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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정원 채용, '아빠 찬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보통 사람들의 절규
  • 김남훈 기자
  • 등록 2025-06-11 15:34:54
  • 수정 2025-06-11 15:36:47

  • 보통사람은 국정원 불합격 이유도 몰라
  • 보통사람은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할 방법도 없어
  • 떨어졌던 아들은 경력직으로 결국 채용돼

국정원 채용, '아빠 찬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보통 사람들의 절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 국정원 채용 의혹이 연일 불거지며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불공정과 특혜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번 의혹은 평범한 젊은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아빠 찬스'가 국정원 채용이라는 신성한 영역마저 침범했는지 여부다.


김 의원 아들은 2014년 국정원 공채에서 신원조사 단계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이후의 과정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MBC 보도에 따르면, 2016년 김 의원의 부인은 당시 국정원 이헌수 기조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아들의 채용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조실장이 이에 대해 "김 의원 아들을 염두에 두고 경력직 추가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답했으며, "원장님께 다 보고드렸다"고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것이 과연 정당한 절차인가? 일반 시민의 자녀가 국정원 채용에서 탈락하면 그 구체적인 사유조차 알기 어렵다. 국정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 기관이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과 탈락 사유를 철저히 비공개한다. '국정원 문턱이 얼마나 높은데'라며 체념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국회 정보위원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국정원 핵심 간부에게 직접 전화해 채용을 요구하고, 심지어 채용 방식까지 논의했다는 것은 '특권층의 불법적 개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김 의원 본인이 아들의 탈락 사유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들의 항의성 입장문 초안에는 '신체 결함', '대마초 흡입'과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의 극비 정보인 신원조사 결과가 어떻게 외부, 그것도 관련 당사자에게 흘러들어 갔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는 국정원 내부의 정보 보안 체계가 고위 공직자의 입김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김병기 의원은 아들이 '야당 인사라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오히려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부인의 명백한 청탁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설령 과거 부당함이 있었다고 해도, 그 해법이 또 다른 불공정한 청탁과 특혜여서는 안 된다. '개혁'을 외치며 국정원을 감시해야 할 정보위원이 자신의 자녀 채용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은 공직자 윤리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직무 유기이자 직권 남용이다.


젊은이들은 오늘도 밤샘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로 지쳐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희망 하나로 버티는 그들에게, 고위 공직자의 자녀는 '아빠 찬스'로 손쉽게 특혜를 누리는 듯한 이번 사태는 헤아릴 수 없는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김병기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 채용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고위 공직자의 특권 의식이 우리 사회 전반의 공정성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경고하는 엄중한 메시지다. 더 이상 보통 사람들의 정직한 땀과 노력이 특권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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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1 18:51:09

    이제는 이런일이 일상이 되는 기분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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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2025-06-11 16:47:52

    김병기만 저랬을까? 앞으로 서로의 권력타툼으로 더 많은 폭로들이 계속 될 것.
    또, 이재명 로험 민정은 민주당 의원들 목 줄 쥐게 될 것. 민주당이 정부에 한 마디도 못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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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6-11 16:41:46

    민주당에서 멀쩡한 사람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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