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7. 22.

[기고문] 울산 트램마저 흔드는 배신의 정치

  울산 도시철도 트램 1호선 사업이 정치적 이유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미 국가 타당성 검증을 통과하고 국비가 투입되었으며, 차량 제작까지 진행된 사업이다. 그런데 새로 당선된 김상욱 시장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대놓고 취소 및 백지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행정은 수년에 걸친 치밀한 검토와 절차, 그리고 시민과의 무거운 약속 위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시장 개인의 얄팍한 ‘생각’ 하나로 뒤집을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결론부터 정해놓고 핑계를 끼워 맞추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쟁이며, 설득의 영역이 아니라 설전의 영역이다. 상식적인 행정이라 볼 수 없다.

 울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도시다. 오직 버스와 승용차에 의존하는 낡은 교통 체계 탓에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과 이동권 제약을 오랜 시간 감내해 왔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울산에서, 노약자와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는 대량 수송 수단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나아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수소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 수도 울산이 친환경 수소 선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상징이자 미래 먹거리다. 공사 중의 혼잡이 두려워 기반 시설을 포기하고, 운영 적자가 두려워 공공투자를 멈춘다면, 울산은 영원히 삼류 교통 도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새미래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미영 최고위원 (사진=새미래민주당제공)
새미래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미영 최고위원 (사진=새미래민주당제공)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미 투입된 수백억 원의 예산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2천여억 원의 국비 반납은 물론 막대한 위약금 소송까지 휘말리게 된다. 이 천문학적 매몰 비용과 빚더미는 고스란히 울산 시민의 혈세로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방법을 찾고 있다”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11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장의 태도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김상욱 시장 특유의 ‘배신의 정치’가 시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램은 민주당 송철호 전 시장 시절 첫 단추를 끼웠고, 국민의힘 김두겸 전 시장조차 전임 시정의 핵심 사업들을 대거 백지화하는 와중에도 시민의 요구와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해 그대로 계승한 사업이다. 여야를 초월해 시민적 합의가 끝난 사업을 뒤엎는 것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배신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오랜 시간 도시철도를 염원해 온 울산 시민에 대한 거대한 배신행위다.

 정책은 계승과 보완의 대상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엎어버리는 전리품이 아니다. 이런 식의 ‘되치기 행정’이 계속된다면 그 어떤 기업이, 어떤 시민이 울산시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김상욱 시장은 배신의 정치를 당장 멈춰야 한다. 시장은 사견을 표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히 책임지는 자리다. 정무적 판단과 정치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회주의적인 타이밍으로 자리에 오른 이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정책을 흔드는 모습은 시정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김상욱 신임 시장은 분명히 결단해야 한다. 계속해서 억지 논리로 시간만 끌며 갈등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이미 궤도에 오른 사업을 책임 있게 완수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 ‘공론화’라는 비겁한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울산 도시철도는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울산의 미래를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자 생명선이며, 시민과의 준엄한 약속이다.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만이 울산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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