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의 입구와 가해자 주범인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이승현).
‘황금폰’과 '몰카', 잊지 말아야 할 진실들
최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버닝썬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이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반인륜범죄의 가해자를 변호한 이가 대통령실 비서관이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용산 대통령실이 귀를 닫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무기력한 와중에 항의의 목소리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원외인 새미래민주당과 여성의당 정도만 연대하는 분위기다.
버닝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지도 햇수로 7년이 되었다. 때문에 세상을 뒤흔들었던 사건의 내용 또한 많이 잊혀졌다. 연예인 몇몇이 유흥에 빠져 크게 ‘사고’를 친 정도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버닝썬’은 단순한 연예인 스캔들이 아닌, 우리 사회의 위험한 민낯을 보여주는 권력형 성범죄고 게이트였다. 그리고 그 범죄의 악몽은 여전히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어내며 지속되고 있다.
너무나 가벼운 처벌, 규명되지 않은 권력과의 유착 의혹
버닝썬 사건은 2018년 11월 24일,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을 찾았던 김상교 씨가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버닝썬에 출동한 경찰은 폭행 가해자가 아닌 김상교씨를 체포했고, 김 씨는 MBC에 경찰과 클럽의 유착 의혹을 제보했다. 이 제보를 바탕으로 2019년 1월, MBC가 버닝썬 사건을 최초 보도해 클럽 내의 마약 유통, 성범죄, 불법 촬영 등 다양한 범죄 의혹이 세상에 폭로되었다.
가해자들의 범죄는 2015년 12월부터 2019년까지 약 3년여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재판에서는 총 10여 가지의 혐의를 다투게 되었다. 그들의 대표적인 혐의는 성폭력 및 집단 강간(여성들에게 술이나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집단 성폭행), 불법 촬영 및 유포(성폭행 과정이나 몰래 찍은 영상을 지인들에게 공유하고 유포), 성매매 알선 및 성매매 (버닝썬의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 마약 투약 및 유통(‘물뽕'이라 불리는 환각제를 여성들의 음료에 탄 후 범행), 횡령 및 탈세(클럽 자금을 횡령하고 탈세하는 등 조직적인 경제 범죄) 로 드러났다.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당시 군복무 중이었던 빅뱅의 승리(이승현)는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9가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가수 정준영은 성폭력 범죄 특별법 위반 등으로 징역 5년형을, 에프티아일랜드의 최종훈은 집단 성폭행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승리의 사업파트너였던 유인석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들은 모두 형기를 채우고 만기 출소했고 집행유예 기간도 종료되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연예인들이 재판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대중들 특히 많은 여성들은, 이들이 받은 처벌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범죄에 대한 죄과가 규명되지 않은 것 또한 문제다. 언론이 취재한 버닝썬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남성 다수의 강간, 의료기구를 사용한 학대와 증거 인멸이 버닝썬과 인근 오피스텔에서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고 전해진다. 가장 몸서리쳐지는 증언은 ‘스너프 필름(Snuff film)' 에 대한 것으로, 일단의 '남성 무리들이 여성의 혈액을 뽑고 경련을 일으키게 한 다음 전문 장비를 이용해 영상을 찍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의 핵심적 의혹이었던 경찰 고위층(단톡방에서 ‘경찰총장’ 으로 언급된 인물) 과의 유착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채로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황금폰’ 과 ‘Molka’, 버닝썬의 유산들
한국사회는 버닝썬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가 제대로 단죄되지 않고 죄인들이 여전히 얼굴 들고 활개치는 탓에 사회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정치, 언론, 문화,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서 망령처럼 한 번씩 버닝썬의 악몽을 상기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황금폰'이라는 말이 어느샌가 뉴스의 제목으로 쓰이고 있다. 무신경한 언론사와 기자들은 전화통화나 휴대폰이 사건의 증거로 주목되는 일이 일어나면 여지없이 ‘황금폰’ 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매체의 성향과 규모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저지르는 일이다. 최근 명태균씨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라. 고위층의 번호와 카톡대화가 저장되어 있다는 그의 전화기를, 수많은 언론들은 아무렇지 않게 ‘황금폰’ 이라 부르며 사건의 결정적 증거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 '라디오스타' 에 정준영과 함께 출연했던 가수 '지코'. 그는 버닝썬 사건에서 범죄 혐의자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황금폰의 존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람이다. 그는 정준영의 집에 갈 때 마다 그의 '황금폰' 을 정독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폰에 들어있던 것은? 약물에 취해 강간당하는 여성들의 동영상이었다. (사진: MBC 유튜브)
그러나 ‘황금폰’이 무엇이던가.
그것은 정준영과 지코가 한 예능프로에 나와서 쓴 말로, 불법촬영물을 저장놓은 정준영의 세컨폰을 부르는, 가해자들끼리의 은어었다. 여성들을 학대하는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마치 무슨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고 끼리끼리 돌려봤다는 것을 예능에서의 웃음거리로 말하는 뻔뻔함과 기괴함. 그런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 경악스럽다. ‘황금폰’은 피해자들의 고통이 담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공모자의 언어, 남성가해자 중심의 언어이며, 그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2차 가해다.
매체의 성향과 언론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황금폰' 이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들이 그 단어를 들으며 느낄 트라우마나 고통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는 언론들이다.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또한, 버닝썬 사건 이후부터 해외 언론은 성적인 불법촬영물을 표현할 때 '몰카(Molka)'라는 한국어 발음을 기사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한국의 불법촬영물 범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기사에서 표현할 때는 ‘hidden camera’나 ‘spy cam’ 같이 보편적인 영어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의 불법촬영 범죄를 다룬 뉴욕타임즈의 기사. '몰카' 는 이미 국제적인 대명사다.
그러나,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한류 스타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인 버닝썬 사건이 준 충격이 너무나 컸고, 불법촬영을 통한 성범죄가 한국 사회에 만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다보니 다른 표현도 아닌 한국어, 'Molka'가 국제적 고유명사로 자리를 잡아버린 것이다. 버닝썬 사건은 이렇게 세계적인 케이팝의 흥행에도, 국가적 이미지에도 크나큰 오점을 남긴, 국제적인 나라 망신이다.
(2편에 계속)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빅뱅 마지막 콘서트 갔다가 승리 말하는거에 욕 나오더만. 쎄해서. 보통 콘서트 갔다오면 가수에 더 빠지는데 욕함. 실력도 더럽게 없는데다 승리의 쎄함이 기분 더러웠음. 그리고 버닝썬 터짐. 얏물 사건 터지고.
반인륜적 범죄인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대통령의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되었다고? 이재명의 변호사로 변호사비 대납용인가? 역시 이재명!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요 ㅠㅠㅠ
이 정도 권력형 성범죄는 미국 앱스타인급인데 너무 조용하고 쉽게 잊혀지는 게 역시 성범죄 천국 여혐국가 대한민국인 것 같습니다
몰카가 국제적 고유명사로 잡았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네요ㅠ
저런 끔찍한 짓들을 연예인 몇몇이 다 주도했을리도 없고 그들 잡혔다고 그만둘 것 깉지도 않아요 지금도 피해자들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엔 검찰개혁하면 버닝썬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엔 정치인들만을 위한 시간들이 되어 버렸고 그러다보니 저도 뒷전이 되어 버렸고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많네요
#버닝썬변호사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