장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참호를 비운 격이었다.
그가 교포들의 박수를 받는 사이, 트럼프는 일본으로 떠났다. 우리가 걷어찬 기회는 이제 고스란히 우리의 경쟁국에게 돌아갈 것이다. 결국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방패 뒤에 가려진 것은, 가장 비합리적이고 치명적인 외교적 판단의 대가였다. 말레이시아에서 비어 있던 그 의자 하나의 무게를, 이제부터 우리 기업들이 감당해야 한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무능의 아이콘
외교도 국내에서 하던 떼쟁이질, 입벌구 정치식으로 하려니 먹힐 리가요.
이씨가 그러거나 말거나 존재가 아니니 국가와 국민이 괴롭습니다.
한 국가를 망하게 하려고 지옥에서 보낸 악마가 아닌지. 자영업을 하는 친척이 모든 기계부품을 수입해야하는 업종인데 지금 죽을 맛이래요ㅜㅜ
쇼질이나 할 줄 알지 의지도 노력도 무엇보다 능력이 없다는거죠.
저렇게 도망다니고 노력을 안해서 욕하는건데 말이죠
누가 트럼프 이겨서 다른 나라보다 좋은 결과 받아오라 한것도 아니고
답답하네요
트럼프와 골프모임 몇차례 더해서 외교를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 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