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주현칼럼] 연정으로 진영의 벽을 허물어라2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4-15 19:34:35
  • 수정 2025-04-15 19:58:59
기사수정


지금도 때론 이재명에 대한 비토에는 동의하지만 진영주의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가끔 본다. 하지만 이재명과 진영주의는 이음동의어다.

진영의 바람막이: 정치적 균형을 찾아서
진영주의는 이재명 같은 정치인에겐 둥지이자 바람막이다. 둥지는 따뜻하고, 바람막이는 안전하다. 그 안에서는 모든 목소리가 지지와 응원으로 들리고, 모든 비판은 적의 공격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둥지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점이다. 훨씬 더 넓고, 훨씬 더 복잡한 세상이. 결국 진영주의와 극단주의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패턴의 정치인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념적 순수성은 유지하되 현실적 문제 해결에는 실패하는 정치인들을.


그래픽 = 가피우스

메아리 방의 정치인들

진영 정치인들은 착각 속에 산다.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메아리 방에서, 그들은 온 세상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마치 수족관의 물고기가 그 유리벽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는 것처럼. 그러다 선거라는 바다에 던져져 파닥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진영 정치의 본질은 현실 도피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확신을 심어준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 단순함을 배반한다. 실제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모순적이고,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다.


진영주의의 함정
결국 두 개를 같이 해결할 각오가 없으면 - 진영주의와 극단주의를 동시에 극복하지 않으면 - 제2, 제3의 이재명은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이다. 그들은 이미 어딘가에서 성장하고 있다. 진영의 영웅으로, 진영의 대변인으로. 우리는 이미 그 패턴을 알고 있다. 진영의 스타가 되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현실은 점점 아수라로 변하는 패턴을.
진영주의는 마치 도교 팔선중 하나인 여동빈이 꾸었던 인생의 꿈과 같다. 화려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결국은 깨어날 수밖에 없는 환상이다. 과거 권문세가의 여자를 아내로 맞고 자식도 낳아 인생의 최고조를 만난 듯했던 여동빈이 갑자기 모함에 걸려들어 천자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처럼, 진영 안에서의 안전함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극단의 쌍둥이들
극좌와 극우는 서로를 증오하지만, 사실 쌍둥이다. 둘 다 자신들만 진리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둘 다 타협을 약함의 표시로 여긴다. 그들에게 세상은 선과 악의 싸움이다. 그들이 선이고, 반대편이 악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순수한 선도, 순수한 악도 없다. 다만 복잡한 사람들이 복잡한 상황에서 내리는 불완전한 선택들이 있을 뿐이다.
극단주의자들은 후설의 현상학적 주관주의처럼 자신의 관점만이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착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체험과 의식에만 의존하여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려 한다. 그러나 후설도 인정했듯이, 국가 의지는 시민들의 반복과 재생, 그리고 공감을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타협의 가치
극단주의자들에게 타협은 약함의 표시다. 그러나 실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다. 타협 없이는 어떤 관계도, 어떤 공동체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결혼 생활을 지속한 사람이라면,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면,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이라면 타협의 가치를 이해한다.
일본 사회가 가마쿠라 시대부터 에도시대를 거치며 발전시킨 것처럼, 사회적 합의와 세력 간의 상호 인정은 안정과 번영의 기반이 된다. 물론 한국 사회는 다르다. 


'정상적인' 정치의 가능성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런 패턴의 바깥에 산다. 그들은 세상이 회색지대로 가득하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매일 타협하고, 양보하고, 때로는 주장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직시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미 정치의 본질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그들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완벽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본질이다.


공통점을 찾아서
우리의 과제는 이런 '정상적인' 사람들이 정치의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극좌와 극우를 걷어내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 다른 점보다 공통점을 먼저 확인하고 처리해 나가는 정치.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이면 무엇을 할까? 그들은 먼저 공통점을 찾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고 싶다", "우리 모두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 "우리 모두 활력 있는 경제를 원한다". 이런 기본적인 목표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다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다를 뿐이다.
방법론에 대한 토론은 치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적대적 관계가 아닌 건설적인 토론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길을 선호할 뿐이다.


바람을 맞는 용기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진영주의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소속감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고, 확실성이라는 안전한 환상이 있다. 그러나 그 안락함은 허상이다. 마치 여동빈의 꿈에서 부귀영화가 한 순간에 무너진 것처럼, 진영의 안전함도 결국은 환상일 뿐이다.
진영의 바람막이가 없는 곳에서, 정치인들은 더 외롭고 추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정치의 모습이다. 현실의 바람을 직접 맞으며, 그 바람 속에서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우리 모두가 매일 그렇게 살아가고 있듯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정치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속에서도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것은 화려한 구호보다는 소소한 합의를, 웅장한 비전보다는 구체적인 개선을 중요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과 상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정치다. 이념의 순수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 그것은 비극과 희망의 극단을 오가는 대신, 현실적인 개선을 꾸준히 이루어내는 정치다.
극좌와 극우를 걷어내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 '미래'에 대해 다른 점보다 공통점을 먼저 확인하고 처리해 나가는 정치. 그것이 바로 우리의 과제이자, 희망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의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로 인생의 진한 위로와 빛나는 방향을 찾아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802573  



관련기사
12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4-16 08:20:24

    너무나  아프고 너무나 맞는 온국민과 정치인들이  봐야 할  글이네요

  • 프로필이미지
    ever2025-04-15 22:44:58

    바람을 맞을 용기. 정치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4-15 19:40:54

    잘읽었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최신뉴스
아페리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