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부정투표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찍을 사람이 없음에 한탄한다. 정치상황에 환멸을 느껴 고개를 돌린 사람도 있고,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투표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특별하게 이번 선거를 앞두고"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는 분들이나, 굳이 이번 선거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닥쳐올 어느 선거에서라도통용될만한 좋은 지침이 될만한 체크리스는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역사책을 뒤적이며 만든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공유해 볼까한다.
21세기 정치를 건너는 유권자를 위한 12가지 조언 (그래픽=가피우스)
1. "갈리아 전쟁의 교훈: '우리' vs '나'"
투표를 기다리는 동안 후보들의 연설문을 들여다보자. 카이사르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고 말했지만, 실상 그의 성공은 군단의 집단적 노력 덕분이었음에도 자신의 공만을 주장하며 1인칭 단수를 과도하게 사용했음이 문헌으로 증명된다. 결국 원로원에서 23번의 칼에 찔려 죽었다. 그의 부하였던 안토니우스가 장례식에서 한 연설은 '우리 로마를 위해'로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후보들의 SNS와 연설문을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날것이다. '국민'과 '우리'가 '나'와 '제가'보다 최소 3배 이상 자주 등장하는 후보를 찾아라. 집단지성을 믿는 사람인지, 나르시즘에 빠져 자신을 신처럼 여기는 사람인지는 이 단순한 통계에서 드러난다. SNS에 '국민과 함께한 순간'보다 '내가 빛난 순간'이 더 많다면 이 또한 경고 신호다.
2. "황제의 거울: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자"
후보의 인생 궤적을 추적해보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절대 권력자였지만, 매일 밤 『명상록』을 쓰며 자신을 점검했다. "권력은 일시적이다. 몸도, 명성도, 모든 것이 변한다"라고 적었다.
후보의 정치입문 이전의 SNS 계정이나 저술을 찾아보라. 당시 그가 평범한 시민이었을 때 쓴 글과 현재의 발언이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하라. 화요일에는 진보적이었다가 목요일에는 보수적이 되는 사람은 일요일에는 독재자가 될지도 모른다. 특히 돈, 권력, 명예에 대한 태도가 급변했다면 플라톤의 『국가』에서 경고하는 폭군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3. "소금길 경제관: 실속 있는 복지"
고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왕의 길'을 건설했다. 2,500km에 달하는 이 도로는 소금, 향신료, 비단을 운반했고,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 되었다. 그는 지출보다 수입을 먼저 계산했다.
후보의 공약집에서 '재원 조달 계획'이라는 단어를 찾아라. 없다면 즉시 마음속에서 그 후보를 제외하라. 비록 재원 조달 계획이 기재되어 있어도 검증이 부실하거나 추상적이라면 선택을 보류하라.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무상 복지"가 3번 이상 반복되는 공약은 로마의 네로 황제가 황금궁전을 지으며 국고를 고갈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사는 지속 가능한 경제 정책이 아름다운 꿈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테네는 페리클레스의 과도한 공공사업으로 재정이 바닥난 후 스파르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4. "유배 13번의 지혜: 반대편과 대화하는 자"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정적에 의해 13번이나 유배를 당했지만, 그는 '강물은 흐르되 돌은 남는다'고 말하며 화해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왕안석과도 시를 주고받았다.
후보가 평소에 정치적 라이벌이나 다른 후보를 어떻게 부르는지 관찰하라. "○○씨"라고 인격적으로 대하는가, 아니면 '저들'이나 '악'으로 규정하는가?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는 처음에는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점차 '반혁명 세력'이라는 레테르를 붙여 반대자들을 단두대로 보냈다. 그 자신도 결국 같은 길을 걸었다. 미국의 링컨은 남북전쟁 후 "분노를 품지 말고 모두에게 자비를"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5. "황제의 새 옷: 현장을 외면하는 자"
1666년 런던 대화재 때 찰스 2세는 직접 소화전을 잡고 불을 껐다. 반면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 동안 수도 미나스티르스에서 비파를 켰다는 기록이 있다.
