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제주 해변 (제주=연합뉴스)
제주도가 호우특보 발효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급변하는 기상 상황 속에서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특히 상습 침수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는 11일 오전 초기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기상특보에 따른 호우 피해 예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과거 침수 이력이 있는 지역에 대한 현장점검과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도로변 빗물받이와 배수로 점검을 통해 배수 역량을 확보하고, 하천변 세월교, 물놀이 지역, 급경사지 등 재해 취약 지역에 대한 사전 통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위험 징후가 포착될 경우 주민 대피를 선제적으로 시행해 인명 피해를 막겠다는 의도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제주 동부를 제외한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림 48㎜, 한라산 사제비 44㎜ 등 주요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이날 오후까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예상돼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민과 관광객은 기상특보와 안전 안내 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불확실한 기상 상황 속에서 개인의 주의와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침수 피해,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
제주도는 과거부터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지역이다. 지형적 특성과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 면적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저지대 주거 지역이나 상습 침수 구간에서는 조금만 많은 비가 와도 침수가 발생해 도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매년 호우철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사전 통제에 나서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일회성 대응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수 시설을 확충하고,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물길을 고려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한 시설 개선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피해 복구 비용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투자일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상습 침수 구역의 하수관로를 대구경으로 교체하거나 저류 시설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 투자를 통해 침수 피해를 현저히 줄인 사례가 있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재해 복원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