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제정서가 궁금한 사람 『X』 를 켜자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18 07:54:23
  • 수정 2025-08-05 04:20:34

  • 도미노 피자가 예측한 걸프전
  • 펜타곤 야근과 피자 배달의 은밀한 상관관계

국제정세에 관심 많은 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정보전의 역사.


1980년대 워싱턴 D.C.에서 KGB 요원들이 가장 열심히 추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방장관의 동선도, 기밀 문서도 아니었다. 그들의 표적은 도미노 피자 배달 트럭이었다. 소련 정보기관은 이를 '피즈인트(Pizzint)'—Pizza Intelligence의 줄임말로 명명했다.


논리는 명쾌했다. 펜타곤에 위기가 닥치면 관료들이 밤샘 근무에 돌입하고, 자연스럽게 피자 주문량이 급증한다. 결국 한 사기업의 배달 기록이 미군 작전 계획을 실시간으로 노출하는 셈이었다.


1990년 8월 1일 밤 11시, 워싱턴의 도미노 피자 사장 프랭크 미크스는 당황했다. CIA 본부에서 피자 21판을 한꺼번에 주문한 것이다. 그는 뭔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다음 날 새벽,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국경을 넘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9년 파나마 침공, 1998년 클린턴 탄핵 청문회 직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진 : 기사작성 30여분전에 올라온 @PenPizzaReport 캡쳐화면, 뭐든 그렇치만 항상 적중하진 않는다.>



구글 맵이 폭로한 21세기 정보전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소련 스파이 대신 전 세계 정치 마니아들이 스마트폰으로 펜타곤 주변 피자집의 실시간 혼잡도를 체크한다. @PenPizzaReport 같은 트위터 계정이 등장해 아예 전문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현대판 오픈소스 인텔리전스의 탄생이다.


2025년 6월 12일 오후 6시 59분, 펜타곤 인근 피자집들이 일제히 붉은 불을 켰다. We, The Pizza, District Pizza Palace, 도미노, Extreme Pizza 모두 '평소보다 훨씬 바쁨' 상태로 표시되었다. 정확히 한 시간 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속보가 터졌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24년 4월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드론 공격 당일에도 같은 패턴이 되풀이되었다.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저널리즘 책임자 알렉스 셀비-부스로이드는 "펜타곤 피자 지수가 1980년대부터 쿠데타와 전쟁 같은 중대한 지정학적 사건들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측해왔다"고 평가했다.


자 스마트폰을 열어 X를 실행하고 @PenPizzaReport 를 팔로워 하는 것 만으로 남들보다 먼저 국제정세의 불안을 알아챌 수 있다. 이 보다 손쉬운 방법이 있겠는가?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13:38:23

    재밌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12:30:33

    좋은 뉴스 감솨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mong2025-06-18 11:35:21

    오~흥미롭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10:46:07

    이런 글 너무 좋아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10:09:06

    흥미진진한 기사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09:16:12

    X에서 본 그 말 이제 이해된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09:11:48

    쏠쏠 정보와 재미까지 다 주는 칼럼 ^^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08:59:05

    멋집니다 고맙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18 08:39:18

    오 피자통한 국제동향파악, 넘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이낙연 "피고인 대통령 만들려 법치 짓밟아"... 공무원 사찰 '전체주의' 맹비난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15일 현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부의 75만 공무원 감찰 시도를 '전체주의'에 빗대고, "민주주의 붕괴"를 경고했다.이 고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허물어지려나"라고 반문하며 "피고인 대통령을 무죄로 만들려고 법치주의를 짓밟는 일은 이미 계속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3. 남욱 "내 재산 동결 안 풀면 고소"… 도둑의 오만은 법치의 죽음에서 자란다 검찰의 '항소 포기'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장동의 '키맨' 남욱이 입을 열었다.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 도둑이 되려 파수꾼에게 '내 몫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법치(法治)와 법을 이용한 통치....
  4.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5.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6.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7.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10.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