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치인의 지지율 수치를 보면서 그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때로 현실을 왜곡시킨다. 이재명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기 대선 지지율 46.3%를 기록하며 2위 김문수(18.9%)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수치만 보면 그의 미래는 찬란하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숫자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
이회창 대세론이 두 번이나 꺾인 기억처럼 종종 정치는 거대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의 63.4%를 차지했다. 압승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50.48%에 불과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석 35.4%만 얻었지만, 실제 득표율은 45.08%였다. 같은 선거 결과를 보는 두 개의 렌즈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숫자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 (그래픽=가피우스)
경기도의 상황은 더욱 극명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11.85%포인트 더 득표했을 뿐인데, 의석수는 53대 6으로 무려 9배 차이가 났다. 이것이 바로 '소선거구제의 저주'다. 이 제도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50.1%만 얻어도 100%의 의석을 가져간다. 경기 하남갑에서는 1199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패배한 후보에게 던진 5만여 표는 모두 '사표'가 되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주사위 게임이다.
사람들은 종종 정치인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열광은 때로 맹목이 된다. '이재명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그 증거다. 한 정치인의 이름 앞에 '공포'를 뜻하는 단어가 붙는 것은 이미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그의 열성 지지자들이 이 공포를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에 "이재명 다시 보이네"라는 매크로로 의심될만한 동일한 내용의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마치 미리 짜놓은 대본을 읽는 배우들처럼. 그들은 이번 영남지역 산불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정치적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2찍 지역이니 뭐", "당해도 싸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어떤 이들은 이재명을 홀대했다는 이유로 산불기부금을 취소하는 인증까지 했다. 인간적 공감능력의 실종이다.
매크로 의심 받는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다시 보이네'게시물들 (출처=엑스)
다시 숫자로 돌아가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은 47.83%라는 높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이 최근 선거에서 보여준 성과는 분명 강력한 지지기반을 증명한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그 지지층 바깥에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대선때의 데쟈뷰처럼 극단적 진영논리에 갇힌 열성 지지자들의 언행은 이 틈새를 메우기는커녕 더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망언집'을 배포했을 때 민주당은 이를 "명언집"이라 부르며 역으로 활용했다. 정치적 말장난으로는 재미있을지 모르나,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정치적 수사와 진영 내 호응이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정치는 결국 설득의 예술이다. 자기 진영의 목소리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숫자의 착시에 취해 열광의 함정에 빠진 채, 이재명과 그의 지지자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열성지지자들의 거친 언행과 막말이 과연 도움이 될까? 이미 경험했듯, 지지율이라는 뜨거운 불에 취해 스스로를 과신하는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조만간 우리는 이 지지율의 실체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