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석열 재구속으로 막을 올린 보수궤멸작전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10 13:28:35
  • 수정 2025-08-05 04:09:04

  • 특검의 다음 타깃은 국민의 힘 45 플러스알파와 극우 유튜버 50명.
  • 내란특별법으로 경제적 타격까지.

<사진 : 구속심사 마친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끝의 시작

윤석열이 다시 구속됐다. 124일 만이다. 석방된 지 몇 달 안 되어 또다시 차가운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끝일까?' 


3월 석방 이후 그가 준비했던 반격 시나리오들이 있었을 것이다. 변호인단 회의, 언론 대응, 여론 관리. 하지만 178페이지 분량의 특검 프레젠테이션 앞에서 그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마치 모래성처럼. 


"다음은 누구 차례?"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기시감이 든다. 노무현 때도, 이명박 때도, 박근혜 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권력자 한 명을 제거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 착각.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게임이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뿐이다. 


국민의힘 내부는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 특검의 수사망이 윤상현에게, 김선교에게, 추경호에게 차례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들처럼 몸부림쳐봐도 소용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관저 앞으로 몰려간 45명의 '충신들'이다. 이들은 모두 체포방해 혐의로 특검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조경태 의원은 "특검 수사 대상은 45 '플러스알파'다. 청산의 대상이란 뜻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이미 칼을 뽑았다. 마치 조선 후기 당쟁의 승자가 상대편을 뿌리째 제거하듯 말이다. 김용민 의원은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달라. 보내주는 족족 동의하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를 썼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약속을 지키라"라고 압박했다.


디지털 시대의 몰락

이번엔 정치인만 타깃이 아니다. 유튜버 50여 명이 소환 조사 명단에 올랐다. 윤석열 취임식에 초청받았던 극우 유튜버들,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가 "자면서도 시청한다"라고 자랑했던 이봉규티브이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서로를 지지기반으로 삼으며 '윤석열 방어막'을 구축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동력을 잃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되자 서로 저격하는 내전이 시작됐다. 성범죄자 전력의 보수아이둘은 채널을 폐쇄했고, 신남성연대 배인규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제국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된다. 


특검이 손을 뻗으면, 보수 진영의 목소리는 파리 떼처럼 흩어진다. 선거 국면을 이끌어줄 중견 스피커 없이 내년 지방선거의 무대는 고요해질 것이다.


단두대의 법칙

특검이 정치적 사망선고를 노린다면 '내란특별법'은 경제적으로도 국민의 힘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단순한 법안이 아니다. 115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의 힘과 특검대상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같다. 내란범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끊고 환수한다는 것, 그리고 '내란범 사면 금지' 조항까지. 


흥미로운 건 자수·자백하는 공무원들에게 감면 혜택을 주는 대목이다. 고전적인 배신 유도 전략이다. 마치 마피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먼저 자백하는 놈이 살아남는다"는 게임의 법칙을 정치에 적용한 것이다.


2026년, 심판의 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보수의 대표주자 몇몇은 구속될 것이고, 국고보조금이 끊긴 국민의 힘은 친윤, 반윤으로 나뉘어 서로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론을 이끌어 줄 스피커들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지방선거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 보듯 뻔하다.


끝일까, 시작일까

이 모든 것이 진짜 끝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한국 정치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였고, 몰락은 언제나 재탄생의 전주곡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를 수도 있다.

보수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 반이재명인사나 모스탄같은 외부 인사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는 모양새인데 내 판단은 조금 다르다. 설령 트럼프가 이재명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거나, 큰 약점을 쥐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우리나라와의 관세협정이나 방위비 협상에 목줄로 이용하면 모를까, 대놓고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거라는 예상은 너무 순진하다. 트럼프가 관심 있어 하는 건 그저 한국과 중국의 일정한 거리두기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와 국민의 힘이나 보수 진영이 꺼낼 마지막 카드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밖에서 볼 때도 지리멸렬에 겁먹은 게 뻔히 보이는 데, 그렇지 않아도 각자도생으로 비치는 보수가 어느 날 갑자기 똘똘 뭉쳐 이 위기를 벗어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07-11 09:45:10

    이렇게 희망이 없어보이는 적은 처음이네요. 휴..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7-10 20:05:00

    국가와 국민의 불행입니다.
    막무가내 막가파 막강한 권력의 견제세력의 무력, 약화도 모자라 죽이기.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두렵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0 15:57:14

    국힘 보면... 한 숨 나온다. 월급쟁이 생횔하고 싶으면 회사를 다니지. 찢이 마음대로 휘젓는데도 눈만 껌벅.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도 없고.. 거기에 찢 지지자 아니면 내란으로 죽여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국민성까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ever2025-07-10 14:13:01

    국힘 보면 진짜 한 숨 나와, 이재명 정권 지지기반엔 지리멸렬한 국힘도 한 몫하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