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효리가 뭐랬길래
  • 김선 논설위원
  • 등록 2025-06-21 22:52:22
  • 수정 2025-06-22 15:43:27

기사수정
  • 시험관시술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이효리
  • 유명인의 사적인 선택을 '시회적 방향제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낳은 촌극

가수 이효리가 난데없이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22년 5월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 '떡볶이집 그 오빠’ 에서 나왔다. 이효리는 해당 방송에 출연해 남편과의 2세 계획을 언급했다. 2013년에 결혼한 이효리는 “시험관까지 하고 싶진 않다. 그 정도까지 절실하게 의학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다"며 "만약 (아기가) 자연스럽게 생기면 너무 감사하게 낳아서 키우고 싶다. 내 주변에 58세에 첫 아이 낳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시험관시술에 대한 이효리의 개인적 선택에 몇몇 사람들이 '공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공분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이미지: AI생성)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발언이 ‘끌올’(다시 언급되는 것) 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유명인인데 말조심해야 한다’, ‘개인 선택인데 뭐가 문제냐’ 의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몇몇 에스엔에스 이용자들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시험관으로 태어나는데 저런 발언은 경솔하다’, ‘이효리 발언 보고 화가 나서 ㅇㅇㅇㅇ(쇼핑몰) 탈퇴했다’, ‘난임부부의 고통을 무시한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다른 이들은 ‘개인적인 선택에 왜 화를 내는지 이해불가다’, ‘시험관 하는 사람을 비판한 것도 아닌데 확대해석 하지마라’, ‘남이사 시험관을 하건 안 하건 이렇게 욕할 일이냐’ 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초 게시물에 1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이효리의 발언이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에서 유명인이 갖는 특별한 위치 탓이다. 이효리 정도의 유명인의 행동은 아무리 개인적 선택이라고 해도 공론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그가 입는 옷, 그가 쓰는 화장품에 사람들이 집중하고 따라서 구입하며 유행이 되는 것 처럼. 그의 사적인 선택마저도 때로는 공론의 주제가 된다. 이효리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유명세’ 일 것이다. 


게다가, 어떤 수준의 유명인은 ‘문화적 아이콘’이나 ‘따라하고 싶은 사람’ 정도를 넘어 사회문화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구루’(Guru, 영적인 교사)과 같은 위치로 여겨진다. 대중이 친밀하게 느끼는 연예인들의 발언은 때로 ‘사회적 가치규범’으로 인식된다. 이효리는 한 때 가장 섹시한 이미지의,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였지만 결혼 이후 제주도로 이주해 전원생활을 즐기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방송에서 부모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사를 솔직하게 드러냈고, 성형을 하지 않고 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공개하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어느샌가 그는 삶의 긍정적인 가치를 대표하는 '롤모델'로 여겨져왔다. 


때문에 이효리의 시험관시술 발언을 접한 어떤 이들은 그의 이번 발언을 ‘이효리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약, 불임으로 고생했던 사람이 그의 발언을 듣는다면 어떨까? 그들 중에는 ‘이효리가(내가 좋아하고 정이 들었고 그가 광고하는 물건을 사 줬던 이효리가) 나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지적했다’ 고 느끼는 이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소위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의 문제도 있다. 만약 이효리가 '시험관까지는'(미묘하게 부정적 뉘앙스로 오인될 수 있는 한정용법) 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시험관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라고 말해서 향후 선택의 여지를 열어놓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 정도로 온라인이 불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볼 점은 이효리의 발언은 그 누구도 실제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시험관 시술을 하지 않겠다’ 는 말했을 뿐 해당 시술을 하는 이들을 판단하지 않았다. 유명인들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셀러브리티 마케팅이 주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를 일종의 문화적 지도자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의 이번 발언은 특정 집단을 향한 평가가 아니며 전적으로 개인적인 선택을 방송에서 말한 것일 뿐이다. 

그래도 불쾌하다고?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누가 나를 욕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을 받았다고 해서 키보드 앞에 앉아 인신공격에 참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칫 그것이야말로 비난받아야 할 검열이고 마녀사냥이 될지 모른다. 


원고료 납부하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6-22 11:38:33

    군중의 사고도 전체주의화가 되어가는 것일까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의 민주시민 의식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내 생각과 같지 않으면, 그리고 큰 목소리를 따라하지 않으면
    곧바로 비토정서로 이상한 사람, 이단아를 만들어버리는 세태.
    시시때때로 숨이 막힙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2 11:37:49

    유명인이라고 그가 한 말을 삶의 지표로 삼는 이들이 비정상... 언행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지만 저런 이들 때문에 왜 구속받아야하는지 연예인도 불쌍하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2 07:49:20

    그러니까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2 06:30:20

    왜들 이리 화가 많은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1 23:48:08

    기사가 제 마음이예요.
    저는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졌어요.
    이효리의 개인적인 선택 존중합니다. 응원해요. 그럴수 있죠~ 안하고 싶을 수 있죠. 누구도 강요 권유 할 수 없는 부분임. 둘 부부가 알아서 할.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3.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4.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5.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6.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7. 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
  8. 美 뉴욕타임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뉴욕타임스(NYT)가 파헤친 '죽음의 벽'지난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무안공항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했다. "수십 년의 과오가 한국의 활주로 끝에 죽음의 벽을 세웠다"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단순 활주로 이.
  9. 미리 쓰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 후기 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아니, 될 것이다. 기다렸다가 쓰면 되긴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 쓴다. 그냥 상상해서 쓴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이변은 없었고,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누가 봐도 김어준이 밀어주는 정청래와 이재명이 밀어주는 박찬대의 승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김어준.
  10.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