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합의로 통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 관세 : 25%였던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15%로 인하되었다. 이는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조건이다.
대미 투자 :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 현금 투자에 대해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기타 분야 :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은 없었으며,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MFN), 반도체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받았다.
초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관세율 인하와 농산물 시장 방어를 근거로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났다.
경주에서 다시 만난 한미 정상 (서울=연합뉴스)
협상 타결 발표 직후 야당을 중심으로 "국익을 지키지 못한 협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부가 '피해 최소화'를 '성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관세의 경우, 협상 기준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에 따른 0%였으나, 정부는 최악의 상황인 25%를 기준으로 삼아 15%로 낮춘 것을 성과로 설명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15%의 관세가 새로 부과된 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 상한선은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 충격의 한계선으로 언급한 규모와 유사하여, 미국의 양보라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이번 협정으로 2012년부터 유지되어 온 한미 FTA의 핵심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0%의 무관세 혜택을 누렸으나, 이제는 FTA가 없는 일본, EU와 동일한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되었다. 이는 한국이 누려온 '특혜적 파트너' 지위가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산 수출품에는 15%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미국산 수입품은 기존 FTA에 따라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비대칭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는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향후 한미 통상 관계에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와 1,500억 달러의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2,0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가 설정되었으나, 야당은 이 규모가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지 않고는 환율 안정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GDP 대비 투자 약속 비율로 보면 한국의 부담은 18.7%로, 일본(13.7%)이나 EU(3.1%)보다 높다.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상업적 합리성' 원칙은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투자처를 심의하는 투자위원회의 위원장을 미국 상무부 장관이 맡기로 한 점은 자금 통제권이 미국에 넘어간 것이며,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번 협상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투자 요구가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고 규정하며, 이는 미국 내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치 방식과 재정권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자금을 관리할 경우 부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으며, 전반적으로 부담이 덜한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간 200억 달러 투자 상한선 설정과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금융 리스크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의 대응을 "저항하기보다는 수용하는", "협력적, 순응적 태도"라고 분석하며, 동맹국을 압박해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 기조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맞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다수 언론은 헤드라인에서 '극적 타결', '빅딜', '불확실성 해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협상 타결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장기간 지속된 통상 리스크가 해소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보수 야당과 진보 정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보도에서는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여당 측은 "외교 천재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외교적 승리를 부각한 반면, 야당 측은 "얻은 게 없는 협상", "국익을 내팽개친 굴욕 협상"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산업 전문 매체들은 '자동차 안도, 철강 충격', '업종별 희비'와 같은 헤드라인을 통해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협상 결과가 모든 산업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일부 산업의 희생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자동차 업계는 25%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존 0%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연간 5조 3천억 원의 추가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수익성 악화와 국내 부품 협력업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 산업은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아 기존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었다. 2018년 합의에 따른 수출 쿼터제(연간 263만 톤 무관세)가 무력화되고 50%의 징벌적 관세가 적용되면서 사실상 대미 수출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포항 등 철강 산업 중심지의 경제적 타격과 관련 기업의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으나, 협상 타결을 위한 의무 조항이며 투자 수익은 원리금 회수 전까지 미국과 50대 50으로 배분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라는 모호한 합의에 그쳐, 향후 미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향후 과제로는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한 특정 국가 의존도 완화, ▲향후 협상에서 명확하고 구속력 있는 규칙 확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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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문 매체들은 '자동차 안도, 철강 충격', '업종별 희비'와 같은 헤드라인을 통해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협상 결과가 모든 산업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일부 산업의 희생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다각적 심층 비교 분석하고
향후 과제까지 공들인 기사,
객관적 사실로 정확하게 짚어주셨네요.
유익하게 잘 봤어요. 넘넘 감사합니다.
한심한 협상이죠..이럴거면 8월달부터 머하러 시간을 질질 끌었는지..그걸 지작하지 않는 언론들이가장 큰문제..이러니 아직까지 지지율이..50프로 이상이 나오지..잘 정리된 내용 감사합니다. 공유하겠습니다.
조목조목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확실성 해소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부분이 여전히 많네요. 연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니 너무 큰 돈입니다. ㅠ
나라 망치는 타결해 놓고 잘했다고 박수 치고 앉아 있는 언론이 제일 큰 문제.
역시나 속은 텅텅이나 다름이 없나보구요.
차분한 해설 고맙습니다
guest / 2천억 달러가 현금입니다. 트럼프 임기 후에 안 줘도 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뭐하러 그렇게 하겠습니까? 탄핵당할 일 있나요.
기사들 찾아보니.. 2000억 현금 직접투자와 관련해서 일본은 5500억의 대부분을 대출이나 대출보증으로 퉁침으로써 실제로는 100억 안팎의 달러현금만 넘어가게 될거라고 하는데 저희는 실제 달러가 넘어가는 걸까요? 그리고 일본이랑 다른 결과 중 하나가 우리는 10년 할부인데 일본은 트럼프임기랑 맞췄다고 하는데.. 개딸들은 10년으로 해놓고 트럼프임기 끝나면 어차피 안줘도 돼서 협상천재라고 찬양하더라고여ㅋㅋ 이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한미FTA가 전면 무효화된게 아니라 우리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미국은 여전히 무관세라니 이건 또 새롭게 열받는 포인트네요. 미국 수입 비중이 크지 않다지만.. 새삼 호구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