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은, 대출채권 담보 긴급여신 도입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16 15:56:29
  • 수정 2025-12-16 16:02:51

  • 은행이 국채 다 팔아도 돈 없을 때 대출 장부 맡기고 돈 빌리는 '최후 수단'
  • 중앙은행은 '뱅크런' 대비하는데 일부는 "경제 문제없다" 태평가
  • 금융 당국의 시그널도 못 읽는 무지

한국은행 본부한국은행 본부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내년 1월부터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관련 규정을 의결했다. 쉽게 말해, 은행이 돈이 급할 때 국공채 같은 우량 자산이 없으면 기업에 대출해 준 '장부'라도 들고 오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은이 돈을 찍어서 주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원칙을 벗어난 조치다. 보통 중앙은행은 현금화가 쉬운 국채나 통안채만 담보로 받는다.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채권까지 받아주겠다는 건, 그만큼 금융 시장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같은 초고속 뱅크런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야 한다. 경제가 안정적이고 금융 시스템이 건강하다면 굳이 이런 '비상용 파이프'를 지금 시점에 뚫을 이유는 없다. 소방서가 갑자기 소방차를 증차하고 비상 대기조를 늘린다면, 어딘가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 특히 민주당 지지층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가 견실하다", "수출이 잘된다"는 식의 낙관론만 흘린다.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면 '가짜 뉴스' 취급을 하거나, 정부를 흔들려는 공작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은의 이번 조치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제가 좋은데 왜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들이 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최후의 안전판을 만드는가.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다 팔아치우고도 현금이 모자라는 상황, 즉 '자금 고갈' 시나리오를 한은은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고 대비책을 세웠다.


이번 제도는 사실상 은행이 부실해졌을 때를 대비한 ‘중환자실’ 예약이다. 건강한 사람은 중환자실을 예약하지 않는다. 한은의 엘리트 관료들은 데이터를 보고 조용히 움직이는데, 정치인과 지지자들만 데이터를 무시하고 구호를 외친다.


미국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도 이 제도를 쓴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맞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나 최근의 은행 파산 사태를 겪으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도입했다. 우리는 아직 표면화된 위기가 없는데도 도입한다. 예방 주사라기보다는, 닥쳐올 충격에 대비해 미리 붕대를 감는 것에 가깝다.


한은이 담보로 받겠다는 건 'BBB- 등급' 이상의 기업 대출이다. 아주 우량하지 않아도 받아주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은행의 유동성 확보가 절박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2-17 14:32:02

    1년도 안되서...휴우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6 17:49:26

    경제라고 견실할까요만,
    한은이 대출장부를 보고 돈을 찍어 은행권을 구제하는 방식을 도입,
    준비 중이라는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대통 하나 잘못 뽑아 각부문 불문 비상상황을 맞게 되다니요.
    국민이 불쌍한 나라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16 17:46:17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 "관세 25% 폭탄" 선언... 巨與 민주당의 '선거용 눈치보기'가 경제 뇌관 터뜨렸다 트럼프 "관세 25% 폭탄" 선언... 巨與 민주당의 '선거용 눈치보기'가 경제 뇌관 터뜨렸다트럼프 "한국 국회 약속 불이행... 즉각 보복"이재명 대통령은 '굴욕 합의', 민주당은 '비준 뭉개기'170석 가진 與, 야당 눈치 보며 제 밥그릇 챙기다 '화(禍)'6월 지방선거 역풍 우려한 '입법 태업'에 기업만 '곡소리''이.
  2. [칼럼] 150만 소비자를 볼모 잡은 '노란봉투'의 역설 전국 150만 명의 한국GM 차주들은 지금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차가 고장 나도 고칠 부품이 없다. 세종시 부품 물류센터가 한 달 가까이 하청 노조에 점거당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 재고는 바닥났고, 애프터서비스(AS)는 사실상 마비됐다. 소비자의 권리가 특정 노조의 실력 행사 앞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이 사태의 원인을 들여다...
  3. [칼럼] 미국서 큰 소리 쳤던 총리, 미국은 관세로 뺨을 때렸다 외교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며칠 전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꽤나 위풍당당했다. 그는 쿠팡을 겨냥해 “법과 상식에 미달한다”, “미국 정부에 호소해 진실을 왜곡하는 건 반미국적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기업의 불만 따위에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지지...
  4. [칼럼] 미국이 보낸 '독촉장'을 깔고 앉은 청와대 외교에서 ‘서한’은 무게가 다르다. 특히 동맹국 대사대리가 보낸,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다. ‘최후통첩’이자 ‘청구서 독촉장’이다.지난 1월 13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한국 외교부에 이 독촉장을 보냈다. 다음 날인 14일, 이 사실은 청와대와 총리실에 보고됐다. 정상.
  5. [칼럼] 국가는 '평론'하는 곳이 아니라 '조율'하는 곳이다 어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막아선 사태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기술의 파도를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까지 소환해 "어차피 올 세상이니 적응하...
  6. [PWS 스노우 스톰] '진개성' 전격 복귀... 포이즌 로즈, 역사적인 초대 위민스 챔피언 등극 [PWS 스노우 스톰] '진개성' 전격 복귀... 포이즌 로즈, 역사적인 초대 위민스 챔피언 등극2026년 1월 24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PWS(Pro Wrestling Society)의 흥행 '스노우 스톰'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번 대회는 다수의 타이틀 매치와 충격적인 복귀, 그리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포이즌 로즈, PWS 역사.
  7. 전병헌, 경찰 왜 김병기 0.5톤 괴물 금고 못 찾나 의문제기 김병기 의원 부부 대형 금고 소재 파악 실패와 부실 수사 의혹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경찰이 김병기 의원 부부의 대형 비밀금고를 압수수색 2주가 지나도록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해당 금고는 무게 300~500kg에 달하는 대형 내화금고 혹은 강력금고로 추정되며, 성인 남성 다수와 전문 장비가 동원되어야...
  8. 쿠팡 사태, 벤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게 경고 미국 행정부의 치밀한 개입, 대사관 참관부터 부통령 경고까지쿠팡 사태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대응이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청문회에 방청객으로 직접 참석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본국에 상세히 보..
  9. 관세 25% 롤백에 입 닫고 유튜브 출연한 김민석 총리 관세 롤백으로 무색해진 '핫라인', 검증 피해 유튜브로 숨은 총리미국 정부가 25% 관세 조치를 롤백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외교적 성과로 과시했던 미 부통령과의 ‘핫라인’ 구축이 허울뿐인 구호였음이 드러났다. 외교적 실익을 챙기지 못한 상황에서 김 총리는 예정된 신년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유튜브 방송 출연을 선..
  10. [이슈] 한덕수 '징역 23년' 공포… 박성재, '행정'인가 '내란'인가 법리 전쟁 시작 [이슈] 한덕수 '징역 23년' 공포… 박성재, '행정'인가 '내란'인가 법리 전쟁 시작- 12·3 사태 관련 박성재 前 법무·이완규 前 법제처장 첫 공판 - 한덕수 '친위 쿠데타' 규정하며 중형 선고한 재판부 배정… 변호인단 긴장 - 朴 측 "장관으로서 실무 챙긴 것일 뿐" vs 특검 "내란 가담" - 李 측 "국회 위증은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