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4. 27.
[전용태칼럼] 나는 문자폭탄이 양념이라는 말을 왜 말리지 못했을까?
내가 정당에 가입한 이유는 ‘정당’이 아니었다
정당에 처음 가입할 때, 나는 그 정당의 역사나 방향보다
한 사람, 그 정치인의 스토리와 매력에 끌려서 가입했다.
“누구는 어떻다”, “누구는 괜찮더라”
사람에 대한 평가, 인물 중심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문화를 ‘팬덤’이라고 부른다면, 그 팬덤의 한복판에 나도 있었다.
나는 한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다
그 정치인을 지지했기에 그에 대한 비판은 나에게 공격처럼 느껴졌다.
비판을 듣지 않았고, 듣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 비판을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땐 몰랐다.
내가 ‘다수’라는 이름으로 행사한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다수의 폭력’은 더 강해지고, 더 공고해졌다.
지금의 정치 문화, 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지금의 ‘문자폭탄’이, 지금의 ‘좌표찍기’가, 그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작에 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겁다.

문제는 지지자만이 아니다. 정치인도 책임이 있다
그런 지지를 받던 정치인들은 “여러분,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라고 왜 그 한마디 못 해 줬을까?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후 내가 지지하던 문재인 후보는 문자폭탄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라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는 괜찮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묻고 싶다.
“그때 왜 ‘안 됩니다’라고 말해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그 말 한마디가, 지금의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던 건 아닐까요?”
언론은 경고했고, 당내 비주류도 비판했다. 하지만 다수의 힘 앞에서 그 목소리는 묻혔다.
정치는 점점 더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젠 문자폭탄은 정치인을 위축시키는 무기가 됐다.
이견은 틀림으로 낙인 찍히고, 지지자들은 좌표를 찍고, 공격을 퍼붓는다.
비판이 아니라 공격, 논쟁이 아니라 퇴출...
이게 지금 한국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문화를 바꾸려면, 책임 있는 정당부터 달라져야 한다
정당은 더 이상 당원가입만 시키는 조직이 되어선 안 된다.
당원이 되면,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체험해야 한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보다 ‘어떤 원칙을 믿느냐’가 중요한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수의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정치를 팬심처럼 소비하는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진짜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정당,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나부터 바꾸고 싶다
이 글은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내가 외면했던 내 모습, 침묵했던 순간, 부끄러운 태도에 대한 고백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정치와 정당, 시민과 민주주의가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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