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변인 (서울=연합뉴스)
결국 미국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비상식적 요구를 거절했다. 이는 외교 실패가 아니라, 정해진 수순이었다. 진짜 문제는 이 명백한 '거절'의 답장을 받아들고도, 대통령실이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25% 관세 폭탄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우리 기업들의 절규는 국익 훼손이 아니란 말인가. 이는 단순한 현실 부정을 넘어, 모든 것을 '의도된 실패' 시나리오대로 끌고 가고 있다는 의구심만 증폭 시킨다.
애초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구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미국과 맺었던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시스템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간이 정해진 '긴급 처방'이었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요구한 것은 상시적으로 달러를 무제한 공급해달라는 '백지수표'나 다름없다. 이런 특권은 일본, 유로존, 영국 등 세계 기축통화국 5개국에만 허용된, 미국 금융 패권의 핵심 장치다. '셰셰 외교'로 한미동맹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찬 정부가, 혈맹 시절에도 감히 상상 못 할 요구를 한 것 자체가 외교적 상식을 내던진 행위다. 미국을 일부러 '나쁜 동맹'으로 만들기 위한 판을 깔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불길한 예측이 뒤를 따른다. 첫째, 미국이 절대 받을 수 없는 요구를 던져 거절당함으로써 '미국에 배신당했다'는 명분을 쌓는다. 둘째, 관세 협상은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그로 인한 기업 피해와 경제적 타격을 "국익 훼손이 아니다"라며 외면한다. 셋째, 이 모든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반미(反美) 감정을 극대화한다. 이제 남은 수순은 '어쩔 수 없이 중국과 손잡아야 한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친중(親中) 노선으로 질주하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뿐이다.
장난은 통할 상대에게 쳐야 한다. 최근 미국 땅에서 우리 국민이 부당하게 구금되는 사건을 제대로 예측했던 언론사나 기관조차 전무하고, 해결과정 조차 양측의 발표내용이 다른 엇박자를 내던 정부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도박을 벌이는가. '의도된 실패' 시나리오 끝에 중국의 손을 잡았을 때, 미국의 보복이라는 파국적 재앙을 정녕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저 관세 25프로에서 끝이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만일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를 문제 삼아 '세컨더리 보이콧'의 칼날을 겨누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반도체 장비 수입 길이 막히고 수출길마저 끊기는 순간, 대한민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권력 놀음에 취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제물로 삼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이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궤변이 아니라, 잿더미가 된 한미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관세가 100%가 넘어도 상관 안 할 듯 노란봉투법과 연계해 생각하면 국내 기업들을 고사시켜 의도적으로 어떤 나라에 바치려는 것으로 보임
저들에게 국가란, 국민이란 무엇일까요.
침묵하는 언론을 당에 업고 언제까지 국민들을 속일 수 있을까.
맨날 오늘만 사는 이재명이..언제 부턴가 너에겐 내일이 절대 없을 것이다 ㅎ
대통령실의 안일한 인식이 심각합니다.
호텔 경제학이나 떠받들던 정신머리니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앞날이 걱정입니다
이제 정말 올해거 지나가기 전에..나라가 망할까바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