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조은석 내란특검이 6개월의 특검 활동을 마무리하며 15일 오늘 종합보고를 했다. 그런데 막상 내란특검이 내란죄 혐의에 대해 한마디도 규정하지 않았다. 2,900여 자의 발표문에는 내란이라는 단어가 세 번 나오지만, 특검의 명칭에 쓰이고 나머지 두 번도 윤석열이 이른바 반국가세력을 내란행위로 규정했다는 의미로 쓴다. 참 희한하다. 내란특검이 내란죄를 규정해주지 않은 채 종합 보고를 했다.
물론 한덕수, 박성재를 기소하면서 내란 혐의를 적용했다. 각각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법원은 내란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혐의 및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했다. 윤석열의 경우도 재구속하면서, 이미 내란죄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직권 남용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다른 죄목으로 구속했다.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적이라는 판단은 헌재의 탄핵 결정문으로도 확인됐고, 당시의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하고 있다. 피고인 당사자들은 이마저도 다투겠지만, 핵심 쟁점은 위헌적 계엄을 내란으로 볼 수 있느냐다. 이를 정면으로 다루겠다며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된 ‘내란특검’에서 막상 아무런 진척이 없이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과 무관하게 그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특검의 주장도 엉성하다. 22대 총선 결과의 정국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주도권도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당시 대통령이 22대 총선에서도 여소야대가 자명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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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내란 청산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그들까지도 내란 동조자로 규정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법부 판단마저도 아전인수로 재단하며 심지어 내란 동조자로까지 공격하는 것은 우리의 헌정체제에 대한 부인이다. 행인을 잡아 자신의 침대에 눞혀 키가 작으면 늘려서, 크면 도끼로 잘라서 죽였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대로다. 내란 동조자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는 불기소했다.
여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밀어붙일 기세지만, 오히려 기존의 헌정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 헌정 체제를 위협했던 비상계엄에 대해 제대로 심판하는 길이다. 나라별 형법체계의 차이도 있겠지만, 친위쿠데타가 곧바로 반란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드물다. 대개 직권남용 등이 많았다. 친위쿠데타 책임으로 탄핵됐던 페루의 카스티요 대통령이 지난 11월 27일 반란 혐의 등으로 최종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우리의 경우 내란 우두머리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반란이라는 용어보다 내란으로 쓰인 게 남북 대립의 분단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처구니없던 12.3 계엄의 내란죄 여부는 이제 재판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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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품격있는 글 감사합니다.
희대의 개그 특검,
희대의 특검을 만들어낸 만주당,
희대의 특검을 임명한 대통.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음,
그러네요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김만흠 교수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