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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25 16:00:50
  • 수정 2025-11-25 16:02:01

  • 환율 1,470원과 부동산 폭등
  • 서울엔 집이 없고 지방엔 일이 없다
  • 청년의 삶을 부수고도 '선동' 운운하는 오만함에 대해

계속 오르는 원·달러 환율계속 오르는 원·달러 환율 (서울=연합뉴스)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


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한다. "요즘 2030 청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잘못된 정보에 세뇌되어 보수화됐다"고. 그들의 세계관 속에서 이 정권의 지지율 폭락은 실정(失政) 때문이 아니라, 순진한 청년들이 극우 커뮤니티의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간 탓이다. 유튜브라는 알고리즘 감옥에 갇힌 '영포티'들은 이 말을 성경처럼 믿고, 명절 밥상머리에서 자식들을 훈계하려 든다. "너희가 세상을 몰라서 그렇다"고.


착각하지 마라. 청년들은 김어준 유튜브가 설파하는 '음모론'보다, 내 눈앞의 스마트폰 뱅킹 앱에 찍힌 환율 1,470원과 월급을 스쳐 지나가는 월세 300만 원에 분노할 뿐이다.


지금 서울의 청년들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마포구의 20평대 오피스텔 월세가 300만 원을 호가한다. 전세는 사기의 지뢰밭이 되었고, 내 집 마련의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인 지 오래다. 어떤 이들은 혀를 차며 말한다. "수도권이 비싸면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그 지방에 일자리가 있기는 한가?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조차 구인난이 아니라 '구직난'에 허덕이는 곳이 지방이다. 수도권에서 밀려나 지방으로 가라는 말은, 청년들에게 '실업자'가 되어 손가락만 빨고 살라는 저주나 다름없다. 수도권에는 몸 누일 방이 없고, 지방에는 밥벌이할 일이 없다. 청년들은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지도 위에서 갈 곳을 잃은 난민이다.


그런데 이 지옥도 모자라, 정부는 이제 청년들의 '마지막 생명줄'인 국민연금까지 손을 대려 한다. 환율 1,470원을 막겠답시고 연기금의 해외 자산을 팔아 환율 방어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재원이 부족해 제대로 받을지 확실치도 않은 청년들의 노후 자금을 땔감으로 쓰는 것도 모자라, 국가 경제의 숨통을 끊는 자해 공갈이다.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순간, 한국은 미국 재무부의 감시망에 걸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


환율조작국이 되는 순간 한국산 제품엔 징벌적 관세 폭탄이 떨어진다. 수출길이 막히면 기업은 채용부터 줄인다. 집을 빼앗고, 지방으로 내몰고, 이제는 그나마 남은 일자리마저 국제 제재로 날려버리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것이 팩트다. 청년들은 커뮤니티의 글 몇 줄에 선동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내 현재를 박살 내고, 외환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환율조작국을 자초해 내 미래 밥줄까지 끊어놓는 무능한 정권"에 지극히 이성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어준과 그를 따르는 중년의 추종자들은 유튜브 화면에 갇혀 "청년들이 속고 있다"며 가스라이팅을 멈추지 않는다. 1,470원의 환율도, 미친 집값도, 소멸된 일자리도 다 환각이란 말인가?


민주당 내부를 보라. 나라가 안밖으로 경제 위기에, 주거 빈곤과 일자리 소멸에 시달리는데, 이재명 대통령 호위무사와 정청래 의원 세력은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며 당권이라는 밥그릇 싸움에만 미쳐 있다. 이 난파선 위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의자 놀이를 보고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세뇌'이고 '광신'이다.


민주당의 상왕이라 불리는 그 가벼운 혀가 월세 300만 원의 고통을 덮을 수 있는가? 당신의 음모론이 일자리가 없어 서울을 떠나지도, 남지도 못하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가?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내 삶을 철저히 파괴한 자들"을 정확하게 식별해 냈을 뿐이다. 제발 그 유튜브를 끄고 현실을 보라. 당신들의 그 오만한 시선이 닿을 때마다,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의 분노는 더욱 날카로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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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5 19:59:55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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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5 17:43:45

    윤석열이 계엄 뻘짓을 하기 전부터 민주당과 이재명이 나라를 망칠 거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김어준에게 뇌를 맡긴 4050들이 꿈쩍도 안하는 걸 보고 이 나라의 미래는 없을 거라 우려했는데 예상 이상으로 나라가 망하고 있다니 개탄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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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25 17:22:06

    그래도 이대남들은 여성보다 나은 위치입니다
    4050에 치인 청년 중에서도 여성들은 가장 핍박받는 존재입니다
    취업시장에서도 차별 받고 취업을 해서도 급여와 승진에서 차별 받고 직장 성희롱 등 온갖 시련을 겪는 게 여성입니다
    2030 여성들은 이대남들과도, 영포티들과도 싸워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정부는 오히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과거의 가부장제에 순응하며 결혼 육아로 인생을 마감하기를 권장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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