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임명식 자체도 그렇치만 그 감성은 도저히 받아드려지지 않는다.
지난 광복절, 새로운 대통령의 임명식 무대 한가운데에서 열예닐곱 남짓이나 돼 보이는 치어리더 소녀들이 환하게 웃으며 공중제비와 춤을 추고 있었다. TV 화면에 잡힌 그 희망 가득한 얼굴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 소녀의 25년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는 저 순수한 몸짓이, 과연 25년 뒤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 우리가 과연 저 아이에게 희망찬 미래를 물려줄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타임머신은 없지만, 우리에겐 통계라는 과학적 예측과 지성이라는 이성이 있다. 그것을 빌려 잠시 25년 뒤, 2050년의 대한민국으로 가보자. 그때 그 소녀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먼저,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의 무게에 짓눌린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지금 같은 재정 기조라면 2050년 국가채무가 4000조 원을 돌파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가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통제 불가능하게 급증했던 해외 사례들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오히려 희망 섞인 예측일 수 있다.
이 숫자를 그녀의 삶으로 환산하면, 1인당 8,600만 원, 거의 1억 원에 달하는 빚을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25년 전, 임명식 귀빈석애서 웃던 그 정치인들이 뿌린 '씨앗'이, 그녀에게는 평생을 갚아도 벗어날 수 없는 '채무의 족쇄'가 되어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2050년, 대한민국은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1대 1 부양'의 시대에 진입한다. 그녀는 부모, 그리고 사회가 떠넘긴 또 다른 노인 한 명의 삶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녀의 월급 통장은 '세금 자동인출기'로 전락한다. 건강보험료율은 15.8%까지 치솟고, 국민연금 보험료율 역시 현행 9%에서 최소 25% 이상으로 올리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은 완전히 고갈된다. 소득의 30% 이상이, 정작 자신은 제대로 받지도 못할 연금과 복지를 위해, 앞선 세대가 남긴 빚더미를 감당하기 위해 뜯겨나간다. 이것은 부양이 아니라 약탈이다.
그녀가 살아가는 사회는 활력을 잃고 정체된 모습일 것이다. KDI가 예견한 대로 잠재성장률은 0%대를 헤매고,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생산가능인구 1300만 명이 증발한 노동 현장은 일부 로봇이 대체하겠지만, 현실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보고서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이중 작성해야 하고, 본인과 아이의 미래를 위해 퇴근 후 중국어 학원에 다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60만 대군'은 역사책 속의 단어가 되었고, 국경을 지킬 청년이 부족해 안보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래픽 : 박주현 국민의 선택이 항상 숭고한 듯 포장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정의도, 최선도 아니였다.
이 모든 참담한 미래는 운명이 아니라, 2025년의 우리가 만든 선택이다. 특히 국가의 재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인식은 이 비극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도, 그는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한 현금 살포를 너무나 쉽게 말한다. 국가부채를 "미래를 위해 씨앗을 심는 일"이라 칭했던 그 위험한 궤변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희망의 씨앗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토양에 심어진 파멸의 독초(毒草)다. 오늘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그날 임명식에서 춤추던 그 소녀들이 훗날 잿빛 세상에 서서, 2025년의 우리를 향해 "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라고 피눈물로 묻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재정의 고삐를 죄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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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짤을 첨 봤을때 북한 영상을 참고자료로 보여주는 줄 알았습니다.
섬뜩한 현실입니다 ㅠㅠ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마치 광주의 정율성 동요제 같았어요.
한명이라도 더 이런 현실에 눈뜨기를 바랄 수 밖에 없네요.
그 전에 이재명이 모라토리움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