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농부에게 농사를 어찌 맡기랴 - 그래픽 : 가피우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국가 재정 운용 방향을 논하며 농사 비유를 들고나왔다.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이 대통령의 주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재정 상황과 그간의 지출 내역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궤변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의 비유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빌려온 씨앗이 생산적인 곳에 뿌려져야 하고, 둘째, 그동안 농부가 종자를 낭비하지 않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정반대였다. 그들은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창고에 있던 종자마저 곶감 빼먹듯 탕진했고, 이제 와서 또 빚을 내자고 한다. 이는 투자가 아니라 만성적인 '추경 중독'의 재발이다.
이미 뿌린 '열 번'의 씨앗 - 151조 원
이 대통령은 마치 이번이 첫 번째 씨앗을 뿌리는 기회인 양 말하지만, 이 정부의 재정 기조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는 숱한 추경을 경험했다. 5년간 무려 10차례, 총 15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다. 이는 직전 3개 정부(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의 추경 총액(약 90조 원)을 합친 것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임기 내내 매년 평균 두 번씩 빚을 낸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한 해에만 4차례의 추경이 있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은 분명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가이다. 과연 그 151조 원은 가을에 몇 가마의 수확으로 돌아왔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수확 대신 증발해버린 26조 원
이 대통령이 말하는 '씨앗'의 실체는 결국 전국민 소비쿠폰이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혹은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어김없이 '전국민'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이를 강력히 주창해왔다.
2020년 5월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14조 3천억 원이 투입됐다. 2021년에는 이른바 '상생국민지원금'(전국민의 88% 지급)과 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등) 명목으로 약 11조 7천억 원가량이 더 쓰였다. 이 두 차례의 대표적인 현금 살포에만 최소 26조 원의 혈세가 투입된 것이다.
이 26조 원이 바로 농부가 미래를 위해 남겨뒀어야 할 종자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R&D 투자나 산업구조 개혁이 아닌, 당장의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으로 길바닥에 뿌려버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는 투입 예산 대비 약 26~36%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단순 현금 이전지출의 재정 승수 효과가 0.2~0.3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100원을 뿌리면 겨우 20~30원의 경제 효과만 남고 나머지는 증발하거나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이는 씨앗을 뿌려 수확을 거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쪄서 잔치를 벌인 꼴이다.
밭을 묵히는 것이 아니라 밭문서를 저당 잡히는 것
이러한 무분별한 재정 확장과 현금 살포의 결과는 참담하다. 2017년 660조 원 수준이던 국가채무는 5년 만에 400조 원 이상 폭증하며 1000조 원을 돌파했고, 현재도 급증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 선이 무너진 지 오래고, 이미 50%를 넘어섰다.
이 대통령은 "봄에 뿌릴 씨앗이 없어 밭을 묵힐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하며,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향해 "왜 빌려오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타박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밭을 묵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종자까지 탕진한 농부가 또다시 빚을 내기 위해 밭문서까지 저당 잡히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풍성한 수확이 아닌,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를 물려주는 행위이다.
정말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빚을 내서 소비쿠폰을 뿌릴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그 돈을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간담회 말미에 지출 구조조정을 당부했다고 한다. 추경을 요구하며 재정 절약을 말하는 이 모순적 태도야말로 현 정부의 재정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더 이상 국민을 현혹하는 농사 비유는 그만두어야 한다. 숫자에 기반한 합리로 논해야 할 추경을 '그 당' 지지자들에게 친숙한 '정서'로 현혹시키는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농사 비유를 사용한 것은 '비유의 편의성'에 중독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러하군요
추경해서 광복절 빚 축제를 매달 열게. 임명식을 ㅘㅇ복절에만 할 수 있나. 제헌절에도 하고 개천절에도 하고. 대통령실 두 베로 늘리고 니가 뿌린 어음 결제도 해야지. 미국 가서 어떻게 트럼프랑 사진 한 방 찍으려면 돈 뿌려야지. 찍으면 성공적 외교로 잔치하고. 냐년 지방 선거를 위해 돈 좀 가지고 있어야지 아이고 그 정도 추경으로 되겠냐. 내일부터 비트코인으로 기축 통화 만들면 되겠네. 니가 뭔 짓거리를 해도 멍 때리는 개딸만 보고 가.
도대체 생각이라는게 있는 사람일까요?
비기축통화국 에서 부채비율 50% 오버는 위험 신호등!!
아바이가카~ 허언장담 처럼 기축통화국 먼저 만들어 보시지요 ㅎ
애초에 빚씨를 뿌렸는데, 거둬지는 것은 빚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