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변#1685] 이럴거면 '개딸'이 정치하라
  • 김성훈 변호사
  • 등록 2025-10-22 16:24:04


변호사 업무의 성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변호사와 의뢰인과의 법적 관계는 고용이 아닌 위임이다. 고용과 위임의 차이는 손발로 쓰느냐 머리로 쓰는냐에 있다.

고용은 사용자의 물리적 폭을 확장하는 계약이다. 위임은 위임인의 의사결정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약이다. 그래서 위임계약은 주로 전문가를 섭외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는 종종 왜곡된다. 변호사를 선임 하고도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일일이 정해주는 의뢰인이 있다. ‘위임’계약을 맺고는 ‘고용’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의뢰인의 지적 한계를 넘기 위해 높은 비용을 투입 하고도 자신의 한계 내에 전문가를 가두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좋은 결과를 낼 리 만무하다. 


법률문서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을 향한 설득문서다. 일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 되어야 하는 전문적 서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의뢰인이 있다. 초안을 보내주면 빨간펜으로 첨삭해 자기 생각을 담는다.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희망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반영할지 여부는 변호사의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률서면은 의뢰인의 기분을 맞추는 용도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나는 미련 없이 사임한다(민법에 의해 위임계약은 언제든 일방이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타협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의뢰인이 해달라는 모든 요구를 들어준다. 그것이 소송에서 불리하더라도 그냥 해준다. 소송에 지더라도 의뢰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의뢰인은 이런 변호사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패소 하고도, 열심히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난을 피하고 돈도 번다. 어떻게 보면 서로 좋으니 그만이다. 위임계약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한정된 시간을 의뢰인의 심기보호와 궁금증 해결에 소모해 사건 자체에 소홀해 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의무위반이 아닌가? 수임인은 위임인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수임목적에 반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 본질이 지켜지지 않으면 단호히 그 자리를 내려 놓아서라도 위임인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의뢰인의 심기를 상하게 하더라도 일에 되게 하는 것이 전문가의 자세라 생각한다.


하물며 일개 변호사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무려 국가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작금의 권력자들의 인식은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삼권분립을 무색하게 만드는 정부와 여당의 독단적 행태가 가관이다. 


이들의 문제는 2가지다.

자신들의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받았다고 정당화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강성 지지자들만 자신들의 위임인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여러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받은 변호사가 특정 의뢰인에게 편파적인 입장을 갖는 것과 같다. 


두번째 문제는 강성지지층의 심기보호가 사실상 국정운영의 지향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기반의 요구를 받아 주면서 전체 국민을 위한 것처럼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 권력의 평온이라는 열매를 취한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여기서 국민에는 그들의 강성지지층도 포함된다. 국가가 있어야 정치가 있다. 국가야 어떻게 되든 강성지지층 심기를 살피다 보면 그 강성지지층도 결국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샤를 드골(1890 ~ 1970)은 20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손꼽힌다. 프랑스 최대 공항과 항공모함에 그의 이름이 쓰일 정도다. 물론 그에 대해서 독재자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를 희석하고 극복할 만한 여러 특징적인 행보를 보여 주었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던 알제리의 독립 전쟁이 격화 되자 프랑스 사회의 여론은 알제리 독립 찬성과 반대로 양분 되었다. 드골은 자국의 식민주의를 당연하게 여겼고 그의 지지세력도 알제리 독립에 반대하는 강경극우파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국민투표(독립반대 명분을 위한 것이었다)로 나온 여론은 알제리 독립이 다수였다. 이 상황에서 드골은 자신의 기존입장을 바꾸어 알제리를 포기하는 결정을 했다. 문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강경 극우파였다. 드골은 이들에게 알제리를 포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국익에 도움되는 일임을 설득해 갔다. 이 과정에서 암살위협에 시달리고 군부 쿠데타 시도까지 겪었지만 결국 자신의 지지기반을 설득해 낸다. 이로써 프랑스는 소모적인 독립전쟁에서 벗어나 정국불안정을 해소하는 발판을 마련 했다. 국익을 위한 선택을 하고 그로인해 감당해야 할 지지기반의 반발을 감당하고 극복한 사례다. 그를 단순히 권위주의자라고 치부할 수 없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이미지 생성 - 가피우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출세를 향한 정치인들의 각개전투장으로 변질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외교와 경제, 심지어 사법에도 국익을 고려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개딸’들의 성화에 장기판 말처럼 활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 대가로 보호막 없이 광야에 내던져진 국민들의 처량한 신세가 눈에 밟힌다. 지금은 자신들의 세상이 온 것 같겠지만, 국가가 동력을 잃으면 그 활보할 무대도 없어지는 것이다. 


리더라면 그 자리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위임한 자의 심기를 상하게 하더라도 위임 받은 일의 목적을 달성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위임인을 위한 것이다. 위임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서라면 위임인을 설득하고 혼내기도 해야한다. 위임인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요구 받는다면 그 자리를 내려 놓아서라도 위임인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권력을 위임 받은 것이지 국민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다. 리더는 국민의 한계를 극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길을 제시하고 설득하며 안내할 의무가 있다. 지지자가 아닌 국가의 이익과 운명에 눈을 뜨고 귀를 기울어야 진정한 지도자이다. 그런 지도자가 절실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선량한 국민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숨을 쉬어 내고 있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김성훈 변호사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0-25 23:35:33

    '리더라면 그 자리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리더는 국민의 한계를 극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길을 제시하고 설득하며 안내할 의무가 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23 16:19:36

    잘 읽었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2.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3.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4. 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때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
  5. 민주당 내부조차 반발하는 '내란 재판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처단'을 위한 '내란 관련 특별 재판부'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려 의원총회를 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 3분의 2 이상이 반대했고, 율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범야권 우군인 민변과 조국혁신당마저 공식...
  6. 개별적으로 털었으니 절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종 궤변 "돈에는 냄새가 없다."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세(稅)를 신설하며 남긴 말이다. 오물 구덩이에서 나왔든 향수 가게에서 나왔든, 국고에 들어오면 그저 교환 가치를 지닌 금속 덩어리일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엔 돈에 '색깔'을 입히는 .
  7. 전재수 통일교 까르띠에 시계 수령 의혹 '이런 것 받아도 되냐'라며 받아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통일교 자금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입됐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도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통일교 내부 문건인 '한학자 특별보고'에서 전재수 현 해양수산부 장관(전 의원)이 통일교 행..
  8. 김성훈 변호사, '장경태 유죄 확정시 징역형 예상 벌금형 불가' 서우법률사무소 김성훈 변호사 정치신세계 출연, 장경태 의원의 형량을 계산해봤다.초동 대처 실패와 법적 리스크의 확산김성훈 변호사는 장경태 의원의 초기 대응이 법률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인 준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혹은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여...
  9. '통일교 의혹' 정동영·이종석, 논란 직후 2시간 '비밀 회동' 11일 저녁 호텔 중식당서 만남 포착... '말 맞추기' 의혹 증폭통일교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의혹 제기 다음 날인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매일신문 단독 취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머물렀...
  10. 대통령의 '경제학'에 기업은 없는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대한민국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실로 섬뜩한 일갈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치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공공연히 언급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도 아닌, 기업의 규제 환경을 논하는 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