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소통 부재' 울산 구단의 선택, 과연 최선이었을까?
  • 박주현
  • 등록 2025-08-02 07:49:22

  • ▲ '경질 통보' 울산 김판곤 감독 "예의는 물론 행정적으로도 문제"(종합)
  • ▲ 울산 구단은 김판곤 감독과 상호합의 계약 해지 '공식 발표'

경질설에 휩싸인 울산 HD 김판곤 감독경질통보 받은 울산 HD 김판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 HD 김판곤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공식전 10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성적 부진의 늪에 빠진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이번 감독 교체 과정에서 드러난 구단의 아마추어적인 행정 처리는 K리그 명문 구단으로서의 품격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김 감독 본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경질 사실을 먼저 알게 되었다는 점은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김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언론을 통해 나에 대한 경질 관련 기사가 나간 뒤에야 구단으로부터 경질과 관련된 통보를 받았다"며 "예의는 물론이고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감독에게 최소한의 예우조차 갖추지 못한 울산 구단의 태도는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감독 경질은 구단에 중대한 결정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예의를 갖춰 진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울산은 이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한 채 언론을 통해 먼저 소식을 흘려버렸다. 이는 구단 내부의 소통 부재는 물론, 김 감독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명예 퇴진 김판곤, 그러나 '3연패' 위업은 지울 수 없어


김판곤 감독은 지난해 7월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후 팀을 K리그1 3연패로 이끌었다. 당시 울산은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 이탈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정규리그 4위까지 추락하며 위기에 놓여 있었다. 김 감독은 "1분을 배고파하는 선수를 좋아한다"는 말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팀을 재정비했고, 결국 34라운드 조기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불과 1년 만에 '무관'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고 K리그1 3연패와 통산 5번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그의 지도력은 울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2025시즌 들어 울산은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 3연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이후 연승 사냥에 번번이 실패하며 순위가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3전 전패, 코리아컵 8강 탈락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리그1에서도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을 기록하며 공식전 10경기 무승(3무 7패)의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울산은 정규리그 7위로 밀려나 4연패는커녕 '파이널A' 진입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경질 촉매제' 서포터스 보이콧, 구단은 누구의 편이었나


울산의 추락이 계속되자 서포터스들은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에서는 관중석에서 "김판곤 나가"라는 구호까지 터져 나왔다. 축구계 소식통은 이 구호가 김 감독 경질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울산 구단이 보인 일련의 행태는 팬심에 과도하게 흔들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성적 부진의 모든 책임을 감독 한 사람에게만 돌리고 팬심에 휩쓸려 감독을 불명예스럽게 내쫓는 것은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단은 후임 감독으로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염두에 두고 접촉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왔다. 이 모든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김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기도 전에 자신의 경질 소식을 접해야 하는 불쾌한 상황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1일 "최근 성적 부진의 책임을 통감하며 구단과 논의 끝에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이미 짜여진 수순이었음이 명백하다. 김 감독은 2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서포터스들이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치러질 고별전은 어색한 기류 속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 팬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단은 책임 있는 행정 처리를 통해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켰어야 했다.


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울산 HD 선수들서포터스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울산 HD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련기사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