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 ‘1년 단위 재계약’… 딜러들과 갈등격화
6월 강북딜러 계약종료에 이어 9월 대구 딜러 계약 일방적 종료
혼다코리아가 전국 주요 딜러와의 계약을 잇달아 종료하면서 갈등이 법정으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계약 분쟁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직영점 체제 전환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강북 딜러 계약 종료에 이어, 오는 9월 대구 딜러와의 계약도 끝난다. 문제는 350cc 이상 대형 모터사이클의 경우 무상 점검과 핵심 정비가 공식 딜러 및 지정 서비스망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강북·경기 북부, 대구·경북 지역의 라이더들은 정비 공백에 직면했고,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는 부품 주문 취소, 정비 지연, 출고 계약 무산 등의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정책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건 혼다코리아 대구 딜러점 (사진=혼다대구딜러 페이스북)
1년 단위 계약갱신으로 생사여탈권은 본사로
이번 갈등의 핵심은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제시한 신규 계약서다. 기존에는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던 계약이었지만, 새 계약서는 1년 단위 갱신으로 변경됐다. 즉, 본사가 매년 재계약 여부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다. 딜러들은 이를 두고 “명목상 딜러 계약일 뿐, 사실상 직영점화”라고 비판한다.
더불어 ‘집중판매권역’ 축소, 담보금 4배 증액 요구, 전산 시스템 사용료 폭등(월 30만 원 → 140만 원 + VPN 별도) 등 본사의 통제 수단이 강화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일부 딜러는 혼다코리아를 상대로 서비스딜러 지위 확인, 대리점 선정행위 금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혼다코리아는 “일부 딜러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계약이 종료됐을 뿐”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동 연장 계약이 폐지된 이상, 딜러는 매년 본사의 판단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사실상 직영점 체제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일본과 딜러간의 갈등엔 일본 정부가 개입
이 같은 구조 전환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할리데이비슨 일본이 딜러들에게 과도한 판매 할당(quota)을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부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딜러들은 재고를 억지로 떠안으며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 연 단위로 본사의 ‘재계약 심사’를 받는 구조로 내몰렸다.
결국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할리데이비슨 일본에 약 2억 엔의 과징금과 행위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는 자동 연장 계약을 본사가 일방적으로 무력화한 결과가 불공정 행위로 제재된 대표적 사례다.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
한국 혼다코리아의 1년 단위 재계약 정책과 일본 할리데이비슨의 강제 할당 구조는 본질적으로 같다. 모두 “딜러의 영업권을 장기 보장하지 않고, 매년 본사가 재량으로 계약을 통제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는 사실상 직영점 체제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딜러-본사 간의 법적 다툼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비자다. 정비 공백과 서비스 차질은 그대로 라이더에게 전가되고, 브랜드 이미지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처럼 공정거래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