후보의 SNS를 살펴보라. '현장 방문' 사진이 있다면 실제로 그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는지 확인하라. 재난 현장 사진이 모두 지휘본부 안에서 찍혔다면 경계해야 한다. 진짜 지도자는 비가 오면 우산을 든 채 현장을 돌아다니고, 불이 나면 그을음 냄새를 맡으며, 홍수가 나면 장화를 신는다. 에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는 기근이 들었을 때 자신의 식사량을 줄이고 궁중 연회를 취소했다. 고통을 공유하지 않는 지도자는 결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6. "검열 가위: 정보를 숨기는 자"
19세기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압둘하미드 2세는 신문에서 '자유', '혁명', '독립'이라는 단어를 모두 검열했다. 결과적으로 신문은 흰 여백으로 가득 찼고, 오히려 이것이 독재의 상징이 되었다.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을 3회 이상 반복한다면 주의하라. 그의 공식 홈페이지 '자료실'에 PDF 파일이 10개 미만이라면 의심하라.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산소다. 정보를 숨기는 지도자는 결국 국민에게도 숨기게 된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기 전 아고라 광장에서 모든 내용을 공개했다. 비밀은 독재의 첫 번째 도구다.
7. "영원한 집권 꿈: 권력 중독자"
로마의 신키나투스는 국가 위기 때 독재관으로 임명되었지만, 임무를 완수한 뒤 16일 만에 권력을 반납하고 농부로 돌아갔다. 반면 카이사르는 '종신 독재관'이 되려다 암살당했다.
후보의 권력에 브레이크를 확인해야 한다. 견제장치가 허술해 보인다면 일단 경계하라. 권력의 맛은 마약보다 강하다. 영원히 집권하려는 욕망은 모든 독재자의 공통점이다. 조지 워싱턴은 3선 제안을 거부했고, 넬슨 만델라는 단임으로 물러났다. 떠날 때를 아는 지도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8. "에디슨의 실패: 배우지 않는 자"
발명왕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전 1,000번 넘게 실패했지만, 그는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1,000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후보의 과거 실패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라. "그때는 그랬다"는 변명을 반복한다면 이는 배우지 않는 사람이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학습 능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즉시 수정했고, 일본의 메이지 천황은 서구의 선진 제도를 과감히 도입했다. 고집은 미덕이 아니라 재앙의 씨앗이다.
9. "훈민정음 테스트: 100년 후를 보는 눈"
세종대왕은 실록에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백 년 후를 말씀하셨다. 그의 시야는 당대를 넘어 미래 세대까지 닿아 있었다.
후보의 공약서에서 '50년 후', '다음 세대',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확인하라. 기후위기 대책이 '재생에너지 20%' 수준이라면 그것은 18세기 증기기관 시대의 발상과 다름없다. 인도의 간디는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을 충족시킬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신의 손주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는 후보를 찾아라.
10. "해설의 관재: 청렴성 스트레스 테스트"
명나라의 청렴한 관료 해설은 평생 관을 집 한쪽에 두고 살았다. 이는 언제든 부정부패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각심의 상징이었다.
후보의 재산 신고서를 1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라. "배우자 소유 부동산", "자녀 명의 주식", "형제회사 고문료", "신탁", "해외계좌" 등의 단어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면 이는 현대판 뇌물 창구일 가능성이 높다. 청나라 옹정제는 "관리의 봉급이 적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그렇다면 관직을 맡지 말든가, 가난하게 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답했다. 부정직한 재산 관리는 부정직한 국가 관리의 전조다.
11. "흑사병 대응 평가: 위기 때 드러나는 본색"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 당시, 교황 클레멘스 6세는 의사들을 파견하고 격리 시설을 마련했다. 반면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유대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후보의 SNS를 검토해보라. "○○ 때문"이라는 책임 전가가 3회 이상 등장한다면 경고 신호다. 위기는 지도자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는 매일 저녁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대만의 차이잉원은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반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는 "그냥 작은 독감"이라며 문제를 축소했다. 역사는 위기 대응의 결과를 냉정하게 기록한다.
12. "투표용지 고고학: 미래 교과서 검증"
"이 선택이 22세기 역사책에 실려도 부끄럽지 않을까?" 자문해보라.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에 이 후보를 포함시킬 만한지 상상해보라.
투표소에 들어가기 직전,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역사' 앱을 실행해보자. 1945년 광복 이후 첫 선거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대선의 사진을 비교해보라. 두 선거 모두 당시에는 '역사적'이라 불렸지만, 후대의 평가는 달랐다. 우리의 선택도 언젠가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주의 깊게 살피고, 냉정하게 판단하라. 선거는 하루지만, 그 여파와 결과가 수년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으며 반드시 생각해봐야한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도기 조각으로 투표했고, 로마에서는 왁스 판에 표시했다. 우리의 종이 조각도 언젠가 박물관 유리장 속에 들어갈 테다. 그때 후대의 사람들이 과연 우리의 기록을 보며 "21세기 초반 유권자들은 현명했다"고 평가할까?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선택해야할 수만가지 이유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