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사람이 죽는다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8-26 17:28:57
  • 수정 2024-08-29 00:25:01

  • 지인의 사진이 '딥페이크' 기술 통해 음란물로 제작 유포
[디지털 성범죄 신고]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http://orl.kr/nY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가해자들의 지인 또는 무작위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사진이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통해 성착취물로 제작 유포되고 있다. 특수사례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 번지고 있다. 


지인의 범위에는 급우, 교사 뿐 아니라 친족까지 포함되어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피해 사례를 모은 제보방에는 전국 학교 300여 곳의 이름이 오르고 있고, 놀랍게도 초·중·고교와 대학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지인 뿐 아니라 SNS 공개 계정에 게재된 사진도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에 악용되고 있다.



누군가 죽어야 끝이 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심지어 현역 군인들이 여성 동료들의 얼굴사진을 사용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방에서 제작 및 유포하는 사례도 드러나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이들은 먼저 대기방에 입장해 현역 군인임을 인증하고 동료 사진을 공유해 성착취물의 소재로 제공해야 입장하는 방식이다. 


여성 동료 군인을 '군수품'이라 지칭하며 단순 제작 및 공유를 넘어 오프라인까지 성희롱이 이어지게 만드는 시스템 (사진=엑스 캡쳐)

가해자들은 익명성과 보안성으로 무장한 텔레그램의 특성상 검거되지 않을 것을 자신하고 있으나 이미 많은 가해자들이 입건되고 있다. 전남·서울·인천 경찰청은 다수의 가해자들을 사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텔레그램 특성상 검거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한 가해자의 글 (사진 : 엑스 캡쳐)

경찰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의 예방이 어려운 만큼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다가 붙잡히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범행 대상이 미성년자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그러나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피해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만큼 더욱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통한 텔레그램 대화방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통한 텔레그램 대화방 

전국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피해자들이 생을 포기할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점을 실감하지 못하는 공감능력의 마비와 음란물 공유 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지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해지는 면, 그리고 이제는 정치세력화된 여성에 대한 공격적 피해의식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해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수 있는 압도적인 여론과 피해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 미 처리된 법안의 신속한 처리 등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경찰이 위장·잠입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했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신분위장수사와 신분 비공개수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만 명시되어 그 범위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한정하고 있는 점을 보완해 개정안은 성인을 포함한 전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찰이 신분을 위장·비공개하고 범죄현장(정보통신망 포함)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범죄행위의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범과 개정안 모두 이러한 범죄를 막기에 부족하다. 

새로운미래의 신재용 책임위원은 지난 23일 책임위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수사기관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이유로 가해자 특정에 소극적'이라며 '현행법도 반포 목적이 있어야 처벌한다고 하고 있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경찰의 검거노력에 선행하는 것은 정부가 직접 나서 텔레그램 본사에 가해자 신원 특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텔레그램 본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대한민국은 범죄의 소굴로 전락한 텔레그램을 거부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딥페이크의 초성인 'ㄷㅍㅇㅋ'를 걸고 대놓고 성착취물 제작을 홍보하는 계정 (사진=엑스캡쳐)



덧붙이는 글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syooj2024-08-29 17:16:32

    이런 언론 귀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acezoo2024-08-28 12:37:58

    우린 어떤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걸까요?

  • 프로필이미지
    cieloazul2024-08-27 23:26:58

    세상이 무섭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58lyg582024-08-27 10:02:53

    변화하는 범죄에 맞춰 형량도 더 엄격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좋은 기사 잘읽고깁니다

  • 프로필이미지
    jade07242024-08-27 09:39:22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해 혼란스러운 와중에 범죄는 그보다 더 악질적으로 진화돼서 어리둥절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 프로필이미지
    newrumi2024-08-26 19:51:25

    딥페이크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게 파고들어버린 줄은 몰랐네요.
    윤갑희기자님은 진정한 기자정신으로 똘똘뭉치신 멋진 기자님이세요.

  • 프로필이미지
    newwwave2024-08-26 19:27:06

    하 처참하네요... 강력한 법안 발의와 처벌이 선행 되어야 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yoongaphee2024-08-26 18:56:12

    won6er님 댓글 보고 오해의 소지가 있어 기사 내용을 조금 더 다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angel_10042024-08-26 18:50:19

    엊그제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사장  체포했다고 기사 나왔더라구요
    앞으로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은 성범죄들에게 너무 관대합니다
    성범죄자들 삶은 미래가 창창하니 관용을 베풀어야 하고
    피해자들의 삶은  앞으로 어둠만 지속될테니  망가져도 괜찮다는건지  판사들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4-08-26 18:00:34

    범행대상이 미성년자가 아니면 딥페이크 시청이나 소지에 대한 처벌은 안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군요.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사해서 밝혀내고 처벌까지 가기엔 많은 제약이 있는듯하니 빠져나갈수 없도록 더 꼼꼼하고 때론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법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6.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