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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이 될 투표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5-07 1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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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의 장례식이 시작되고 있다
  • 법의 지배가 무너지는 나라에서 선거는 의미가 있을까?


1215년 영국의 한 들판. 존 왕은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떨리는 손으로 양피지에 서명했다. '대헌장(Magna Carta)'이었다. 그 핵심은 단순했다. "왕이라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800년이 흐른 2025년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법사위 회의실에서는 정반대의 법안이 통과되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법 위에 설 수 있다."


투명 망토를 입은 피고인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6월 18일로 연기했다. 재판정에 서야 할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더 놀라운 일은 그 후 벌어졌다.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당선되면 재판 중단'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건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하는 동안, 민주당 주도로 법안은 의결됐다.


해리 포터의 투명 망토처럼, 이 법안은 피고인을 법정에서 사라지게 한다. 단,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하고, 효력은 5년간만 유지된다. 법무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누군가를 위해 통금 구역에 특별 통행증을 만들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민주주의의 면역 체계가 무너지는 소리


민주주의에서 삼권분립은 단순한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방지하는 면역 체계다.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 민주주의라는 몸체는 병에 취약해진다.


2023년 9월,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민주정치의 근본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비판의 화살이 1년 반 만에 방향을 바꾸어 날아왔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52%,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45%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압도적으로 재판 계속을 지지했다. '공정'에 목마른 세대의 선택이었다.


오웰의 경고가 현실이 될 때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풍자로 쓰인 이 구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5월 5일 대법원에 이재명 후보의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서울고법은 이에 응했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투표일까지 6차례의 재판이 남아있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모든 재판은 임기 종료까지 정지된다.


마지막 대선이 될지도 모를 6월 3일


역사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법치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는 그 뒤를 따른다. 민주당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법안 통과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을 향한 위험한 진군이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법도 바꿀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순간, 다음은 무엇이 될까? 선거법? 헌법? 임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것이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면, 6월 3일 대선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통령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현대 민주주의 역사에서 법치를 무너뜨린 국가들의 말로는 하나같이 비참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헌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개정한 후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터키의 에르도안은 민주적으로 당선된 후 법과 제도를 하나씩 바꾸며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그들도 처음에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우리는 어떤 역사를 쓰고 있는가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2025년 대한민국은 무엇을 선언할 것인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법 앞에 선다. 단, 대통령은 예외"라고?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것인지 선택하고 있다. 6월 3일이 마지막 대선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전환점이 될 것인가?


역사는 항상 특권에 맞서 평등을 외쳤던 이들의 편에 섰다. 800년 전 영국 귀족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 그 페이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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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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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8 06:20:34

    걱정에ㅜ잠이안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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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9:00:49

    정말 어떻게 그러는지 이젠 정말 국민뿐인 것 같습니다 올바른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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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8:23:03

    진짜 무섭다 벌써 법으로 이렇게 장난질치는데 대통령된다면 바로 독재로 법 바꾸겠네 진짜 마지막 투표가 될 수 있겠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바라는것도 독재인가? 본인들도 걱정없이 선거안하고 그냥 계속 해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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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8:12:56

    꼭 투표해야합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이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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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7:33:14

    오늘은 진심으로 무서워졌습니다.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손에 들고 흔들어버리는 지금이 독재 아닐까요?
    모든 국민이 힘을모아 이재명을 없애야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지않은 시대를 물러줄거 같습니다.
    개헌연대가 빨리 완성되야 합니다.
    이낙연총리만이 뒤흔들린 나라를 바로세울겁니다.
    흔들림없이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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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6:56:19

    요새 걱정돼서 잠을 못이룹니다.  사력을 다해서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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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6:54:49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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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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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6:51:57

    너무 무서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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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6:45:46

    그렇게 안되게 꼭 투표합시다 범죄자가 대통령되는게 말이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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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6:07:23

    체념금지! 절대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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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5:48:59

    이게 나라인가요?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나요 처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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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5:27:10

    무서워요. 두려워요. 끔찍해요, 민주주의가 법치주의가 목졸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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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5:26:43

    제발 투표합시다. 준비된 대통령 이낙연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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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bbum112025-05-07 15:05:54

    네.. 뛰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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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5:04:39

    이나라를 버리지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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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4:44:48

    답답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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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5-07 14:44:06

    슬프네요
    어떻게 만들어온 나라인데.
    어제 한총리와 오찬 후 브리핑에서 NY께서 하신
    그 넘이 집권하면 선관위도 장악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이 현실이 될 것 같아요.

    그 전에 전 인민대회에서 수령 뽑는 것으로 국민 참정권을 뺏을 지도 모르겠지만요.
    넘 울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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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bbum112025-05-07 14:40:15

    넘 답답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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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4:40:03

    너무나도 비참 우울한 하루네요 ㅜㅠ
    진정 대한민국은 망조로 들어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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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7 14:31:49

    법원은 저럴줄 몰라서 재판 연기해주고 도피처 운운한단 말인가.
    아직도 이재명의 세치 혀에 놀아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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