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취재진 앞에 선 백해룡 전 형사과장 (서울=연합뉴스)
국정 운영이 한 편의 막장 드라마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해결사로 의혹 제기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을 지목한 순간, 무대는 꾸려졌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는 국가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이 아니라, 잘 돌아가던 기계 장치에 던져진 굵은 모래 한 줌이었다. 지명된 장수(백해룡)는 “기존 수사팀은 불법”이라며 출정을 거부했고, 수사 책임자(임은정 검사장)는 “피고발인이 수사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성문을 걸어 잠갔다. 심지어 정성호 법무부 장관마저 이 희대의 코미디에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백해룡이라는 인물은 이 사건의 ‘뇌관’이 아니라 ‘폭탄’ 그 자체였다. 그는 의혹의 진실을 밝혀줄 해결사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대의를 스스로 폭파시키는 자폭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자신이 고발당한 사건의 수사팀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로 그 자폭 스위치를 눌러주겠다며 나섰다.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무지를 넘어선 의도적인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 시스템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다, 도리어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임은정 검사장과 정성호 장관의 반발은 이 코미디의 절정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들의 저항은 개인의 권력 다툼이기 이전에, 시스템이 스스로를 지키려 작동시킨 최소한의 면역 반응이었다. ‘수사 대상자는 수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대통령과 그의 ‘해결사’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임은정의 SNS 글은 단순한 항명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명령에 대한 시스템의 공식적인 ‘오류 보고서’였다. 대통령이 상식을 내팽개쳤을 때, 시스템은 기어이 목소리를 내어 “이것은 틀렸다”고 비명을 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SNS를 통해 생중계되었다는 사실은 이 정부의 본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들에게 국정 운영이란 시스템에 따른 묵묵한 실행이 아니라, 대중의 ‘좋아요’를 얻기 위한 한바탕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정책이 아니라 ‘어그로’가 되었고, 공직자들의 항명은 내부 보고가 아닌 ‘저격글’이 되었다. 국가의 중대사가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처럼 소비되고, 국민은 이 막장 드라마의 관객으로 전락했다. 이는 단순히 기강이 해이해진 수준을 넘어선, 국가 기능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돌파력’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스템을 무시하는 돌파력은 불도저가 아니라 폐허를 만드는 폭격일 뿐이다. 그는 백해룡이라는 미사일 하나로 전임 정부라는 목표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그 미사일은 발사대에서 폭발해 아군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리더십의 폐허와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통령의 권위뿐이다.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자, 결국 시스템의 가장 처절한 조롱거리가 될 운명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나도 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멍청하고 무능하기까지만 해라. 뭘 더 하고 ㅈㄹ이세요. 그냥 사표 쓰고 정치를 해라
이재명하고 박찬대 섞어서 비빈 다음에 반띵하면 백해룡 얼굴이 나온다. 교활함과 멍청함이 뒤섞인...
대통렁이 "돌파"하는 곳마다 국가 시스템 붕괴
대텅 탄핵 사유 추가.
이재명은 정성호도 임은정도 백해룡도 쫄병들 다 삐지게 만들고 지는 탄핵사유 1건만 적립.. 결국 적립이 충만하여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 됐다고 대중들이 느껴야 탄핵절차에 들어 가겠죠.
천박함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행정이 사법에 관여하는 게 돌파력? 탄핵 사유 적립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