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 22일 공개된 법률밥송 '홍승기가 묻고 그가 답하다'를 통해 “대한민국은 외교, 정치, 세대 간 신뢰의 전방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제는 중심을 다시 세우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수 경험을 토대로 펴낸 책 『대한민국 생존 전략』에 기반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질서부터 여의도 정치와 언론 환경까지 진단했다.
이낙연 "지금은 야수의 정치시대" (법률방송 갈무리)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 연수를 포함해 장기간 미국 체류를 마친 뒤 “한국은 사랑받는 나라가 됐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특히 워싱턴에서 본 한국은 여전히 작은 나라”라고 자평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으로서 국권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중국과의 일정한 관계를 미국이 이해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이제는 우리가 대등하다”며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과 협력해야 미·중 양측에 ‘할 말’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군사 동맹 수준의 협력에 대해서는 “아직은 국민 정서가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도 “중국의 군사 대국화와 북한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선 “역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이웃이지만, 반중 감정이 왜 커졌는지 중국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조공 의식이나 경제적 강압이 젊은 세대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한국은 적대적 관계로 갈 수 없다. 중국도 그걸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대한 진단은 더욱 날카로웠다. 이 전 총리는 “지금의 여의도 정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가 아니라 야수의 정치”라며 “정당은 약해지고 강성 지지자만 강해졌다. 과거엔 싸우고 술 한잔하며 인간적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웬수 취급”이라고 통렬하게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이재명 정치의 청산 없이 이 나라가 다시 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의 외신 분석을 인용해 “포브스는 한국을 세계 6위의 국력 국가로 평가했지만, 유럽과 북유럽 기관들은 ‘민주주의 퇴행국가’로 평가하고 있다”며 “정치는 국민이 70년간 쌓아올린 성취를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자질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협치와 국민통합, 법치주의, 도덕성이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꼽혔다”며 “정치가 무너진 지금, 국민이 가장 당연한 것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라고 진단했다.
언론에 대해선 “정치의 양극화와 진영주의를 부추기는 데 언론도 큰 책임이 있다”며 “조회수를 위해 품격을 버리고 자극을 택한 언론과 유튜브는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한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의 중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2030 세대를 향해 “기성세대가 누렸던 기회와 안정은 사라지고,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남겨 미안하다”며 “우리가 이들을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주체로 인정하며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며 “국가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언하고, 민주당이 새로운 후보를 내세운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잘 돌아가 저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